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대규모 투자에 대만업체들 공급 압박 우려… 과잉 생산 경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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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대규모 투자에 대만업체들 공급 압박 우려… 과잉 생산 경고까지

M투데이 2026-07-02 11:07: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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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투데이 이세민 기자] 한국의 초대형 반도체 투자 계획이 대만 반도체 업계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서남권에 총 800조 원을 투자하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이번 계획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이어 광주 등 서남권을 제2의 대형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수도권 생산능력을 5년 내 2배로 확대하고, 당초 2040년대 중후반으로 예정됐던 일부 팹 건설 일정을 2030년대 중반까지 앞당기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대만 언론은 이번 발표를 비중 있게 다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6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두 회사의 생산능력 확대가 향후 대만 메모리 업체인 난야와 윈본드 등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표하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출처: KTV유튜브 캡쳐)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표하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출처: KTV유튜브 캡쳐)

단기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도체 공장은 투자 결정 이후 인허가,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 공장 건설, 장비 반입, 양산 안정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이번 투자가 곧바로 시장 공급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과잉 위험이 제기된다. AI 투자 붐이 2030년대 초반까지 현재 속도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대규모 팹이 본격 가동되는 시점에 수요 둔화와 공급 확대가 겹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 전문가들은 이를 ‘설비투자 함정’으로 표현했다. 막대한 공장과 장비 투자가 감가상각을 끝내기 전에 메모리 업황이 꺾이면, 높은 고정비 부담이 기업 실적을 압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투자기관들도 비슷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모닝스타는 향후 10년간 자본지출이 빨라질수록 장기 공급과잉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홍콩계 증권사 CLSA도 메모리 업황 하강은 이번 계획의 분명한 리스크라며, 다만 기업들이 투자 속도를 조절할 유연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가 30일 광주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출처:KTV 캡쳐)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가 30일 광주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출처:KTV 캡쳐)

반대로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씨티그룹은 정부 주도의 초대형 투자가 국내 반도체 장비와 소재·부품 공급망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대규모 클러스터 조성은 생산시설뿐 아니라 장비, 부품, 인력, 전력 인프라까지 함께 키우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생산능력 확대를 넘어 입지 다변화 성격도 갖고 있다. 노무라는 서남권 투자가 용인 클러스터의 인허가와 인프라 불확실성을 분산하기 위한 헤지 전략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한국 정부는 AI 시대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투자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향후 5년 안에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경쟁의 핵심은 더 많은 생산능력을 더 빨리 확보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관건은 수요가 실제로 그만큼 따라오느냐다.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HBM 수요가 계속 확대되면 서남권 클러스터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새 성장축이 될 수 있다. 반면 AI 투자가 둔화하면 대규모 설비는 공급과잉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대만 전문가들은 반도체 생태계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한다. 부지와 자금만으로 클러스터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력, 용수, 장비, 소재, 인력, 고객사 네트워크가 장기간 축적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반도체 투자의 성패는 속도보다 정밀한 단계 관리에 달려 있다. 정부와 기업이 수요 변화에 맞춰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전력·용수·인력·협력사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가 향후 공급과잉 논란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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