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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거래 실험을 시작했다. 금융권은 결제가 빨라지고 화폐 발행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며 '미래 금융의 첫걸음'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간편결제를 일상처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보다 반길 변화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결제 기술이 등장했다는 사실보다, 국가가 화폐를 관리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일각에서는 "지금도 카드나 간편결제를 쓰면 거래 기록은 남는데 CBDC가 무엇이 다르냐"는 반응도 나온다. 한국은행 역시 이번 실험은 개인의 거래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구조가 아니며, 개인정보도 기존 금융 시스템과 같은 수준으로 보호된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내가 쉽게 우려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CBDC는 기존 결제 시스템과 달리 중앙은행이 핵심 축이 되는 새로운 화폐 구조다. 중요한 것은 지금 국가가 어떤 권한을 행사하느냐가 아니라, 앞으로 제도 설계에 따라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지다. 개인정보 보호 장치가 마련된다는 설명과 별개로, 이런 구조적 변화 자체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특히 경계하는 부분은 CBDC의 핵심 기능으로 꼽히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화폐'다. 정부가 지급한 지원금의 사용 기한을 정하거나 특정 업종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기능은 정책 집행 측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기능은 경기 부양이나 예산 집행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현재 한국은행이 이런 기능을 개인의 일반 자산에 적용하겠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술은 한 번 도입되면 활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내가 두려운 것은 현재의 정책이 아니라, 미래에 제도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이다.
이러한 고민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역시 디지털 화폐 시대를 준비하고 있지만, 선택한 방식은 한국과 다르다. 민간이 발행하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적극 육성하는 반면,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범용 CBDC에 대해서는 개인의 금융 프라이버시와 국가 권한 확대를 이유로 신중론과 제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디지털 화폐 자체가 아니라, 누가 발행하고 어떤 권한을 갖느냐에 있다. 지금도 우리는 신용카드와 간편결제만으로 일상적인 금융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그렇다면 새로운 화폐 시스템은 단순히 더 편리해질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추진될 일이 아니라, 왜 지금 반드시 필요한지부터 국민을 충분히 설득해야 한다. 화폐는 한 번 제도가 자리 잡으면 되돌리기 가장 어려운 영역이기에 도입 이후의 보완보다, 도입 이전의 검증과 사회적 합의가 훨씬 중요하다. 나는 그 과정에서 '얼마나 편리해지는가'보다 국가와 개인 사이의 경계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더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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