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유라시아대륙 열차 횡단 9주년을 회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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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유라시아대륙 열차 횡단 9주년을 회고하며

경기일보 2026-07-02 19:24: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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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갑 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장·전 유라시아대륙 열차 횡단 탐사단장

 

7월3일이 되면 가슴이 뛴다. 2017년 우리나라 최초의 유라시아대륙 열차 횡단 탐사단이 대륙 횡단의 긴 여정을 시작한 날이기 때문이다. 아홉 해가 흘렀지만 차창 너머 끝없이 이어지던 농경지와 초원, 사막, 오래된 도시의 풍경은 아직도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일반적으로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하면 끝나지만 어떤 여행은 평생 마음속에서 이어진다. 유라시아 횡단은 필자에게 그런 여행이었다.

 

2017년 7월3일 경기일보와 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이 함께 꾸린 유라시아대륙 열차 횡단 탐사단은 평택항을 출발해 서해를 건넜다. 탐사단은 기자와 사진작가, 전문가, 청년 기업가 등 9명으로 구성됐으며 지역마다 전문 가이드가 동행했다. 7월5일 중국 롄윈강역에서 열차에 올라 카자흐스탄, 러시아,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스페인을 거쳐 포르투갈 리스본역에 도착했고 다시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 호카곶까지 향했다. 8월3일 귀국하기까지 모두 32일, 열차로만 26일 동안 22차례 갈아타며 1만4천여㎞를 달렸다. 하루 평균 700㎞를 이동하는 강행군이었지만 그만큼 대륙의 시간을 깊이 만날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경기도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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꾃유라시아대륙 열차 횡단 탐사단 평택항 출발 전 기념촬영. 횡단 탐사단 제공

 

이번 탐사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필자가 2015년 ‘철의 실크로드’ 학술토론회에서 품었던 질문인 ‘육로로 다시 연결되는 유라시아는 대한민국에 어떤 미래를 가져올 것인가.’ 그 답을 현장에서 찾기 위한 문명 탐사였다. 중국 시안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및 알마티,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한국 대사와 총영사, 현지의 한국 기업인들을 만났다. 유라시아 대륙이 열차로 연결되는 시대에 대한민국의 과제와 가능성을 함께 이야기했다.

 

열차는 정저우와 시안을 지나며 중국 문명의 뿌리를 보여줬다. 실크로드를 오갔던 상인과 승려들의 발걸음을 떠올렸고 1천300여년 전 불법을 찾아 인도와 서역으로 떠난 혜초가 머문 곳도 지나갔다. 둔황 막고굴에서는 천 년의 시간이 벽화 속에 살아 숨 쉬었고 투루판에서는 화염산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문명을 일군 인간의 의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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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횡단 열차. 횡단 탐사단 제공


중국 소수민족 위구르족의 도시인 우루무치에서는 또 다른 현실과 마주했다. 역마다 이어진 검색대와 무장경찰은 세계가 연결되는 시대에도 갈등과 긴장이 공존함을 보여줬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으로 들어서자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하늘이 시야를 트이게 했다. 그 아름다운 풍경 속에는 강제 이주의 아픔을 견뎌야 했던 고려인의 역사가 함께 스며 있었다. 여행은 풍경을 보는 일이 아니라 그 땅에 쌓인 시간을 읽는 일임을 그곳에서 배웠다.

 

열차는 다시 러시아를 지나 유럽으로 향했다. 통일된 독일에서는 한반도의 통일을 그렸고 파리에서는 산업혁명과 민주주의가 근대 유럽을 만든 힘이었음을 되새겼다.

 

마침내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 호카곶에 섰다. 대서양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처럼 다가왔고 문득 한반도가 떠올랐다. 세계의 중심은 다시 대륙을 가로지르는 철길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고 그 길은 사람과 물자뿐 아니라 문명과 미래를 연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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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대륙 열차 횡단 탐사단과 이강국 시안 총영사의 간담회. 중국 일대일로 정책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 중이다. 횡단 탐사단 제공

 

32일간의 횡단은 동아시아의 성장과 중앙아시아의 가능성, 유럽의 변화를 직접 확인하게 해준 여정이었다. 무엇보다 산업사회에서 인공지능 사회로 넘어가는 문명 대전환의 시대에는 경제력보다 인류가 함께 공감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는 나라가 미래를 이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9년이 지난 오늘, 대한민국은 세계적 경제력과 K-문화를 갖춘 나라로 성장했다. 이제 한국은 성장의 성과를 넘어 세계가 공감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 언젠가 한반도가 다시 대륙과 철길로 연결되는 날, 그 길은 교통망을 넘어 사람과 문명, 평화를 잇는 미래의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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