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대연정 출범 1년 만에 개혁 패키지 합의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정부가 중산층과 저소득층 소득세를 줄여주는 대신 부자들에게는 세금을 더 많이 물리기로 했다. 또 이른바 '전화 병가' 제도를 폐지하는 등 노동문화 개선도 추진한다.
연립정부에 참여하는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사회민주당(SPD)은 2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36개 항목의 '개혁 패키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연정은 내년 1월부터 세제를 개편해 서민층에 연간 약 100억유로(약 17조7천억원)의 소득세를 감면하기로 했다. 자녀 2명을 두고 한해 소득이 6만유로(약 1억600만원)인 가구의 경우 연간 600유로(약 106만원) 이상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
반대로 연간 25만∼28만유로(약 4억4천200만∼4억9천500만원) 소득에는 45%, 그 이상은 47%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는 연 27만7천826유로(4억9천104만4천원) 넘는 소득에 붙는 45%가 최고 세율이다.
정부는 노동자가 병가를 많이 쓰는 게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보고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의사에게 직접 진료 없이 전화 통화만으로 병가확인서(노동불능확인서)를 받을 수 없고 확인서는 병가 첫날부터 고용주에게 내야 한다. 현행 노동법에는 원칙적으로 병가가 사흘을 넘길 경우 확인서를 제출하게 돼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독일은 병가 일수가 너무 많다"며 "새 제도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기업과 근로자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기간제 근로계약은 현재 최장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나고 이 기간 많으면 6번까지 갱신할 수 있다. 이는 "혁신에 투자하고 인력이 필요한 기업"을 위한 조치라고 연정은 설명했다. 노동시간을 늘리기 위해 일요일과 휴일 근무수당에 대한 세제 혜택도 확대된다.
연정은 또 은퇴 연령을 2090년대까지 단계적으로 70세까지 늘리고 노동자와 고용주가 내는 연금 기여금을 주식에 투자하도록 한 연금개혁 전문가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양당은 지난해 5월 이른바 좌우 대연정을 꾸리면서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개혁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소득세 개편 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최종 개혁안을 내놓는 데 1년 넘게 걸렸다. 합의가 늦어지면서 두 정당과 메르츠 총리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연정이 의견 충돌로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메르츠 총리는 "우리 시민들이 다툼 아닌 결정을 원한다는 걸 알고 있다. 우리가 그걸 실현했다"며 "지금 필요한 개혁을 위해 우리를 지지해달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CDU·CSU 연합 지지율은 22%로 1위 독일대안당(AfD·29%)과 격차가 7%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연정 소수파인 SPD는 12%로 녹색당(13%)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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