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 감독도 한계…계속되는 간호사 ‘태움’, 대책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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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 감독도 한계…계속되는 간호사 ‘태움’, 대책은 있나

투데이신문 2026-07-02 16:54: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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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는 자료 사진.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는 자료 사진.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간호 조직 내 괴롭힘 문화인 ‘태움’으로 인한 비극이 다시 발생하면서 정부가 근로감독과 신고체계 강화를 예고한 가운데, 현장과 학계에서는 일회성 처벌을 넘어 적정 인력 확보와 감정노동 대응, 조직문화 개선을 아우르는 구조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초 경기 광주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던 27세 여성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우울증을 앓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인은 지난 2023년부터 3년간 해당 병원에서 근무하며 선배 간호사의 괴롭힘으로 극심한 우울감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고인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고 병원 측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조치는 일시적인 근무 시간 분리에 그쳤다. 이후에도 정신적 고통은 계속됐으며 이 과정에서 선배 간호사가 “신입이 자살 생각할 때까지 ‘태움’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졌다.

‘태움’은 선배 간호사나 관리자 등이 후배·신규 간호사를 강하게 몰아붙이거나 괴롭히는 문화를 가리킨다.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말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공개적인 질책과 모욕, 폭언, 무시, 따돌림 등을 포함하는 사례가 해마다 발생해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이에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간호사 태움과 성희롱 등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간호인력지원센터와 보건의료인력 인권지원센터를 통한 심리상담 및 노무·법률자문을 지원해 왔다. 인권보호 교육과 성폭력 방지 교육, 간호사 인식개선 캠페인 등도 추진했지만 현장의 변화는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광주 간호사 사건과 관련해 전날 오후 8시 25분 자신의 SNS에 “사람을 살리는 병원에서 누군가는 깊은 상처를 입고 끝내 삶을 포기하길 택했다”면서 “‘태움’은 교육도, 관행도, 조직문화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끔찍한 폭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해당 병원에 대한 근로감독 착수, 유사 위험이 있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불시 기획감독 실시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직장 내 괴롭힘과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를 점검하고,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의 태움 문화에 대해 경험을 묘사하거나 드라마 속 묘사된 태움 문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영상물들. [사진=유튜브 갈무리]

정부 부처들도 후속 대응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병원에 대한 기획감독에 착수하고 병·의원 전반의 조직문화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경기지방노동청과 성남지청은 감독을 통해 고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의혹뿐 아니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추가 피해 여부도 조사할 예정이다. 지역별로 괴롭힘 신고 사건이 다수 접수된 중소 병·의원을 중심으로 추가 근로감독도 이뤄질 전망이다. 

복지부 정은경 장관 역시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대책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직장 내 괴롭힘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간호사 태움 방지를 위한 조치 진행 상황을 점검해 미비점을 보완하겠다”며 “간호인력지원센터 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고용노동부 노동지청과 연계해 근로감독과 조직문화 컨설팅 등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장과 학계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대응과 병원 처벌 및 근로감독만으로는 태움 문화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인력 충원에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의료개혁 수준의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단기 대응을 넘어선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보건의료노조(이하 노조) 최복준 정책실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태움 문제는 부서마다 발생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대책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수술실에서는 위계적 조직관계가, 외래에서는 환자·보호자 대면 업무에서 비롯되는 감정노동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부서별 특성을 세분화해 살펴봐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특히 노조에 소속돼 있지 않은 의료기관은 문제를 제기하거나 협의할 통로가 부족해 갈등이 방치되기 쉽고, 결국 노동자가 퇴사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최 실장은 “태움 관련 사건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됐다가 빠르게 사라지는 휘발성이 강해 일회성 대응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병원 운영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간호인력을 늘리고 인력 운용체계를 바꾸는 것은 개별 병원의 조직문화 개선을 넘어 의료체계 전반을 손보는 의료개혁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인력 확충과 함께 감정노동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올해 산별중앙교섭 요구안에 노사가 공동으로 감정노동 실태를 조사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사용자 측과 공동 프로그램 및 상시 논의기구를 마련하고, 태움 문제를 단순한 조직 내부 갈등이 아닌 노동 안전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취지다. 

2020년 5월 12일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간호사 등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들이 간호사의 안전 및 인력 확충,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020년 5월 12일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간호사 등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들이 간호사의 안전 및 인력 확충,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학계에서도 태움 문화를 단일 원인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는 본보에 “태움 문화는 조직문화와 인력 부족, 과도한 업무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문제”라며 “해결을 위해서는 적정 인력 확보와 상호 존중하는 조직문화 조성, 공정한 신고·조사 체계 구축, 교육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조직과 제도 차원의 개선이 필요하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인력 충원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별 의료기관의 조직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면서 “결국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호협회)를 중심으로 간호계가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각 의료기관도 교육을 통해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간호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이 같은 문화를 답습하지 않도록 간호학과 재학 단계부터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교육과정에서 문제의 뿌리를 차단하는 것도 중요한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간호협회 백찬기 국장은 본보에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실제 필요한 인력보다 간호사 인력이 부족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신규 간호사가 현장에 들어오면 선임 간호사가 교육을 맡는 구조인데 선임 간호사 역시 많은 환자를 담당하는 상황에서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교육전담간호사 제도를 시행했지만 아직 시범사업에 머무르고 있다”며 “간호협회도 간호법 제정 이후 가장 먼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지만 관련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설명했다.

백 국장은 “간호협회 차원에서도 인권 문제와 관련해 신고를 받고 심리상담도 진행하는 등 노력을 해 왔다”면서도 “앞으로는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가 적정해질 수 있도록 법이 만들어져야 하고 병원들이 간호사를 제대로 채용할 수 있도록 보상체계도 뒤따라야 한다. 간호협회도 이 같은 변화가 현장에서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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