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제프프의 리믹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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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제프프의 리믹스 영상

엘르 2026-07-02 14:00:49 신고

제프프 리믹스 크리에이터. 유튜브 채널 ‘제프프’를 통해 영화· 드라마·예능 속 대사와 음절을 조합해 기존 음악을 재해석하거나 새로운 곡으로 작곡하는 리믹스 콘텐츠를 선보인다. 황정민 시리즈와 ‘무야호 리믹스’ ‘Squid Game: The Musical’ 등이 대표작이다.


영화나 드라마 속 대사와 발음을 조합해 기존 K팝 음악으로 리믹스하거나 새로운 멜로디로 작곡하고 영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황정민의 작품 속 대사로 제작한 ‘밤양갱’ ‘APT.’는 물론 〈오징어 게임〉 속 이정재의 신으로 곡을 창작해 뮤지컬화한 영상은 큰 인기였다

해외에는 이미 영화나 드라마를 리믹스한 콘텐츠가 많지만, 한국에는 비슷한 형식의 창작물이 거의 없었다. 특히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를 활용한 리믹스 영상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는데, 원작이 궁금해질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한국에는 드물게 보이는 콘텐츠라 ‘내가 해봐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영화와 음악을 모두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두 가지를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강력한 동기였다.


리믹스 밈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기 전 비트와 멜로디, 작곡에 관해 배운 적 있나

어릴 때부터 음악과 가까이 지냈다. 기타도 배웠고, 학교 밴드부에서 드럼도 연주했다.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했다. 그러다 나만의 긴 ‘하드 스토리’를 거친 후(웃음), 지금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게 됐다.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나? 소리를 먼저 떠올린 후 그에 맞는 작품과 대사를 탐색하는 편일까

대부분의 경우 대사가 먼저다. 작품 속에서 중심이 될 만한 대사를 찾고, 그 대사의 리듬과 플로에 맞춰 음악 장르와 분위기를 결정한다. 기존 곡을 활용하는 콘텐츠라면 음악을 먼저 선택하기도 하지만, 직접 작곡하는 리믹스의 경우에는 원래 대사의 흐름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음악이 대사를 따라가는 방식에 가깝다.


한 편의 리믹스 영상을 제작하는 데 얼마나 걸리나

작업마다 차이가 크다. 짧게는 이틀에서 사흘 정도 걸리지만, 가장 오래 걸린 작업은 2주 정도였다. 특히 황정민의 작품 속 대사를 모아 아이브의 ‘Kitsh’를 리믹스한 영상은 원하는 발음과 음절을 찾기 위해 같은 작품을 수없이 반복해서 보며 대사를 하나하나 찾아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작업을 끝내면 특정 작품의 대사를 대부분 외울 정도로 반복한다.


영상 댓글창에는 ‘AI가 판을 치는 세상에 이런 수작업은 귀하다’는 글이 많이 보인다. 이토록 대장정인 콘텐츠를 마음먹고 만든 첫 작품은

〈셔터 아일랜드〉(2010)다. 극중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때 “허어어억!” 하고 배우가 입으로 내는 숨소리가 음악적으로 쓰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꼈고, 확 꽂혔다. 일정한 숨소리는 일정한 리듬의 악기처럼 사용하기 좋다. 그 숨소리로 인트로의 포문을 열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먼저 무엇을 떠올리나? 소리로 치환할 대사들을 복기하는지

그렇지 않다(웃음). 영화를 본 뒤에는 친구와 공원 벤치에 앉아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좋아한다. 대화하며 작품을 오래 곱씹는다. 다만 가끔 어떤 대사는 플로와 음가가 완벽해서 그 자체로 하나의 멜로디처럼 들릴 때가 있다. 그런 순간이 오면 메모하거나 소리를 따로 기록한다. 이후 다시 작품을 볼 때 본격적으로 모으는 작업을 시작한다. 황정민 배우가 출연한 〈아수라〉에서 “아구, 좋다”는 대사를 처음 들었을 때도 곧바로 음악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조회 수 2400만 회에 육박하는 ‘Squid Game: The Musical’, 870만 뷰를 기록한 ‘황정민–밤양갱’, 770만 뷰에 육박하는 〈무한도전〉 ‘무야호’ 할아버지의 밈 음성을 활용한 ‘Mu Ya Ho Remix’까지. 대중은 왜 당신의 영상에 열광할까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힌 것 같다. 첫 번째 이유는 퀄리티다. 단순히 대사를 잘라 붙이는 게 아니라 음절 하나하나를 직접 찾아 자연스럽게 들리는 조합을 만드니까 퀄리티가 보장된다. 두 번째는 예상치 못한 변주다. 강렬한 욕설이나 익숙한 대사가 전혀 다른 단어와 문맥으로 바뀌면서 뒤통수를 치니까. 마지막으로는 확장성이다. 영상을 본 사람들이 댓글을 남기고, 새로운 밈을 만들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콘텐츠를 재해석한다. 작품이 영상 하나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 매력인 것 같다.


