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산업계가 충청권을 글로벌 첨단산업 벨트로 구축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수도권 연계 교통망과 안정적인 용수·전력 공급망 등의 입지 조건이 주목받고 있다. 전후방 소재·부품·장비 생태계의 내실화와 전문 인력 확보는 과제로 떠올랐다.
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충청권은 이른바 교통·전력·물·부지 등 4대 요건을 두루 갖추면서 기업들의 신규 투자 최적지로 꼽힌다. 수도권과 인접한 데다 경부축·서해안축 KTX와 고속도로망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어 반도체 장비·소재는 물론 전문 인력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인천국제공항과도 가까워 해외 원자재 조달과 완제품 수출입 등 글로벌 공급망 측면에서 최상의 입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산업단지 내에는 에너지 기반 시설과 클린룸이 구축돼 반도체 전·후공정 및 패키징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청주·대전 일대는 대청댐에서 공급되는 풍부한 용수와 인근 발전설비를 활용한 안정적인 동력 확보가 장점이다. 천안·아산·세종 역시 서해안 산업단지 송전망과 연계돼 신규 팹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단기간에 끌어올 수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는 이날 국민보고회에서 "청주 신규 팹은 기존 청주 캠퍼스의 전력·용수를 연결해 이용할 수 있어 즉시 착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별도의 대규모 기초 인프라 구축 없이 투자가 곧바로 실행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는 취지다.
청주는 SK하이닉스 낸드 생산기반에 청주테크노폴리스와 오창의 이차전지 방사광가속기 산업벨트까지 아우르며 전·후공정과 첨단 패키징을 잇는 핵심 축으로 거듭나게 된다. 천안·온양은 범용 반도체 후공정 중심이던 캠퍼스를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거점으로 전환한다. 세종은 인공지능(AI) 서버용 고성능 패키지 기판 생산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아산은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차량용 디스플레이 클러스터로 확장한다.
여기에 대전은 카이스트(KAIST), 정부출연연구기관과 함께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R&D)과 반도체 가스 성능·안전 평가지원센터를 마련한다. 생산은 청주·천안·아산·세종이, 연구는 대전이 맡는 분업 구도다. 단일 권역 내에서 R&D부터 최종 양산까지 아울러 클러스터의 실행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후방을 지원하는 소부장·테스트 생태계를 더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발 지원 기능과 핵심 협력사 체계가 여전히 수도권에 쏠려 있는 탓이다. 실제로 칩 설계와 패키징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주요 협력사의 70% 이상이 판교 등 경기 남부권에 밀집해 있다.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한 정주 여건 개선과 맞춤형 교육 시스템 마련도 시급하다. 곽 대표는 지난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지방 이전 시 협력업체와 젊은 인재들이 함께 옮겨가는 과정에서 주거·문화보다 자녀 교육 문제가 가장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이 생산 기지를 구축하더라도 연구 전문 인력이 머무를 수 있는 교육·의료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도권 쏠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감한 규제 특례·세제 혜택 등 기업 환경 조성과 함께 핵심 인력 안착을 위한 주거·교육·의료 등 정주 여건 개선이 시급히 동반돼야 한다"며 "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키운 미국 오스틴의 사례처럼, 이번 메가 특구를 인재 양성과 산업 혁신을 동시에 담아내는 그릇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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