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부, 지자체 등의 청년 정책이 오히려 정치권과 기성세대에 대한 청년들의 반감을 키우는 기폭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청년 정책이 현금성 지원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시적인 현금 지원만으론 청년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향후 갚아야 할 빚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러한 부작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계속해서 같은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청년들을 무시하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음을 방증하는 결과라는 비판도 적지 않아 주목된다.
마구 쏟아내는 청년정책에도 청년세대 정부 불신임 여전히 높아…낮은 정책 호응도가 원인
재단법인 청년재단이 지난해 9월 8일부터 11일까지 전국 19세~39세 청년 1793명을 대상으로 '2025 청년정책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청년 의견이 사회에 잘 반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긍정(51.9%), 부정(48.1%)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 또 '현재 청년정책 방향과 청년이 기대하는 청년정책 간의 간극'이 어느 정도인지 묻는 질문에서는 10점 만점 평균 6.3점을 기록했다. 수혜자 입장에서 사실상 잃을 게 전혀 없는 정책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적지 않은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 대한 청년세대의 신뢰도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지난해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23∼2024년 전 세계 7만명을 대상으로 한 갤럽의 여론조사를 분석한 보도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 15∼29세 청년 64.8%가 정부를 믿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86.9%)와 이탈리아(68.4%), 미국(66.1%), 영국(65.3%)에 이어 5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청년들의 정부 불신임 비율의 평균은 50.4%였다. 또 삶의 만족도 관련해선 '삶에서 누리는 자유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26.5%로 조사 대상 국가 중 4번째로 높았다.
르데스크가 만난 대다수의 청년들은 이러한 현상의 결정적 이유로 정치권에서 내놓은 청년정책 자체가 청년들의 정서와 동 떨어져 있다는 점을 꼽았다. 직접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이마저도 현금 지원 일색인 부분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그들은 현금 지원 성격의 정책만으론 청년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나중엔 청년들이 갚아야 할 나라 빚만 키우는 처사인데 정치권에서는 매 번 비슷한 성격의 정책만 내놓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정부나 지자체에서 내놓는 청년 정책 중에는 조건을 갖추면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이 유독 많다. 청년 전용 금융 상품의 이자를 지원해주는 식으로 방식만 다른 현금성 지원 정책도 존재한다. 이들 정책에 투입되는 재원, 즉 청년들에게 지급하는 돈은 전부 국민 혈세다. 대표적으로 가장 최근에 실시한 청년미래적금만 보더라도 청년 가입자가 월 최대 50만원씩 3년 간 저축하면 정부 예산(기여금)을 더해 이자 이상의 확정 수익을 현금처럼 얹어준다. 3년 만기 시 최대 2255만원(원금 1800만원, 정부 기여금 216만원, 이자 239만원) 가량을 수령할 수 있어 최대 19.4%의 적금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밖에 현금 지원 성격의 청년정책으론 ▲무주택 청년에게 최장 24개월 동안 월 최대 20만원씩 주는 '청년월세 특별지원' ▲구직단념 청년(니트족 등)이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5주~25주)을 이수하면 최대 350만원을 주는 '청년도전지원사업' ▲미취업 또는 단기 근로 청년에게 최대 6개월 간 월 50만원씩 주는 '서울시 청년수당' ▲지역 내 청년들에게 분기 별 25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주는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갓 성인이 된 만 19세~20세 청년들에게 20만원 상당의 공연·전시 관람 포인트를 지급하는 '청년문화예술패스' ▲면접을 보는 청년들에게 면접 1회당 5만원, 최대 50만원을 지급하는 '경기도 면접수당' 등이 있다.
"사람은 바뀌었는데 정책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청년 고충의 근본적 이유 고민할 때"
강남역에서 만난 대학생 장수영 씨(21·남)는 "정부나 지자체가 내놓는 청년 정책들을 보면 소득이나 나이로 기준을 정해놓고 현금 찔끔 쥐어주는 식이 대부분이다"며 "청년 대상 적금 상품을 봐도 매 월 얼마 납입하면 정부 보조금을 더해서 만기 때 지급하는 식인데 솔직히 요즘 같은 시기에 몇 천 만원 목돈이 생긴다 해서 뭘 할 수 있나"고 토로했다. 이어 "진짜로 청년들의 고충을 해결주려고 한다면 진짜 뭐가 힘든지, 또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등을 고민해서 환경 자체를 바꿔줘야 한다"며 "일시적인 현금성 지원책으론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39세 이하 남녀 1000명에게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응답률 13.2%,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p)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에 일정액을 현금으로 지원한다는 정책에 대해 찬성 43.5%, 반대 56.5% 등이었다. 여성에 비해 남성의 반대가 더 높았으며 20대보다 30대에서 더욱 반대 응답이 더욱 많았다. 반대 이유로는 '지원 효과가 크지 않다'는 답변과 '정부 재정 부담이 크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만약 현금을 지원한다면 모든 청년보다는 취약계층 청년에 주는 게 낫다는 의견이 70%에 달했다.
같은 장소에서 만난 직장인 박지희 씨(30·여) 역시 "요즘 청년들은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엄청난 정보와 지식을 얻기 때문에 과거 청년들과는 인식이나 지적수준 자체가 다르다"며 "같은 맥락에서 예전과 같이 직접 현금을 주는 청년정책도 효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당장 집 문제만 해도 지금처럼 대출 다 막힌 상황에서 몇 천 만원 생긴다고 뭘 할 수가 있다"라며 "진정 정책 효과를 내고 싶으면 '누가 봐도 효과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가령 주담대 규제 배제 등과 같은 파격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광화문에서 만난 직장인 김성철 씨(31·남·가명)는 "특정 계층을 위한 정책을 고민하려면 무엇보다 수혜자들이 진짜 원하는 내용이 맞나하는 검증 작업부터 이뤄져야 한다"며 "청년들 대부분 정부 지원금이 내 주머니에서 빠져나오는 지 다 아는데 그걸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이 어디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요즘 청년들의 보편적 정서인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역차별, 불공정 등과 같은 내용이 들어가면 오히려 정책 자체를 시행 안 하는 게 낫다"며 "보편적 복지 보단 선별적 복지를, 현금지원성 정책 보단 진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우대 정책을 고민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다수의 전문가들도 불과 수년 전과 비교해 청년들의 정서가 크게 변했고 현실 판단 능력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점을 인지하고 그에 걸맞은 지원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청년 세대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현금 지원이 아니라 주거 마련을 돕는 금융 규제 완화와 취업·창업 기회 확대다"며 "정부 정책 역시 일회성 보조금 지급보다는 청년들의 구조적 자립을 돕는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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