2000억 조달 실패
법원 회생절차 폐지
연쇄 타격 우려 확산
지난달 10일부터 문을 닫은 서울 중랑구 홈플러스 면목점 /뉴시스
[포인트경제] 유통 대기업 홈플러스가 자금 조달 난항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 폐지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3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홈플러스가 지난달 30일 법원에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의 실현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판단한 결과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새로운 인수자를 확보하지 못하는 한 청산 및 파산 단계를 밟을 처지에 놓였다.
재판부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 부문을 NS홈쇼핑에 매각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남아있는 대형마트 사업부에 대한 인수합병(M&A)이 정체되면서 영업난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매장이 지속해서 가동되는 동안 매출은 급감한 반면 임금과 물품대금, 세금 등 우선 변제권이 있는 공익채권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법원은 회생계획안을 온전히 이행하려면 최소 2000억원의 신규 운영자금이 필수적이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재원 확보가 이뤄지지 않아 계획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대주주 MBK와 메리츠 간 책임 공방 속 자금줄 고사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유동성 저하를 이유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뒤 법원으로부터 가결 기한을 두 차례 유예받으며 활로를 모색해 왔다. 점포 효율화와 자산 매각 등을 골자로 한 구조혁신형 계획안을 짜내며 버텼으나, 최종 마중물이 될 자금 확보 단계에서 발목이 잡혔다.
원인은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 사이의 오랜 책임 공방에 있었다. 메리츠 측은 MBK와 김병주 회장의 보증을 전제로 1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DIP) 대출을 마련했으나, 잔여 1000억원에 대해서는 MBK가 전액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MBK는 연대보증 제공과 김 회장의 개인 증여 등으로 이미 수천억원의 재정과 신용을 부담했다며 팽팽히 맞섰다. 이처럼 금융지주와 사모펀드가 대치하는 사이 자금줄이 마른 홈플러스는 지난 4월과 5월 임금이 지연 지급된 데 이어 6월 급여는 아예 미지급되는 파행을 겪었다. 법원은 지난 3월과 비교해 진전이 없고 상황이 외려 악화된 점을 고려해 기한 연장 명분이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의 한 홈플러스 점포 /뉴시스
14일 이내 즉시항고 기회…불발 시 1만2000명 대량 실직 파장
다만 완전히 문이 닫힌 것은 아니다. 홈플러스는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이번 폐지 결정에 대해 14일 이내에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 있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해당 기간 내에 실제로 운영자금을 조달해 항고할 경우 정당한 이유를 인정해 스스로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관계인집회 기일을 재지정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2주라는 짧은 시간 안에 지지부진하던 자금 문제를 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만약 즉시항고를 포기하거나 자금 조달에 실패해 폐지가 확정되면 자산 가압류와 경매를 막아주던 포괄적 금지명령이 해제되며, 홈플러스는 7월 중 별도의 파산 신청 절차를 밟게 된다. 이 경우 메리츠가 신탁 담보로 잡고 있는 62개 자가 점포의 매각 등 각자 담보권 실행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사실상 파산 기로에 서면서 연쇄적인 사회·경제적 파장도 불가피해졌다. 지난달 말 기준 홈플러스의 자체 고용 인력은 1만2000명 선에 달하며, 주차·청소 등 간접 고용 인원 1000명까지 합산하면 13000명 규모의 무더기 실업 사태가 터지게 된다. 여기에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중소 납품업체와 소상공인 150곳의 미수금만 업체당 평균 7억7400만원에 육박하지만, 홈플러스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 2월 말 기준 104억원에 불과해 구제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4019억원 규모에 달하는 후순위 전단채 투자자들 역시 투자금을 건지기 어려워 피해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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