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오미경 기자]
과학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이자 문화가 되었나
과학은 더 이상 연구실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인공지능(AI)은 업무와 학습의 도구가 되었고, 우주 탐사와 바이오 기술은 연일 뉴스의 중심에 선다. 과학관과 과학축제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 몰리고, 과학 유튜브와 대중 강연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동안 배우고 익혀야 할 지식으로 여겨졌던 과학은 이제 사람들이 경험하고 즐기는 문화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학을 보러 가는 사람들
지난해 4월 대전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과학기술축제’에는 약 56만 명이 방문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행사장에는 로봇과 인공지능, 우주 기술을 직접 체험하려는 관람객들로 긴 줄이 이어졌고, 어린 학생들뿐 아니라 가족, 청년층,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세대가 축제를 찾았다.
이러한 모습은 과학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과거 과학문화 행사가 학생 중심 교육의 연장선에 있었다면, 최근에는 즐기기 위해 찾는 여가 콘텐츠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과학을 배워야 한다는 의무감보다 새로운 기술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사람들을 행사장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과학관 등 전시 공간의 변화도 같은 흐름 속에 있다. 설명을 읽는 전시보다 직접 만지고 움직이며 원리를 이해하도록 구성된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과학은 점점 ‘학습’보다 ‘경험’에 가까운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술이 가까워질수록 과학도 가까워졌다
과학이 대중의 관심을 얻게 된 가장 큰 배경은 기술이 일상 가까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생성형 AI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공지능은 연구자나 개발자의 영역으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학생이나 직장인이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미지를 만들며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도구가 됐다. 그리고 과학기술이 생활 속으로 들어오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기술의 원리와 미래 변화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우주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과 달 탐사 프로젝트, 민간 우주기업의 성장 등은 과학을 어렵고 낯선 분야가 아니라 흥미로운 이야기로 만들었다. 과거 국가 연구개발 성과로만 소비되던 과학기술 뉴스가 이제는 많은 시민들이 기대하고 지켜보는 주제가 된 것이다.
지식에서 콘텐츠로
디지털 플랫폼의 성장도 과학문화 확산을 이끌고 있다. 과거 과학 지식은 학교나 전문 서적, 언론 보도를 통해 전달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유튜브와 SNS, 온라인 강연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쉽게 과학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복잡한 천문학이나 물리학 이야기도 짧은 영상과 그래픽을 통해 훨씬 쉽게 설명이 된다.
특히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의 등장은 과학문화의 외연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물리학자 김상욱, 과학커뮤니케이터 궤도 등은 방송과 강연,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과학을 보다 친숙하게 소개하고 있다. 과학자가 연구실을 벗어나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풍경이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과학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영역을 넘어 하나의 콘텐츠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과학을 배우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재미와 흥미를 위해 소비한다. 과학 다큐멘터리를 보고, 우주 관련 영상을 찾아보며, 과학 강연을 문화생활처럼 즐긴다.
전국으로 넓어지는 과학문화
과학문화의 확산은 축제 운영 방식에서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과학축제’는 올해 30주년을 맞아 수도권·충청권·영남권·호남권 등 4개 권역에 걸친 전국형 축제로 확대됐다. 과학문화를 특정 지역의 행사가 아닌 전 국민이 함께 누리는 문화로 확장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 외에도 과기정통부는 ‘우리동네 과학방’, ‘과학문화 창작자 양성 과정’, 예비 과학 크리에이터들을 큐레이터로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 운영 등의 계획을 밝히며 과학문화 확산에 힘을 실었다.
이러한 변화는 과학이 더 이상 특정 전문가 집단의 관심사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람들은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 과학을 찾고, 새로운 기술을 경험하기 위해 과학관과 축제를 방문한다. 과학을 알아야 하는 시대를 넘어 과학을 향유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연구실에서 탄생한 과학은 이제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고 있다. 과학은 여전히 연구실에서 발전하지만, 그 성과를 경험하고 즐기는 공간은 연구실 밖에 있다. 연구실 밖으로 나온 과학은 오늘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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