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트리플픽처스·라이브러리컴퍼니
[스포츠동아 이승미 기자] 한국 고유의 문화와 현실을 담은 이야기가 해외 감독들의 시선을 만나 새로운 케이(K)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적 소재들이 국적과 문화적 배경이 다른 창작자들의 해석을 거치며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결의 작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덴마크 출신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이 연출하고 김민하가 주연한 영화 ‘하나 코리아’(8일 개봉)는 한국 사회에서만 다룰 수 있는 독특한 소재인 ‘탈북민의 삶’을 보편적인 인간 드라마로 풀어낸 작품이다. 쇨베르 감독은 우연한 계기로 한국인들의 통일에 대한 염원을 접한 뒤 탈북민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5년간 30여 명의 탈북민을 직접 취재하며 작품의 토대를 다졌다.
영화는 탈북 과정의 자극적인 서사나 이념적 갈등보다 남한 사회에 정착한 21세 탈북 여성 혜선의 고단한 일상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희망에 초점을 맞춘다. 북유럽 감독 특유의 절제된 연출은 분단국가라는 한국의 특수성을 넘어 새로운 환경에서도 존엄과 자유를 지켜가려는 인간의 보편적인 삶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려낸다.
이와 맞물려 쇨베르 감독은 “북한 사람들이 무엇으로부터 탈출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삶을 향해’ 탈출했는가를 담고 싶었다”며 “이 영화는 덴마크 영화도, 한국 영화도 아니다. 두 문화가 함께 만들어낸 새로운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구마키리 가즈요시 감독, 사진제공|트리플픽처스·베를린국제영화제
영화는 일본 고베의 폐신사에서 벌어진 기이한 실종 사건을 다루지만, 사건의 내막과 악귀의 정체를 추적하는 박수무당 명진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은 모두 한국인으로 설정됐다. 한국 무속 신앙이 지닌 강렬한 에너지와 일본 호러 특유의 음산하고 정적인 분위기가 어우러지며 국내 공포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긴장감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작품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소재를 해외 감독들이 자신만의 영화적 언어로 재해석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한국적인 익숙한 접근법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선으로 작품의 개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케이 콘텐츠가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단계를 넘어 다양한 문화권의 창작자들과 함께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각국의 창작 감각과 만나 새로운 서사와 장르를 만들어내면서 케이 콘텐츠의 외연 역시 한층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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