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시흥오이도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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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시흥오이도박물관

경기일보 2026-07-02 19:15: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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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오이도박물관 전경. 윤원규기자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며 빚어낸 서해안의 신비로운 풍경을 마주하며 걷다 보면 독특한 외관의 건축물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이도 해안의 거친 암석과 그곳에 단단히 붙어 사는 따개비를 형상화한 외벽, 그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신석기시대의 빗살무늬토기 모양으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푸른 하늘이 보이는 둥근 천장이 나타난다. 수도권 서남부의 역사 문화 거점으로 떠오른 시흥오이도박물관(관장 김대홍)은 독특한 외형과 재미난 실내 구조,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는 전시물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시립박물관이다.

 

‘섬이 아닌 섬’ 오이도는 100년 전만 해도 육지와 4㎞ 떨어진 46만7천788㎡ 규모의 섬마을이었다. 일제강점기인 1922년 염전을 만들기 위해 제방을 쌓으면서 육지와 연결됐고 1980년대 시화지구 개발 사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 특별한 섬에 자리 잡은 시흥오이도박물관은 수천년 전 한반도에 살았던 선사인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 조개더미의 비밀-오이도 신석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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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의 주름과 머리카락, 땀구멍까지 정교하게 재현한 극사실 인물 모형이 신석기시대의 풍경을 더욱 실감 나게 보여 준다. 윤원규기자

 

박물관 1층에서 아주대 도구박물관과 공동으로 기획한 순회 전시회 ‘조개더미의 비밀-오이도 신석기 이야기’와 마주한다. 김대홍 관장이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오이도 유적의 핵심인 패총을 중심으로 신석기시대의 해양문화와 삶을 조명하는 ‘조개더미의 비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2026 공사립 대학박물관 ‘K-뮤지엄 지역 순회전시 및 투어 지원사업’에 선정돼 마련된 것입니다.” 전시는 총 4개 주제로 구성돼 있다. 1부 ‘여기는 6천 년 전 바닷가’는 옛 지도와 유적 출토 자료,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미지를 통해 오이도의 역사를 전달한다. 2부 ‘조개더미를 마주하다’는 왜 오이도에 패총이 많은지를 알려준다. ‘배다리’로 불리는 안말의 패총, 패각 사진과 스크랩한 신문 기사는 오이도의 풍요로운 과거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3부 ‘조개더미 속 사람들’은 패총에서 출토된 굴과 소라, 빗살무늬토기와 돌, 작살 같은 생활도구를 통해 신석기시대 생활문화를 경험한다. 4부 ‘남겨진 시간, 이어진 미래’는 이 전시의 화두이자 결론이다.

 

“한때 개발로 사라질 뻔했던 오이도 패총은 지역민의 관심과 노력으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남게 됐습니다.” 임남진 학예사가 시흥 관내 지역민과 긴밀하게 협력해 운영하는 박물관의 사업 사례를 덧붙인다. ‘조개더미의 비밀’은 충북 청주와 충남 태안으로 순회 전시하며 이와 연계된 60여회의 다채로운 관광 프로그램과 영상 콘텐츠도 함께 운영된다. ‘소리를 들으며 걷는 오이도 여행, 바다가 시간을 기억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전시 연계 관광 프로그램 ‘오이도 사운드 투어’가 7월과 10월 진행된다. 여기에 더해 올해 박물관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주관하는 ‘근현대사박물관 협력망 지원사업’에도 최종 선정돼 국비 예산을 확보, 시화지구 개발과 간척 등 급격한 지형 변화를 겪은 시흥의 현대사를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춘 ‘가족 참여형 에듀테인먼트 보드게임 교구재’를 개발 중이다. 섬에서 육지로 변모한 오이도의 삶을 게임으로 즐기며 배울 수 있어 향후 ‘지역사 교육 표준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온몸으로 배우는 선사시대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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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어린이체험실에는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체험거리가 마련돼 있다. 윤원규기자

 

박물관은 해마다 다채로운 특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KB금융그룹 및 한국박물관협회와 손잡고 ‘전국 공립 박물관·미술관 무료 관람 프로젝트’의 일환인 ‘선사시대 바다와 조개 이야기’는 특히 큰 호응을 얻었다. “아이들이 직접 거품을 활용해 나만의 조개 모양 접시를 빚어보는 도예 체험은 특히 인기가 높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숨 쉬는 공간을 지향하는 오이도박물관은 기존 강사 중심의 틀을 깨고 유적의 역사성을 반영해 시민이 직접 콘텐츠를 기획·운영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현재 ‘2026년 오이도 유적 시민 채움 프로그램’을 공모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문화유산 활용 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변신을 거듭하는 박물관의 도전정신이 돋보인다.