창작 당시 본인이 만족한 작품과 공개 후 대중의 반응이 엇갈릴 때도 있을 것 같다

그런 경우가 많다. 스스로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던 작품이 큰 반응을 얻지 못할 때도 있고, 반대로 아쉬웠던 작업이 예상보다 큰 사랑을 받기도 한다. 황정민 대사로 화사의 ‘Good goodbye’를 만든 영상이 그러하다. 시간이 지나며 느낀 건 결국 콘텐츠에도 대화의 여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친구와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것처럼 콘텐츠 역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고, 다시 찾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어야 오래 살아남는다. 내 창작물을 보고 원작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더없이 만족스럽다.


그나저나 황정민을 그토록 사랑하는 이유가 있을까? ‘제프프’ 채널에는 황정민의 작품이 시리즈로 묶일 정도로 많다. 심지어 ‘문명특급’ 채널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되기도 했다

정말 많이 사랑한다. 황정민 배우는 발성과 발음, 인토네이션이 뛰어나고 고유한 리듬과 플로가 명확하게 들린다. 리믹스 재료로 사용할 때 손실되는 부분이 거의 없다. 특히 〈수리남〉처럼 감정 표현이 세고 목소리의 높낮이가 크게 드러나는 작품은 리믹스에 훌륭한 재료가 된다. 그의 작품을 셀 수 없이 많이 봐왔기 때문에 완벽하게 대사를 외울 수 있었지만 ‘문명특급’에서 펼쳐진 황정민 배우와 대사 읊기 대결에서는 아니나 다를까 졌다.


최근 드라마 〈멋진 신세계〉와 협업도 진행했다. 신서리라는 캐릭터가 뱉은 거친 대사가 극중에서 리믹스 ‘밈’이 된다는 설정이었다. 개인 창작이 아닌 제작 단계부터 참여한 협업은 처음인데 어려움은 없었나

기존 콘텐츠를 활용하는 작업은 해봤지만, 제작진과 함께 기획 단계부터 논의하며 작업한 경험은 처음이라 신선했다. 협업하며 경계했던 건 불필요한 고민을 너무 오래 붙들지 않는 것이었다. 창작자의 심리 상태는 결과물에 생각보다 많이 반영된다. 협업은 함께 만드는 작업인 만큼 의뢰인이 원하는 방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개인적 취향과 의뢰인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 중요했고, 무엇보다 프로젝트 자체가 재미있어 망설임 없이 참여했다.


사극 톤은 멜로디로 승화하기 좋은 재료인가

말투마다 고유한 리듬이 있는데, 사극은 현대극보다 말의 속도가 느리고 음의 높낮이가 분명해 리믹스하기 좋다. 사투리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송강호 배우의 경상도 사투리는 속도가 너무 빨라 조금 어려운 재료다. 반면 영화 〈친구〉 속 유오성 배우의 사투리는 속도가 느리지만 리드미컬해서 훌륭한 재료다. 같은 경상도 사투리라도 사람마다 리듬이 다르고, 그 차이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


이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소리가 존재한다. 소리를 수집하는 당신의 리믹스는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까

모든 소리는 파동이다. 영화 대사든,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든, 신호등 소리든 본질적으로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다. 거의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신호등 경고음이나 지하철 안내음 같은 일상의 소리에서 아이디어를 얻곤 한다. 오늘 촬영장에 올 때도 지하철이 출발할 때 ‘윙~’ 하는 소리에 꽂혔다. 어떤 소리가 음악이 될지 모른다는 점이 늘 흥미롭다. 대사가 됐든 효과음이 됐든 그 원형이 음악이 아니었던 것이 음악이 될 수 있는 모든 재료에 손을 대보고 싶다. 그렇게 바꾸는 과정이 가장 즐거우니까.


유튜브나 영상이 아닌 새로운 매체로 영역을 넓히고 싶은 욕망도 있을까

아직 시도하지 못한 영역은 옛날 외국 광고다. 1980년대~2000년대 광고 속 대사와 특유의 발음을 활용해보고 싶다. 그리고 뮤지컬, 뮤지컬영화 장르에도 관심이 있다. 개인적으로 언젠가 DJ 파티를 열어보고 싶다. 내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제프프를 하나의 장르로 생각해도 될 만큼 대중은 당신의 소리를 좋아한다. 그 재료가 된 여러 작품과 대사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그들이 남긴 목소리는 내게 끝없는 가능성이다. 누군가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대사일지라도 나에게는 새로운 음악이 탄생하는 짜릿한 순간을 선사하니까. 앞으로도 이런 훌륭한 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선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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