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에서 연쇄 강진이 발생한 지 8일 만에 건물 잔해 속에 고립되어 있던 40대 야간 경비원이 다국적 합동 구조대의 70시간에 걸친 수색 및 굴착 작업 끝에 극적으로 생환했다.
AP·AFP 통신,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 카티아라마르의 한 쇼핑센터에서 야간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에르난 알베르토 힐 플로레스(43)는 지난달 24일 발생한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약 9m 아래에 갇혀 있다가 2일(현지시간) 무사히 구조됐다.
구조대는 지난달 28일 음향 탐지 장비와 레이더 등을 활용해 그의 신호를 감지하고 생존 사실을 확인했다.
코스타리카 적십자의 한 구조대원은 AP에 “발견 당시 그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아내에게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결코 그를 두고 떠날 생각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칠레 구조대를 주축으로 베네수엘라, 미국, 포르투갈,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멕시코 등으로 구성된 합동 구조팀이 조직되어 70시간 동안 구조 작전을 전개했다.
구조 과정은 불안정한 건물 잔해 상태와 폭우, 지속적인 여진의 여파로 굴착 통로가 수차례 붕괴하는 위험 속에서 진행됐다. 구조대는 인접 건물의 추가 전도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금속 구조물을 정밀하게 절단하며 진입로를 뚫었다.
통로 확보 작업이 이어지는 동안 구조대는 콘크리트 균열 사이로 수색용 카메라를 밀어 넣어 피해자의 상태를 점검했다. 동시에 호스와 주사기를 동원해 콘크리트 틈새로 물과 전해질 음료, 의료용 수액을 지속 공급하며 탈수 증세를 방지했다. 또 칠레 소속의 베테랑 구조대원이 고립 기간 내내 대화를 지속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했다.
구조 직전 촬영된 영상에는 힐 플로레스가 잔해 내부에서 그림을 그리며 버티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현장에 참여한 유엔 재난평가조정팀(UNDAC) 관계자는 CNN에 지진 발생 7일이 지난 시점에서의 생환은 “오직 기적적인 구조”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재해 발생 후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은 72시간(3일) 안팎으로 간주된다.
힐 플로레스의 경우 지진 충격으로 주변 콘크리트 자재들이 무너져 내릴 때 본인이 머무르던 경비 초소가 형태를 유지한 덕에 잔해에 직접 깔리지 않았고, 초소 내부에 공기층(에어포켓)이 형성되면서 생존 조건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산소마스크를 쓴 상태로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인계되는 그를 향해 현장의 각국 구조대원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자축했다.
현장의 한 구조대원은 AFP에 “이렇게 힘든 작업은 본 적이 없다”며 “이렇게 장시간 오랫동안 이어진 구조작업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후 즉시 의료기관으로 이송된 힐 플로레스는 현재 안정적인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의 아내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잘못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슬픔의 나날을 보내다가 생존 소식을 듣고 한 줄기 희망을 본 것 같았다”며 “그는 정말 영웅처럼 버텨냈다”고 말했다.
구조된 힐 플로레스에게는 10살과 8살 된 두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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