 

■ 신석기인과 만나는 시간

 

박물관 3층 상설전시실에 들어서면 타임머신을 타고 신석기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영상이 상영된다. 영상 재생 후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전시실 입구에서 굴을 따는 신석기 여인과 조개를 캐는 아이를 만난다. 피부의 주름과 머리카락, 땀구멍까지 정교하게 재현한 극사실 인물 모형이 신석기시대의 풍경을 더욱 실감 나게 한다. 움집으로 향해 이동하던 아이가 선생님에게 말을 건다. “이 사람은 진짜 살아있는 것 같아요.” 움집 앞에 둘러앉아 생선을 굽는 선사인의 표정과 몸짓이 생생하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활을 쏘는 소년과 바느질하는 할머니가 있는 아담한 움집으로 들어간다. 선사인의 생활 모습을 관찰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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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시흥시 오이도 일대에서 발굴된 토기 및 유물들이 전시되고 있다. 윤원규기자

 

오이도 패총을 비롯해 시흥지역에서 출토된 다양한 유물 40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청자가 출토된 사적 413호인 방산동 유적, 구석기부터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유물이 쏟아진 장현 유적, 삼국시대 수장 무덤이 발굴된 은행동과 계수동 유적 등 이 섬을 무대로 살았던 옛사람의 흔적이 담긴 유물을 살펴본다. 선사시대 바닷가 사람들의 필수품인 작살과 낚싯바늘 및 그물추, 사냥에 쓰인 화살촉과 창과 돌도끼도 보인다. 백두산에서 난 흑요석으로 만든 화살촉을 보며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편다. 흑요석과 교환한 물건은 과연 무엇일까. 농경생활의 시작을 알리는 갈돌과 갈판, 돌낫은 아득한 옛날 이곳에 터를 잡았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보여준다. 구석기부터 조선시대까지 시흥의 역사를 한눈에 꿰어볼 수 있는 ‘시흥의 문화유산’도 구성이 훌륭하다.

 

시흥오이도박물관은 ‘보는 전시’에서 ‘참여하는 전시’를 추구하는 박물관답게 첨단시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신 증강현실(AR) 기술을 도입해 어린 관람객이 화면 속에서 물고기를 낚고 직접 굴을 딴다. 신석기시대의 의상을 착용해 보기도 한다. 오감을 자극하는 콘텐츠로 어린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끌어내는 전시가 재미있다.

 

■ 선사유적공원과 무상 자전거로 즐기는 서해안 낙조

 

박물관 밖으로 나오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2002년 섬 전체가 국가사적 제441호로 지정된 ‘시흥 오이도 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조성된 오이도 선사유적공원이 펼쳐진다. 공원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선사인의 생활상을 담은 다양한 조형물을 비롯해 우물터와 당제를 지내던 당산나무를 만날 수 있다. 공원 내 패총전시관과 선사체험마당, 야영마을에서 역사를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매년 4월부터 11월 초까지 운영되는 갯벌체험장이 마련돼 있다. 장화를 신고 직접 갯벌로 들어가 동죽, 방게, 칠게, 소라 같은 해양생물을 눈으로 보고 만져볼 수 있어 아이나 어른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 알뜰 여행객을 위한 시흥시의 배려가 고맙다. 시흥시는 문체부 공모사업을 통해 오이도박물관을 비롯한 주요 관광지 3곳에 총 57대의 관광 자전거를 비치하고 무상 대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분증만 지참하면 누구나 자전거를 빌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황새바위길, 빨강등대 등 오이도의 명소를 자유롭게 달릴 수 있다.

 

오이도에서의 낙조도 빠뜨릴 수 없다. 박물관 내부의 카페테리아 창가나 선사유적공원 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는 서해안의 해넘이는 온 세상을 주홍빛으로 물들이며 황홀한 감동을 선사한다. 지하철을 타고 당일치기로 훌쩍 떠날 수 있는 오이도. 이번 여름에는 5천 년 전 이 땅을 살다 간 고조선 사람들이 남긴 조개더미의 비밀을 찾아 시흥오이도박물관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김영호(한국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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