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이나라 기자 | 신한카드가 하반기 정기인사를 통해 예년보다 큰 폭의 원격지 전보를 단행하면서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노동조합은 원격지 발령 규모가 통상적인 수준을 크게 넘어섰다며 지난달 30일부터 사장실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지난해 조직개편을 둘러싸고 충돌했던 노사가 올해는 대규모 원격지 발령을 두고 다시 강하게 부딪히는 모습이다.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신한카드지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사장실 점거농성에 들어가, 이날 기준 사흘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하반기 인사발령 전면 재검토와 원격지 전보 발령 원상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노조는 사장실 점거농성에 이어 법적·제도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근무환경 저하에 대한 노동위원회 제소를 비롯해 하반기 인사발령 전면 재검토와 원격지 전보 발령 원상회복을 위한 대응 수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번 인사에서 노조가 문제 삼는 가장 큰 핵심은 이번 인사에서 진행된 대규모의 원격지 발령이다. 노조에 따르면 신한카드의 하반기 원격지 발령은 통상 20~30명 수준에서 이뤄져 왔지만, 이번 하반기 인사에서는 원격지 발령 규모가 130명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인사의 경우 통상 연말 조직개편과 맞물린 대규모 정기인사와 달리 제한적인 이동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박원학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신한카드지부 위원장은 "지방 거점의 경우 규모가 작고 본사 인원이 많아 불가피하게 원격지 발령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이번 규모는 비상식적으로 크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 측은 조직 순환과 인력 운영 차원의 불가피성을 노조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특정 지역에 장기간 머무를 경우 조직 운영상 부조리가 발생할 수 있는 데다, 인력 순환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 조직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번 원격지 발령이 거점 통폐합,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장기 근속 직원 순환 재배치, 직원 직무 경험 확대를 위한 직무 변경도 함께 이뤄졌다"면서, "조직 운영 효율화와 내부통제 강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한카드 측은 원격지 발령 직원에 대한 지원책도 운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근무지 이동에 따른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으며, 1인 1실 오피스텔 제공 등 지원책도 마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 노조는 이번 발령이 일반적인 순환배치 범위를 넘어섰다고 반발하고 있다. 제주 등 지역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갑자기 서울로 발령 나거나, 서울 근무자가 순천 등 원거리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육아와 가족 돌봄, 생활 기반 유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 위원장은 "제주에 있는 직원이 갑자기 서울로 발령 나거나 서울에 있는 직원이 지역으로 발령 나면 육아와 가정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긴다"며, "삶의 터전이 지역에 있는 직원들에게 대규모 원격지 발령을 내는 것은 사실상 회사를 계속 다니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고 말했다.
더욱이 노조는 이번 인사가 단순한 순환배치를 넘어 인력 이탈을 유도하는 구조조정의 사전 단계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체협약에 조합원 고용 안정과 관련한 내용이 명기돼 있음에도, 원칙이 불분명한 대규모 원격지 발령이 이뤄졌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인사권이 회사 고유 권한이라는 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인사는 누가 봐도 인력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인사이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대규모로 지역을 넘나드는 발령은 직원들에게 혼란을 주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퇴직하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노사 갈등은 지난해 조직개편을 둘러싼 충돌 이후 인사 운영을 놓고 쌓여온 양측의 불신이 다시 드러난 사례로 꼽힌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하반기 조직개편에서 자원 중복 최소화와 체질 개선, 의사결정 단계 단순화, 기능과 역할 중심의 인력 재배치를 이유로 기존 4그룹 20본부 81팀 체계를 4그룹 20본부 58부 체계로 재정비하고 대부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노조는 당시에도 조직개편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특히 팀장급 인력의 재배치가 노조가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이었는데, 본사 조직 축소와 인력 이동 가능성을 제기하며 고용 안정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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