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AI 시대 달라진 상생…SK하이닉스가 바꾼 반도체 R&D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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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AI 시대 달라진 상생…SK하이닉스가 바꾼 반도체 R&D 공식

한스경제 2026-07-03 08:01: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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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SK-1·2·3차 협력사 간 상생 협약’ 체결식에서 정재헌 SK텔레콤 CEO,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지동섭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 안현 SK하이닉스 사장(앞줄 왼쪽 3번째부터)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2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SK-1·2·3차 협력사 간 상생 협약’ 체결식에서 정재헌 SK텔레콤 CEO,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지동섭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 안현 SK하이닉스 사장(앞줄 왼쪽 3번째부터)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돈을 빌려주는 상생에서 기술을 함께 만드는 상생으로."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산업의 경쟁 방식이 바뀌면서 협력사와의 상생 모델도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납품대금 조기 지급이나 저금리 금융 지원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연구개발(R&D) 실패 위험을 함께 부담하고, 실제 양산라인 수준의 테스트 환경까지 개방하는 '기술 동맹'으로 변화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가 최근 발표한 향후 5년간 1조4000억원 규모의 상생 투자 계획도 이러한 변화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단순히 협력사를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AI 반도체 시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공급망 자체를 키우겠다는 전략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 "실패해도 보상"...R&D 공식부터 바꿨다

이번 상생 모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R&D 도전 보상제'다.

국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투입하지만 실패에 따른 부담도 모두 떠안아야 했다. 기술력이 있어도 자금 부담 때문에 도전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해 협력사의 초기 개발비를 최대 50%까지 선제 지원하기로 했다. 더 주목할 부분은 연구가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기술적 기여도를 인정해 비용을 정산하는 방식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국내 대기업과 협력사 간 상생 프로그램 가운데서도 이례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개발 속도가 경쟁력"이라며 "실패 가능성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구조를 바꾸는 것이 결국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는 과거 성공한 프로젝트에만 보상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실패 자체도 혁신 과정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상생의 개념을 확장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 테스트 공장까지 개방...협력사가 곧 경쟁력

기술 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검증 과정이다. AI 반도체 공정은 미세화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어 실제 양산 환경에서 성능을 검증하지 못하면 사업화 자체가 어렵다. 하지만 중소 협력사가 수백억원을 들여 자체 테스트 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SK하이닉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약 1000평 규모의 공정 실증 시설인 '트리니티 팹(Trinity Fab)'을 구축해 2027년부터 협력사에 개방할 계획이다. 협력사들은 실제 양산과 동일한 환경에서 소재와 장비의 성능을 검증할 수 있게 된다.

분석측정지원센터 운영도 계속 확대한다. 협력사들이 고가의 분석 장비를 직접 구축하지 않아도 제품 신뢰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사업화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시대에는 대기업 한 곳의 경쟁력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HBM과 차세대 메모리는 수백 개 협력사의 소재와 부품, 장비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만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공급망이 곧 국가 경쟁력

SK하이닉스는 양산 이후 단계도 손봤다. 동반성장 펀드를 활용해 시설 투자와 운영 자금을 지원하고, 보안 시스템 구축과 스마트팩토리 전환, ESG와 안전관리 컨설팅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대금 지급 조건도 개선해 협력사의 현금 흐름을 안정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는 단순한 금융 지원을 넘어 공급망 전체의 체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AI 시장 확대와 함께 공급망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고객사는 제품 성능뿐 아니라 안정적인 생산 능력과 공급망 관리 역량까지 함께 평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협력사 생태계 강화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 AI 시대 상생의 핵심은 '함께 성장'

이번 SK하이닉스의 상생 모델은 기존의 '지원' 중심에서 '공동 성장'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개발부터 테스트, 양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협력사의 성장 전 주기를 지원하면서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특히 AI 반도체 산업에서는 협력사의 기술력이 곧 완제품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상생 전략은 단순한 ESG 활동을 넘어 미래 사업 전략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AI 시대 반도체 경쟁은 개별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생태계 경쟁이다. SK하이닉스가 1조4000억원 규모의 상생 자금을 꺼내 든 이유도 협력사를 돕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투자 대상이 바로 공급망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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