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없는 현대차·기아… R&D 디지털 전환 고품질 빚다[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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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없는 현대차·기아… R&D 디지털 전환 고품질 빚다[현장]

EV라운지 2026-07-02 19:02: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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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 랩 와이어카. 현대차그룹 제공
1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 늘 그렇듯 연구소 주변에서는 위장막을 두른 시험 차량들이 쉼 없이 도로를 오갔다. 출시를 앞둔 신차부터 미래차 기술을 검증하는 개발 차량까지 수십 대가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이날 ‘미디어 랩투어’를 마친 뒤 다시 바라본 시험차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차량 한 대가 완성되기까지 수없이 반복되는 검증과 작은 가능성도 놓치지 않으려는 품질 개선,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첨단 연구개발 기술이 응축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첨단 기술의 결합은 현대자동차그룹 경쟁력의 원동력이자,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준비하는 저력으로 읽혔다.

평소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는 현대차그룹 핵심 연구개발 기지가 이날만큼은 빗장을 풀고 100명이 넘는 대규모 취재진을 맞이했다. 이날 둘러본 남양기술연구소는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품질을 높이기 위한 미래차 연구개발이 한창이었다. 현장에서는 ▲적층 제조 솔루션 센터 ▲디지털 측정 센터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노바 랩 순으로 첨단 연구개발 과정 일부를 차례로 둘러봤다.

먼저 찾은 곳은 적층 제조 솔루션 센터(이하 AMSC)였다. 이곳은 금형 없이 설계 데이터만으로 부품을 제작하는 공간이다. 금속을 한 층씩 쌓아 올려 복잡한 형태의 부품도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기존 절삭 가공 방식은 필요한 형상을 만들기 위해 재료를 깎아내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소재 손실과 비용이 발생하지만, 적층 제조는 필요한 부분만 정밀하게 쌓아 제작해 재료 낭비를 줄이고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남양기술연구소는 적층제조를 선행 기술 개발이나 제품 설계 및 검증 등 차량 개발 전 과정에서 활용 중이다. 특히 설계 단계에서 시제품을 빠르게 제작해 성능과 품질을 검증하고, 설계 변경도 즉시 반영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양산 단계에서는 완성차 부품보다 작업용 지그와 검사 장비, 모터스포츠 소량 생산 부품 등에 우선 적용하고 있다. 현재는 안전 규제로 일반 승용차 핵심 부품 적용은 제한적이지만, AS 부품과 특수 부품 적용 범위는 점차 확대하고 있다는 게 연구소 측 설명이다.
WAAM 장비가 금속을 적층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적층제조 공법은 용도에 따라 구분된다. DLP는 UV 광원을 이용해 액상 레진을 면 단위로 한 번에 경화하는 방식으로 정밀도와 표면 품질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반면 SLA는 점 형태의 레이저를 빠르게 조사하며 층별로 경화해 복잡한 형상 구현에 강점을 갖는다. 두 공법 모두 차량 디자인 검증은 물론 단종된 헤리티지 차량 부품 복원에도 활용되고 있다. 현장에는 포니 사이드실 부품이 전시돼 있었는데, 기존 부품을 3D 스캔한 뒤 적층제조와 후가공, 도장까지 거쳐 원형과 질감을 정교하게 복원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와이어를 녹여 쌓는 WAAM은 대형 알루미늄 구조물과 모터 하우징 제작에 활용된다고 한다. 품질검사셀에서는 3차원 측정과 강도·충격 평가 등을 통해 사출 부품과 동일한 기준으로 성능을 검증한 뒤 실제 차량에 적용한다. 금속 분말 용융 설비는 세계 최초로 도입된 6레이저 시스템으로, 기존 공법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형상과 경량 고강성 부품 제작이 가능하다. 폴리머 분말소결셀은 지지대 없이 부품을 출력하는 PBF 방식으로 재료 낭비와 후처리 공정을 줄이는 것이 특징이다.
광학식 3D 스캐너로 수치 측정을 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그 다음으로는 디지털 측정 센터(이하 DMC)로 이동했다. 이곳은 차량 치수 품질을 데이터로 관리하는 공간이다. 외관 품질, NVH(소음·진동), 수밀, 기능 및 조립성 등 4대 품질 항목을 디지털 측정 기술로 검증한다. 특히 3차원 측정장비(CMM)로 차체 1대당 약 1000개 측정 포인트를 분석하고, 광학식 3D 스캐너와 자율주행 운반 로봇(AMR)을 활용해 도어·후드 등 무빙 부품도 자동으로 정밀 측정한다.

