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 르포] 여행이 머무는 마을을 만나다…목포 ‘괜찮아마을’의 로컬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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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 르포] 여행이 머무는 마을을 만나다…목포 ‘괜찮아마을’의 로컬 실험

투데이신문 2026-07-03 09:39: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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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의 한 거리 모습  ©투데이신문
목포의 한 거리 모습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민서·박시현·박선호 청년기자】목포역에 내리면 가장 먼저 오래된 건물과 좁은 골목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때 호남을 대표하는 항구도시였던 목포. 그러나 지금의 목포는 ‘활기찬 관광도시’보다는 ‘조용히 숨 쉬는 도시’에 가깝다.

목포 원도심은 과거의 흔적과 새로운 변화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오래된 여관과 빈 상가 사이로 카메라를 든 사람들과 지도를 펼쳐 들고 골목을 오가는 청년들,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한 작은 카페와 작업 공간들이 눈에 들어온다. 골목에는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도시의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괜찮아마을’이 있다.

‘괜찮아마을’은 홍동우 대표가 2017년 목포 원도심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원도심의 빈 공간을 활용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고자 했고 이후 정부의 청년 마을 사업 대표 사례로 선정되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괜찮아마을’이 정부 지원사업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그 출발에는 홍 대표의 개인적인 문제의식이 있었다.

홍 대표는 OECD 국가 중에서도 높은 청년 자살률을 언급하며 ‘마음이 괜찮아지는 여행’을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여행이 단순한 휴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목포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낯선 지역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또 하나의 ‘고향’을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삶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믿음으로 ‘괜찮아마을’이라는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시간이 지나며 ‘괜찮아마을’은 단순한 프로젝트를 넘어섰다. 지역 안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창업과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잠시 쉬어 가는 공간인 동시에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모색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한 것이다.

목포의 한 거리 모습  ©투데이신문<br>
목포의 한 거리 모습  ©투데이신문

‘괜찮아마을’이 바꾼 목포, 지역 주민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지난 6월 25일 오전 목포에 도착하자마자 ‘괜찮아마을’이 지역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원도심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한 떡집이었다.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켜온 가게 안에는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화려한 간판이나 세련된 인테리어는 아니었지만 동네 사랑방 같은 특유의 분위기가 더 깊게 다가왔다. 

가게를 운영하는 94세 할머니도 홍동우 대표를 알고 있었다. “홍 대표가 외지에서 사람들 오면 가게 들리게 하거나 홍보해 줘.” 짧은 한마디였지만 의미는 분명했다. ‘괜찮아마을’은 지역 상권과 독립된 관광 콘텐츠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골목 곳곳의 작은 가게와 손님을 연결해 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곳이 관광객만을 위한 공간은 아닌 듯했다. 관광객만큼 동네 주민들이 손님으로 더 많이 온다고 한다. ‘괜찮아마을’이 목포에 새로운 방문객을 데려오고 있지만 목포 골목의 작은 가게에선 여전히 주민들의 일상이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목포 시내에 위치한 한 카페 내부 사진 ©투데이신문
목포 시내에 위치한 한 카페 내부 사진 ©투데이신문

목포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다음으로 찾은 곳은 시내의 작은 카페였다. 카페 주인에게 최근 관광객이 늘거나 청년들의 유입을 체감하느냐고 묻자 뜻밖에도 목포라는 도시의 현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관광객이 오긴 온다. 그런데 대부분 케이블카 한 번 타고 여수·순천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목포가 목적지가 아니라 경유지가 된 게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항구도시로 번성했지만 산업이 쇠퇴하고 지금은 많은 여행객들이 다른 지역으로 향하기 전 잠시 머무는 ‘경유지’에 머물러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유달산과 다도해, 근대문화공간처럼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자산이 있지만, 사람들이 하루 이상 머물며 도시를 경험할 수 있는 구조는 아직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목포에 더 많은 사람들이 머물다 가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지역 주민의 소박한 소망을 들을 수 있었다.

골목길을 따라 걷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한 사진관이었다. 즉흥적으로 방문한 곳이 알고 보니 ‘괜찮아마을’의 지역 투어와 제휴된 상점이었다. 2년 넘게 ‘괜찮아마을’과 협업하고 있다는 사진관 대표는 “‘괜찮아마을’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방문객이 찾아오고 인플루언서들도 함께 투어를 하면서 목포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이어 그는 “목포의 역사와 문화뿐만 아니라 지역의 음식과 공간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었다”며 “‘괜찮아마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괜찮아마을’이 지역사회에 조금씩 뿌리내리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어에 함께하는 소상공인들은 대부분 알고 있지만 프로그램과 연계되지 않은 상인들이나 연세가 있는 주민들은 잘 모를 수도 있다”며 “아직은 특정 공간과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만큼 지역 전체로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을 소개하는 방식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시내의 한 빵집 대표는 “‘괜찮아마을’은 연예인이 다녀간 곳이나 SNS에서 유명한 장소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직접 확인하고 ‘정말 가볼 만하다’고 생각한 곳들을 선정해 목포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며 지역을 알리는 방식만큼은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고 말했다.

목포의 시내 거리 모습 ©투데이신문
목포의 시내 거리 모습 ©투데이신문

상생과 경쟁 사이, 지역 숙박업계가 바라본 변화

‘괜찮아마을’은 원도심에 흩어져 있는 숙박시설과 상점, 체험 공간 등을 하나의 호텔처럼 연결하는 이른바 ‘수평형 호텔’ 방식의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하나의 대형 숙박시설을 새로 짓는 대신 기존의 지역 자원을 연결해 여행자가 동네 곳곳을 경험하도록 하는 구조다.

지역 숙박업계에서도 이러한 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지역 관광을 활성화하고 방문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새로운 모델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다만 기존 숙박업체와의 협력 방식이나 역할 분담은 앞으로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로 꼽았다.

목포에서 숙박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한 대표는 “‘괜찮아마을’이 관광 상품으로 지역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괜찮아마을 같은 시도가 지역 사회를 살리는 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 10명도 더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지역 업체 간 협업 과정에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있었다. 한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는 “협업이 늘어날수록 조율해야 할 부분도 함께 많아진다”며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역이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관광객이 늘어나면 지역 상점과 숙박업 모두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특정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곳곳으로 자연스럽게 확산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목포의 전경 모습 ©투데이신문

잠시 스치는 도시에서, 다시 찾는 마을로

목포를 직접 다니며 만난 주민들은 ‘괜찮아마을’을 저마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모든 주민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방문객을 지역으로 이끄는 연결고리이자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최근 관광은 유명 관광지를 소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의 휴식을 찾는 ‘웰니스 관광’으로 확장되고 있다. ‘괜찮아마을’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여행자들이 골목과 상점, 주민들의 삶을 함께 경험하도록 제안한다. 관광지를 개발하는 방식의 지역 살리기가 아니라 사람들이 머물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동네를 만드는 데 의미를 두고 있는 셈이다.

홍 대표가 말하는 ‘로컬’은 서울의 대체가 아닌 대안이다. 언제든 돌아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인 것이다. 부모 세대에게 ‘고향’이 삶의 버팀목이었던 것처럼 오늘날에는 스스로 선택한 지역이 새로운 고향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지역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사람들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마을’일지도 모른다. ‘괜찮아마을’이 시도한 방식이 목포 안에서 더 넓게 뿌리내리고 다른 지역으로도 확장된다면, 지역에 머무는 관광과 지속 가능한 동네 만들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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