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먼트뉴스 이민호 기자] 유전성 희귀 근육 질환의 발병 원리가 밝혀져 기존 약물을 활용한 '정밀 맞춤 치료'의 길이 열렸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UC샌디에이고) 연구팀은 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유전성 희귀 신경근육질환인 '선천성 근무력증후군'(CMS)의 발병 기전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고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고 발표했다.
선천성 근무력증후군은 주로 영유아기에 발병해 심각한 근육 약화, 보행 및 호흡 곤란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 마비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연구팀은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 기술을 이용해 신경 신호를 근육 수축으로 전환하는 단백질인 '아세틸콜린 수용체'의 고해상도 구조 12개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유전적 돌연변이가 신경과 근육 간의 신호 전달을 방해하는 방식을 정확히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를 이끈 라이언 힙스 UC샌디에이고 신경생물학과 교수는 "수십 년간 어떤 돌연변이가 병을 일으키는지는 알았지만, 어떻게 수용체를 손상시키는지는 미스터리였다"며 "이제 분자 수준의 결함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법 설계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선천성 근무력증후군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빠른 채널' 유형은 돌연변이로 인해 수용체가 효율적으로 열리지 않는 경우다. 연구팀은 이 유형에서 특정 화합물로 수용체 기능을 부분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새로운 약물 결합 부위를 발견했다. 환자의 돌연변이 종류에 따라 효과적인 약물이 달라, 개인별 맞춤형 치료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느린 채널' 유형은 수용체가 비정상적으로 너무 오래 열려 신경근 접합부에 손상을 주는 경우다. 연구팀은 현재 치료에 쓰이는 퀴니딘, 플루옥세틴과 같은 약물이 결함이 있는 수용체를 차단하는 원리를 규명했다.
특히 연구팀은 여러 국가에서 이미 항우울제로 승인된 '레복세틴'이 '느린 채널' 유형의 비정상적인 수용체 활동을 선택적으로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약물은 이미 안전성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신약 개발보다 빠르게 임상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1저자인 환환 리 박사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선천성 근무력증후군 두 가지 유형을 설명하는 공통된 메커니즘을 밝혀냈다"며 "이는 새로 발견되는 환자 돌연변이를 이해하고 미래에 더 나은 치료법을 설계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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