완성차 측정 단계에서는 조립 전후 데이터를 비교해 불량을 사전에 차단하고, 차량 전체를 스캔해 문제가 발생하면 바디·무빙·의장 등 어느 공정에서 원인이 생겼는지 즉시 추적할 수 있다. 무빙 동적 검증장에서는 초고속 카메라와 초당 500회 측정하는 센서를 활용해 도어와 테일게이트의 순간 변형까지 분석한다.

한진수 파이롯트품질검증팀장은 “약 600개의 평가 항목으로 구축한 측정 체계는 양산 공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DMC는 차량의 보이지 않는 품질까지 데이터로 관리하는 핵심 거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축적된 측정 데이터는 AI 기반 품질 관리에도 활용해 고객이 더욱 높은 품질의 차량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투어의 백미는 노바 랩(Next-generation Open Validation & Automation Lab)이었다. 노바 랩은 실차 제작 전 차량의 전기·전자 시스템을 검증하는 차세대 개방형 제어기 검증 시설이다.
와이어카를 활용해 차량 기능과 제어기 검증을 하는 연구원의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이곳의 핵심은 차량의 와이어링과 제어기, 전장 부품을 그대로 구현한 와이어카(Wire-car)다. 이를 통해 기능과 통신, 진단을 실차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검증한다. 현장에서는 공조와 램프, 시트 기능을 자동으로 점검하는 시연이 진행됐다. 저전압·과전압 등 다양한 가혹 조건도 구현해 시스템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했다. 이어 차량 구동 부하 장치와 ADAS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실제 주행 환경을 구현한 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차로 유지 보조(LKA),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후측방 충돌 경고(BCW)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도 실차처럼 검증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김상연 파이롯트전장제어개발팀 파트장은 “노바 랩은 실차 제작 전 통신 오류와 제어기 간 충돌 등을 미리 찾아내 SDV 완성도를 높이는 공간”이라며 “신차 한 대당 와이어카 단계에서 평균 150~200건의 문제점을 사전에 발견한다”고 말했다.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도 구축돼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치 레이싱 게임 속에 들어온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운전석을 중심으로 270도를 감싸는 거대한 곡면 스크린이 시야를 가득 채웠고, 9대의 4K·240Hz 프로젝터가 끊김 없이 하나의 도로를 구현했다.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외관. 현대차그룹 제공

운전석은 실제 차량과 다를 바 없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차체는 카본 소재를 사용했지만 스티어링 휠과 시트, 페달, 각종 스위치는 양산차 부품을 그대로 적용했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조작감 역시 실제 차량과 동일하다는 게 연구소 측 설명이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도로 재현 수준이었다. 현대차그룹은 남양기술연구소 주행시험장을 1㎜ 단위까지 정밀 스캔해 노면의 요철과 경사, 과속방지턱, 아스팔트 질감까지 가상 공간에 그대로 옮겼다.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구현하기 위해 차량 주변 지형만 불러오는 지형 서버 기술을 적용해 지연 없는 자연스러운 주행 환경을 구현했다.

시뮬레이터는 숙련된 연구원이 탑승해 개선 작업에 나선다. 장비는 전후·좌우·상하 움직임은 물론 롤·피치·요 운동과 최대 40Hz의 미세한 진동까지 구현하며 실제 도로를 달리는 감각을 전달한다. 이곳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양산차는 물론 현대 N과 제네시스 마그마 등 고성능 모델 개발에도 활용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독자적인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통해 앞으로 더 많은 차량과 시스템을 검증할 계획이다. 또한 해외 연구소와 데이터를 공유해 글로벌 공동 개발의 가교 역할도 도맡을 것이다. 정 책임은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는 단순히 하드웨어를 도입한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부터 평가기준까지 현대차·기아만의 독자적인 데이터와 기술이 집약된 가상 검증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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