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등학교 야구부의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구호를 둘러싼 논란이 학교 밖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정문 앞에는 근조화환과 학생들을 응원하는 화환이 함께 늘어서고, 이를 보기 위해 시민들까지 몰리면서 학교 일대는 연일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학생들의 잘못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물어야 하지만 미성년 학생과 교육 현장 전체를 향한 과도한 사회적 비난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만큼 처벌과 교육의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르데스크가 찾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 배재고등학교 정문 앞은 평소 학교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교문 앞에는 근조화환과 축하화환 수십 개가 길게 늘어서 있었고 화환마다 서로 상반된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바닥에는 "아들들아 이런 쓰레기 보고 상처받지 마. 너희들은 우리의 미래다. 엄마가 지켜줄게"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도 붙어 있었다. 학생들을 향한 비판과 응원의 목소리가 한 공간에서 뒤섞인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학교 앞에는 하교하는 배재고 학생들과 인근 학교 학생들, 지역 주민뿐 아니라 논란의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찾아온 시민들까지 몰리면서 교문 일대가 북적였다. 일부 시민들은 화환에 적힌 문구를 하나하나 읽으며 사진을 찍었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취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새로운 화환이 계속 배달됐으며, 극우 성향 인사들의 변론을 맡아 알려진 이하상 변호사가 보낸 화환도 눈에 띄었다.
학교 앞을 찾은 시민들은 학생들의 행동은 분명 잘못됐지만 비난의 대상이 학생과 학교 전체로 확대되는 데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일부 시민들은 학생들이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성인들의 정치적 논리를 학생들에게 그대로 투영하거나 사회적 낙인을 찍는 방식의 비판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시민들은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물어야 하지만 역사 인식과 인성교육 역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5·18 민주화운동을 희화화하거나 폄훼하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만큼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교육을 통해 재발을 막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날 자녀를 데리러 온 한 학부모는 근조화환 앞에서 한동안 발걸음을 멈춘 채 문구를 살펴봤다. 인근을 지나던 다른 학교 학생들 역시 이번 논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으며, 시민들은 잇따라 화환과 학교 전경을 촬영하며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이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수정 씨(39·여)는 "어제부터 계속 화환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며 "고등학생들이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었겠느냐. 잘못은 분명하지만 학생들에게까지 과도한 비난이 이어지는 모습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학생들이 역사적 의미를 스스로 배우고 성찰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수형 씨(41·남)는 "학생들이 사안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근조화환을 보내는 등 과도한 방식의 비난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지만 사회적 매장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학교에서 이뤄지는 체계적인 역사교육과 올바른 가치관 교육"이라고 지적했다.
박명은 씨(67·여)는 "5·18 민주화운동이 교육과정에서 충분히 다뤄지고 있는지도 함께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학생들의 행동이 잘못된 것은 분명하지만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측면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처벌만이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역사교육과 인성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경기 당시 현장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제지와 지도가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경기장 논란에서 학교 전체 논란으로…"처벌만큼 중요한 것은 교육"
이번 논란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배재고와 광주제일고의 경기에서 시작됐다. 당시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 선수들은 6대2로 앞선 상황에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 등의 응원 구호를 외쳤다. 해당 표현은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비판을 받았다.
경기 당시 광주제일고 측이 심판에게 항의했고 심판이 배재고 측에 주의를 주면서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다음 날인 30일 경기 영상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논란은 전국적으로 번졌다. 배재고는 같은 날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고, 이규연 광주제일고 교장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항의 서한을 보내 엄중한 조치를 요구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지난 1일 긴급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2시간이 넘는 심의 끝에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6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의결했다. 공정위는 스포츠 정신에 반하는 행위로 경기장 질서를 문란하게 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징계 이후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온라인에서는 학생들과 학교를 향한 비판이 이어졌고 일부 시민들은 학교 앞으로 근조화환을 보내며 항의 의사를 표시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이번 사안을 정치적 프레임으로 해석하는 주장까지 이어지면서 논란은 경기장을 넘어 학교와 학생 전체를 향하는 양상으로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잘못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물어야 하지만, 미성년 학생들의 역사 인식 부족은 교육을 통해 바로잡아야 할 문제인 만큼 처벌과 교육의 균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학생들의 행동은 분명 잘못됐지만 비판 역시 무엇을 기준으로 어디까지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역사적 사건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했다면 이를 길러주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자 어른들의 책임이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물어야 하지만 학생들의 미래에 장기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처벌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논란에서 중요한 것은 화환 자체가 아니라 학생들에 대한 교육과 처벌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갈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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