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 관저를 이전하며 예산을 불법 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의 재판이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이정엽 부장판사)는 2일 김 전 실장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윤재순 전 총무비서관, 김오진 전 관리비서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김 전 비서실장에 대한 보석심문도 함께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검찰과 피고인 측 입장을 정리하고 입증 계획을 논의하는 절차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다.
이날 재판에는 보석심문을 받기 위해 김 전 실장만 법정에 나왔다. 이외 피고인들은 출석하지 않았다. 김 전 실장은 지난 5월 이 사건으로 인해 구속됐다.
김 전 실장의 변호인은 그가 도주·증거 인멸 우려가 없고, 최근 뇌출혈 수술을 받눈 등 건강 상태를 고려해 불구속 상태로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차 종합 특별검사팀(권창영 특별검사)은 "변호인이 제출한 증거 의견서만 봐도 모든 증인 진술에 부동의하고 있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구속 후 보석을 허가할 정도의 사정 변경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또 김 전 실장에게는 여전히 증거 인멸 우려가 있고, 지위와 영향력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이 발부된 만큼 구속 상태를 유지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김대기 전 실장은 "법은 잘 모르지만, 평생을 살면서 많은 사건을 봤는데 이 사건이 인신 구속까지 갈 일인지 의문"이라며 "특검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몰락했다. 어디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 전 비서관 등 사건 관계인들과 일절 연락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양측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기록을 검토한 뒤 보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증거에 대한 양측 의견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오는 15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첫 공판기일은 오는 22일로 정했다. 또한 올해 11월 말 선고를 목표로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건의 핵심 쟁점은 옛 외교부 장관 공관이 대통령 관저로 용도가 변경된 후 공사 단계부터 관리 주체가 어디였는지인 것 같다"며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 예산 사용의 적법성과 직권남용 성립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분은 증인신문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관련 법령 해석을 통해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실장 등은 2022년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 당시 무자격 업체인 21그램에 공사비를 지급하기 위해 관저 업무와 무관한 행정안전부 예산 20억9000만원을 불법 전용·집행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도 있다.
당시 관저 이전 예산 가운데 내부 인테리어 명목으로 편성된 예산은 14억4000만원이었는데, 실제 공사를 맡은 21그램은 41억2000만원가량의 인테리어 비용 견적서를 냈다.
애초 계획의 3배에 달하는 비용이 제기됐음에도 대통령실이 어떠한 검증이나 조정 없이 그대로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늘어난 공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행안부를 압박해 예산을 불법 집행했다고 보고 이들 4명을 지난달 재판에 넘겼다.
이는 지난 2월 25일 특검 출범 이후 '1호 기소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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