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부가 발표하는 공급 물량은 가짜다. 약정 맺고 착공만 하면 '공급'이라고 부풀리는데, 그게 어떻게 시민들이 체감하는 내 집 마련인가? 국민을 속이는 수치 놀음이자 공기업의 본분을 망각한 땅 장사일 뿐이다."
주택 시장의 날 선 저격수, 김헌동 전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사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최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택 공급 절벽을 타개하기 위해 '신축 매입임대 무제한 매입'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김 전 사장은 이를 "시장의 씨를 말리는 최악의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건설 공사비 급등과 LH의 경영 공백으로 분양·착공 실적이 목표치의 10% 안팎에 그치자, 정부는 비아파트(빌라·오피스텔)를 사들여 공공임대로 돌리는 매입임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과연 이 정책은 서민의 주거 사다리가 될 수 있을까. <뉴스로드>는 매입임대 주택 정책의 숨겨진 내막과 대안을 물었다...<<편집자 주>>
Ⅰ. "착공·약정 건수가 공급? 국민 체감도 없는 수치 부풀리기"
Q. 정부는 매입임대 확대를 통해 주택 공급 부족을 해결하겠다고 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과거에는 국민이 분양을 받아 입주권을 쥐는 '선분양 물량'을 공급으로 봤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착공 물량', 이제는 '매입 약정 건수' 자체를 공급이라고 주장한다. 이게 언제부터 바뀐 줄 아는가? 문재인 정부 시절 신도시 토지 보상 문제 등으로 아파트 분양이 불가능해지자 3~4년 뒤에나 집을 주겠다는 '사전청약'을 도입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사전청약 물량의 본청약이 늦어지고 분양가가 치솟아 소송 위기에 직면하자 아예 이 제도를 폐지해 버렸다.
그렇게 사전청약이 막히자 정부가 공급 수치를 부풀리기 위해 찾아낸 꼼수가 바로 매입임대, 그중에서도 '신축 약정 매입' 방식이다. 집장사(빌라 업자)들이 기존 집을 부수고 새로 지으면 LH나 SH같은 개발공기업들이 무조건 사주겠다고 약정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토지매입 단계부터 건설비까지 모두 혈세로 지원하면서도 막대한 이윤까지 보장해준다. 신축약정 계약만 하면 공급 물량으로 포장해 발표한다. 청년이나 신혼부부가 실제로 입주하려면 최소 2~3년은 걸리는데, 당장 공급이 잘 되는 것처럼 착시효과를 주는 것이다. 게다가 입주자격이 제한적이어서 공실도 적지 않다.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이들도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면 집걱정을 해야하는 처지가 된다."
Q. 매입임대가 늘어나면 서민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나?
"전혀 아니다. 오히려 일반 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완전히 박탈하고 있다. 원래 빌라나 다세대 주택은 아파트 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서민들이 대출을 받아서라도 소유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였다. 그런데 정부가 '무제한 매입'을 선언하며 시장에 나오기도 전인 신축 빌라를 싹쓸이(수매)하고 있다.
개인이 소유할 수 있었던 주택의 소유권을 공기업이 다 가져가 버리니, 시장에서 서민들이 살 수 있는 빌라 씨가 말라버렸다. 빌라를 못 사니 결국 무리해서라도 아파트를 사러 가야 하고, 이는 아파트 가격을 계속 밀어 올리는 악순환을 낳는다. 결국 시민들이 살 수 있는 주택 공급은 사라지고, 공공 임대만 비대해지는 기형적인 시장이 되는 것이다. 실제 주택 실소유자들은 기회를 박탈당하는 셈이다. 매입임대가 주거복지 관점에서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주택시장에서는 공급이 아니라, 명백히 수요다."
