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발(發) 'AI 쇼크'가 글로벌 반도체주를 강타했다. 메타가 남는 인공지능(AI) 컴퓨팅 자원을 외부에 판매하는 클라우드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하루 만에 6% 넘게 급락했다. 2일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 대형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각각 9.06%, 14.57% 급락했다. 메타 쇼크의 핵심은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후 둔화) 가능성이다.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기업)들의 반도체 수요가 주춤할 조짐이 있다는 우려가 터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을 AI 산업의 추세 변화라기보다 차익실현 욕구와 금리 부담, 수급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했다. AI 투자 사이클이 끝났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향후 시장 향방은 미국 빅테크들의 투자 기조가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타발 쇼크와 관련, AI 투자 사이클을 둘러싼 증권가의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AI 인프라 과잉투자의 신호라는 분석과 최근 급등한 반도체주의 차익실현에 따른 단기 조정이라는 분석이 맞서고 있다.
키움증권은 메타의 발표를 AI 수요 둔화가 현실화된 것이 아니라 AI 투자 내러티브에 일시적인 '노이즈(잡음)'가 발생한 것으로 평가했다. 최근 반도체주가 단기간 큰 폭으로 오른 상황에서 메타 이슈가 차익실현의 계기로 작용했을 뿐, 한국 반도체 수출 증가세와 주요 기업의 실적 전망을 고려하면 AI 투자 사이클 자체가 훼손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반면 BNK투자증권은 메타의 AI 컴퓨팅 외부 판매 계획이 일부 AI 인프라 과잉투자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남는 컴퓨팅 자원을 수익화하려는 움직임이 향후 빅테크들의 설비투자(CapEx) 속도 조절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하반기 투자 계획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메타 이슈 자체보다 그동안 누적된 차익실현 욕구와 거시경제 환경 변화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최현재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주가 급락한 가장 큰 이유는 이미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은 여전히 좋고, 다음주 발표될 삼성전자 잠정실적도 양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졌고, 레버리지 규제와 국민연금 리밸런싱 등 수급 부담도 커졌다"며 "메타 이슈는 기존에 쌓여 있던 부담을 한꺼번에 터뜨린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주가가 빠르게 오른 만큼 변동성이 확대될 수는 있지만 이를 AI 사이클 종료로 해석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가 기업들의 AI 도입 원년인 만큼 AI 활용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텍스트 기반 서비스를 넘어 AI 에이전트와 멀티모달 서비스가 확산될수록 컴퓨팅 수요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AI 수요를 일시적인 유행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2028년까지는 AI 수요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정의 성격은 이달 말 미국 빅테크들의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 투자와 데이터센터 증설 계획을 유지할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신중호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메타의 클라우드 사업 발표는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다소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극한 측면이 있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자본지출(CapEx)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7월 말 빅테크 실적 발표에서 AI 투자 기조와 CapEx 유지 방침이 확인된다면 시장도 이번 조정을 과도한 반응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 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3분기까지는 금리와 물가 부담으로 시장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반도체에 집중됐던 수급도 일부 다른 업종으로 분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3분기 말 물가가 안정되고 4분기 들어 금리 전망이 동결 쪽으로 바뀐다면 코스피 랠리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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