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 전동킥보드·전기자전거 등)의 무분별한 방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차량과 행인들의 이동을 가로 막는 애물단지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특히 서울시가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도심 곳곳에 개인형 이동장치 전용 주차장을 설치했지만 그 마저도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민 혈세 수억원을 투입한 인프라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토바이에 점령당한 전동킥보드·전기자전거 주차장, 서울시 "이동권고 외엔 방법 없어"
서울시는 2022년부터 개인형 이동장치 전용 주차구역을 조성해 왔다.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자가 늘면서 차도와 인도를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세워지는 상황이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서울시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에 마련된 공유형 전동킥보드 전용 주차장은 총 475개소 가량이다. 전용 주차장 설치에는 개소 당 약 70만원, 총 3억3250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개인형 이동장치의 무분별한 방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전용 주차 공간을 마련한 것 외에 어떠한 추가 조치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혈세만 날리고 효과는 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르데스크가 광화문, 강남역, 신사역 등 도심 곳곳을 돌며 직접 확인한 결과, 개인형 이동장치가 아닌 오토바이(이륜차)가 세워져 있는 곳이 다수 목격됐다. 전용 주차장으로부터 멀지 않은 보행로에 개인형 이동장치가 방치돼 있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강남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박서연 씨(29·여·가명)는 "주차 가능 구역이라고 표시돼 있는 곳이 오토바이로 꽉 차 있다 보니 그냥 근처에 세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합정역 인근에서 만난 대학생 이준혁 씨(23·남)도 "전동킥보드 전용 주차 구역이 있다는 건 알고 있는데 막상 가보면 비어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어쩔 수 없이 인도 한쪽에 세우는데 혹시나 단속에 걸릴까 봐 불안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현행법상 개인형 이동장치 전용 주차구역에 오토바이를 세워두더라도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 보니 오토바이 이용자도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배달라이더 유인호 씨(27·남·가명)는 "자리가 비어 있을 땐 아무 생각 없이 오토바이를 세워두는 편이다"며 "위법이나 불법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조인혁 씨(32·남·가명)도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데 항상 전동킥보드 주차장에 세워두는 편이다"며 "별다른 제재나 단속이 없어 괜찮은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개인형 이동장치 주차구역은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만을 위해 마련해놓은 공간이 맞다"며 "주차장에 오토바이가 무단 주차돼 있는 경우 이동조치 등의 계도 외엔 마땅한 방도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에서 꾸준히 순찰하면서 해당 구역에 오토바이를 세우지 말라고 계도하곤 있지만 법적으로 해당 구역에 대한 단속 자체가 매우 애매해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동킥보드 이용자만 보이는 '가상 주차장' 구현한 오타와·대구시, 주차 준수율 90% 이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개인형 이동장치가 보행로 등에 방치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주차장을 고집하는 기존 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핀란드 헬싱키, 캐나다 밴쿠버 등 해외 유명 도시에서도 서울시와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다 오토바이 등 타 모빌리티의 간섭과 공간 확보 한계로 결국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캐나다 오타와는 가상 지정주차제(지오펜싱) 도입 후 2024년 평균 전동킥보드 주차 준수율이 95.3%에 달하는 성과를 거뒀다. 가상 지정주차제는 앱으로 지정 구역을 구현하기 때문에 오토바이의 무단 점유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가상 지정주차제 방식을 채택하는 지자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구광역시는 2024년 10월 지자체 최초로 GPS와 스마트폰 앱을 연동한 가상 주차구역을 도입해 시범 운영에 나섰다. 그 결과, 2025년 6월까지 주차 준수율이 85~90%에 달하는 성과를 거뒀다. 시행 첫 30일 동안 일 평균 76건이던 주차 미준수 건수는 서비스 종료 시점 기준 일 평균 33건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오토바이에 대한 최소한의 주차 인프라와 출구전략을 마련하지 않고 급하게 시행하다 보니 갈 곳 잃은 오토바이들이 개인형 이동장치 주차 구역으로 밀고 들어오는 것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앱을 통해 정확한 주차 가능 구역을 고지하고 유도하는 방식은 오토바이의 개인형 이동장치 주차장 침범을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안이다"며 "이용자들이 어플을 통해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 할 수 있기 때문에 편의성도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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