Ⅱ. "땅 장사꾼으로 전락한 LH, 공기업 본분 잊었다"
Q. 공기업이 임대주택을 많이 확보하는 것 자체가 비판받을 일인가 질문하는 이들도 있다.
"LH의 설립 목적을 봐야 한다. LH는 땅 장사, 집 장사 하라고 만든 기업이 아니다. 저렴하게 토지를 수용해서 국민에게 싼값에 주택을 공급하라고 만든 공기업이다. 그런데 지금 LH는 '위장 공기업'이 됐다. 3기 신도시 택지 조성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확보한 공공택지를 민간 건설사들에게 팔아넘기는 '땅 장사'에만 혈안이 돼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확보한 서민용 '보금자리 지구' 300만 채 분량의 그린벨트 토지를 박근혜 정부 말기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민간에 다 팔아먹었다. 다산신도시 등이 대표적이다. LH가 땅을 팔아 엄청난 수익을 남기니 직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강제 수용한 토지 원주민에겐 헐값에 보상하고, 땅을 산 특정 건설사들은 준재벌급으로 급성장했다. 이 내막을 알기 때문에 과거 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비리 사건이 터진 것 아닌가."
"1년에 10만 호를 분양해야 하는 LH가 수도권에서 고작 1,000호밖에 분양하지 못했다. 땅은 다 팔아치우고 분양할 능력이 없으니, 빌라 매입 실적을 착공 물량으로 둔갑시켜 수치만 채우고 있는 것이다."
Ⅲ. "무제한 매입의 덫… 혈세 낭비와 계층 역진"
Q. 최근 정부가 발표한 든든전세나 분양전환형 신축매입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건설업계에 혈세를 퍼주는 무책임한 정책이다. 정부는 11만호 중 절반에 가까운 물량을 '분양전환형'으로 공급하겠다고 한다. 6년간 임대로 살다가 분양해 주겠다는 건데, 이는 주거 안정을 주는 게 아니라 단순히 분양 시점을 6년 유예해 준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소형 주택의 가격 거품을 정부가 보증해 주는 꼴이다.
게다가 '든든전세'는 소득과 자산 기준도 안 본다. 신축 기준으로 시세의 90% 임대료를 받는데, 구축 빌라보다 훨씬 비싸다. 정작 돈이 없는 주거 취약계층과 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공공 재정과 매입임대 몫을 중산층과 소유 가능 계층에게 배분하는 '계층 역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급하게 물량을 채우려다 보니 입지가 나쁘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부실 주택을 비싼 값에 사들이는 혈세 낭비가 불 보듯 뻔하다."
Ⅳ. 대안은 '100년 주택',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Q. 그렇다면 공공이 나아가야 할 진짜 주택 공급의 대안은 무엇인가?
"결국 답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기본주택)'에 있다. 땅은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개인에게 분양하는 방식이다. 주택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토지 비용이 빠지기 때문에 강남 한복판에서도 주변 시세의 반값 이하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3~4년만 기다리면 진짜 '내집이 마련된다'는 확실한 희망을 줄 수 있다."
Q. 토지임대부 주택이 왜 더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가?
"민간 건설업계와 기득권층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공택지를 사서 아파트를 지어 막대한 폭리를 취해왔던 민간 참여 방식에 익숙한 이들이 반대하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서 첫 번째 지시가 'LH는 땅을 팔지 마라'였다. 아주 정확한 진단이었다. 땅을 팔지 않고 건물만 분양하면 된다.
실제로 SH가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지구와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착공 시점에 사전예약을 한 결과는 평균 40대1 최고 170대1을 기록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백년을 쓸 수 있는 고급 아파트 방 3, 화장실 2개짜리 59㎡가 3억원대에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하지만 여전히 LH와 국토부 관료들은 민간 건설사와 공동 시행하는 방식을 고집하려 한다. 결국 민간에게 땅을 넘겨주는 방식이라 대통령 지시와 엇나가는 상황이니 주택 공급이 멈춰 선 것이다. 공기업이 땅 장사를 멈추고, 토지를 영구히 보유하면서 건물만 저렴하게 분양하는 구조로 완전히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주택 시장의 불안은 결코 잡을 수 없다."
김 전 사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정부를 향해 강력한 경고를 남겼다.
"진짜 서민을 위한 공급은 임대차 시장의 매물을 뺏어오는 가짜 매입임대가 아니라, 서민이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진짜 '내 집'을 공공택지에 직접 짓는 것이다. 숫자 장난을 멈추고 주택 공급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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