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먼트뉴스 이광익 기자] 한때 유전체의 쓸모없는 부분으로 여겨졌던 '정크 DNA'가 암을 유발하는 핵심 경로를 조종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암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와 중국 톈진 의과대학교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최근 진화한 '정크 DNA' 유전인자가 암을 조절하는 고대 세포 경로에 통합되는 과정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과거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크(쓰레기) DNA'로 불렸던 이 유전 물질은 실제로는 유전자 기능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긴 비암호화 RNA(lncRNA)로 불리는 이들 중 다수는 영장류와 인간에게만 고유하게 나타나 암 연구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연구팀은 17종의 동물에 걸쳐 1만8000개의 lncRNA를 분석해 약 5억년의 진화 과정을 추적했다. 그 결과 최소 1개 이상의 암 유형과 관련된 lncRNA 약 5000개를 확인했다.
연구에 따르면 이들 lncRNA는 처음에는 기능이 없는 작은 RNA 조각으로 나타났다가, 점차 유전 물질을 통합하며 길이를 늘려 lncRNA로 진화했다. 이후 수억 년 전에 형성된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고대 세포 경로에 통합됐다.
연구팀은 'MIR497HG'라는 특정 lncRNA를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이 분자는 약 2900만년 전 인간과 마카크 원숭이의 공통 조상에서 처음 나타났다. 이후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긴 형태의 lncRNA로 발전하며 신진대사, 스트레스 반응, 세포 사멸 등과 관련된 고대 조절망에 연결됐다.
연구팀은 인체 줄기세포와 여러 암세포주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MIR497HG의 역할을 입증했다. 암세포에서 MIR497HG의 발현을 줄이자 암세포 성장이 촉진됐고, 반대로 발현을 복원하자 여러 종류의 암세포 증식이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MIR497HG가 암 진행을 예측하는 새로운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상 조직에서는 높은 수준으로 발현되지만, 암이 진행될수록 수치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또한 MIR497HG와 AMPK-페롭토시스 조절 축 사이의 연관성을 밝혀내 새로운 암 치료법 개발의 단서를 제공했다.
연구를 이끈 웬 웨이 애리조나 주립대 교수는 "진화생물학과 암 생물학을 결합해 젊은 RNA 분자가 세포의 가장 오래된 신호 네트워크 내에서 어떻게 조절 기능을 획득했는지 추적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조절 RNA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면 여러 암 유형에 걸쳐 바이오마커와 잠재적 치료 표적을 식별하는 새로운 틀을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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