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을 선포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대통령이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2일 서울고법 형사12-1부(이승철 조진구 김민아 고법판사) 오전 10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공판에는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김용군 전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 등 주요 피의자들이 출석했다. 이들은 대부분 조은석 내란특검팀(내란특검)의 기소가 부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공소 기각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발언 기회를 얻어 12·3 비상계엄이 장기 독재를 위한 초석이 아니었으며, 계엄령 집행 과정에서 어떠한 위법 행위도 지시하지 않았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당시 국정원이 선관위 전산관리 시스템의 해킹 위험성과 보안 취약점을 지적한 바 있다"며 "이후 보안이 제대로 보완됐는지 점검하는 것은 계엄법 제7조와 제8조에 따라 계엄 상황에서 충분히 시행할 수 있는 정당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이는 계엄군의 선관위 진입을 특검이 '부정선거 수사 및 조작 시도'로 규정한 것을 반박하는 취지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특검측이 공소장에 자신에 대해 '장기 독재'의 목적이 있었다고 적시한 대목을 언급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만약 본인이 독재 권력을 구축하거나 장기 집권을 시도하려 했다면, 차라리 선관위 시스템에 계속 문제가 있는 상태로 두는 것이 독재에 더 유리했을 것"이라며 "오히려 선거제도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국민적 신뢰를 지키기 위해 보안 점검을 지시한 것인데, 이를 헌정 파괴 목적의 심리 쿠데타로 몰아가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수사와 점검은 본질적으로 다르고, 계엄이 장기간 유지될 수 없음을 인지한 상태에서 최소한의 보전 조치를 취한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이 '위헌성 평가'와 '형사상 내란죄 성립'이라는 서로 다른 차원의 개념을 의도적으로 혼동하며 프레임을 짜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 등에서 내려진 정치적·헌법적 위헌 판단이 형법상 내란죄의 구성 요건인 국헌문란의 목적이나 개별 피고인의 범죄 고의를 곧바로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은 "특검은 비상계엄이 위헌이므로 내란죄이고, 내란죄이므로 국헌문란 목적이 있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전형적인 순환논증"이라며 "의회독재와 다를 바 없는 야당의 행태에 대응한 단기적 비상조치였을 뿐, 시민 활동이나 언론에 대한 실질적인 제한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실제 집행 과정에서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군 병력에 실탄 지급을 철저히 금지했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가 통과되자마자 군이 즉각 철수한 객관적 경과를 보더라도 '국가를 장악하려는 폭동성'의 실체가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특검 측은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을 '책임 회피를 위한 변명'이라고 일축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검은 "비상계엄 선포와 담화문, 포고령의 내용은 일견 명백하게 위헌·위법했다"며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국가 긴급권을 남용해 헌법상 보장된 권력분립 제도와 의회 정치를 완전히 무력화하려 했다"고 질타했다.
특히 선관위와 국회에 군경을 출동시킨 목적이 치안 유지나 서버 보호였다는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검은 "당시 선관위나 국회 경내에는 군 병력이 출동해야 할 만한 어떠한 치안 수요나 혼란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정치인을 표적으로 삼은 합동 체포조가 구체적으로 기획되고 가동된 점을 볼 때, 군 출동의 본질은 의회를 제압하고 국회의원들의 의결권 행사를 침해하려는 실력 행사였다"고 강조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는 김 전 장관에 대해서도 특검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비상계엄 선포가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삼은 경우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며 1심에서 선고된 징역 30년보다 높은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오후에 이어진 공판에서는 범행의 사전 기획 여부를 입증할 핵심 물증인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을 두고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특검은 수첩이 계엄 선포 훨씬 전인 2023년 10월경 작성된 '계엄 기획 초안'이라며 야당 정치인 조기 구속 계획 등이 구체적으로 담겼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 전 사령관 측 변호인은 "수첩이 기획 문건이라면 왜 당시 군을 직접 지휘한 박종근 특전사령관이나 이진우 수방사령관의 이름은 누락되었겠느냐"며 "수첩 속 정치인 명단 등은 계엄 해제 이후 뉴스를 보며 사후에 개인적 상념을 적은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수첩에 적힌 '실미도', '차범근', '김두환' 등의 단어 역시 만취 상태에서 뉴스나 영화, 드라마 '야인시대'를 보며 잘못 적은 넋두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특검이 윤 전 대통령과 군부가 무인기를 통해 북한 무력 도발을 모의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한 것에 대해서도 "11월 중순에 이미 해당 작전의 중단을 스스로 결정했다"며 북한이 실제 재도발을 감행했던 11월 28일에 작전을 재개하지 않은 점, 계엄 포고령 사유에 북한 관련 내용이 전혀 없는 점 등을 언급하며 계엄 명분 조작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아울러 해당 행위는 북한의 오물풍선에 대응하기 위한 통상적인 군사 작전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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