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들이 만나 벙글벙글 웃는 ‘영월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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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들이 만나 벙글벙글 웃는 ‘영월살이’

더리더 2026-07-02 09:28: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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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지역을 택하]청년 소통의 장, 장기 정착으로 이어질 연계 정책 추진


우리나라에서 혼자 사는 가구는 지난 2024년 800만 가구를 넘어섰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같은 해 기준 1인 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했다. 세 가구 중 한 가구 이상이 1인 가구인 셈이다.

청년층에서도 1인 가구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2025년 발표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 가운데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2년 22.6%에서 2024년 23.8%로 1.2%포인트 상승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청년 인구 감소라는 문제에 직면한 강원 영월군은 지역에서 혼자 사는 청년이 관계를 맺고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커뮤니티’에 주목했다. 2024년 기준 군의 만 18~45세 청년 인구는 6727명, 이 중 청년 1인 가구는 1178가구로 집계됐다. 관내 청년 6명 중 1명은 혼자 살고 있는 것이다.

영월군종합사회복지관의 청년 1인 가구 사회적 관계망 형성 프로그램 ‘싱글(SINGLE)벙글’은 이런 상황에서 출발했다. 청년이 지역에 들어오는 것과 그곳에서 정주를 결심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일자리나 귀촌, 창업을 계기로 영월을 찾더라도 연고가 없는 청년 1인 가구는 퇴근 후나 주말에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끼기 쉽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인적 인프라에 주목…청년 커뮤니티를 만들다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채보화 영월군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혼자 지내는 청년이 겪기 쉬운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고 건강한 네트워크와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라며 “참여자들이 격주로 만나 문화·레저·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싱글벙글은 영월에 거주하는 청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채 복지사에 따르면 올해 프로그램에는 16명이 참여하고 있다. 그는 “지역에 또래 친구나 기댈 수 있는 관계망이 없다면 청년들이 결국 영월을 떠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며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일자리와 주거 등 물리적 여건뿐 아니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일방적인 강의보다 참여자의 관심사와 자연스러운 소통에 초점을 맞춘다. 베이킹과 영화 관람, 볼링, 천문 탐사, 래프팅, 템플스테이, 유리공예 등으로 구성된다. 활동의 종류와 순서에도 관계 형성을 위한 의도를 담았다. 

몸을 움직이거나 협동하는 활동으로 처음의 어색함을 풀고, 이후에는 차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배치해 관계를 깊게 형성해가는 방식이다. 천문대와 동강 등 영월의 지역 자원을 활용해 참여자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격주 수요일 저녁을 정기 모임 시간으로 정한 데도 이유가 있다. 채 복지사는 “직장인 청년들이 가장 피로감을 느끼는 주중 한가운데에 ‘쉼표’를 주자는 취지”라며 “매주 만나면 부담스럽고 한 달에 한 번은 관계가 느슨해질 수 있어 격주 모임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군의 재정적·제도적 지원과 복지관의 현장 운영을 결합해 진행한다. 복지관은 기획과 예산 집행, 참여자 모집·관리를 맡는다. 군과 지역 유관기관은 청년에게 필요한 자원과 정보를 연계한다. 채 복지사는 “전담 사회복지사가 매 회기 함께 해 모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진행에 따라 참여자들의 관계도 조금씩 달라졌다. 채 복지사는 “처음 1~2회 차에는 서로 눈치만 보고 어색해하던 청년들이 어느새 직장 생활과 영월 생활의 고충을 나누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과거 참여자 가운데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연을 맺고 결혼해 영월에 가정을 꾸린 커플도 있다”고 전했다.

◇또래를 만난 청년들이 말하는 영월살이
김민호씨(30·가명)는 경기도 안산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5학년 때 영월로 이사한 뒤 지금까지 지역에 살고 있다. 하지만 함께 자란 친구들 대부분이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를 찾아 영월을 떠났다. 김씨 역시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마다 영월을 떠나야 할지 고민했다고 했다.

독립한 뒤에도 영월에 남은 그는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는 법을 익혔지만, 친구들이 떠난 뒤에는 외로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카페에 붙은 홍보물을 통해 싱글벙글을 알게 됐다. 김씨는 “영월에서도 새로운 인연을 맺고 여러 체험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청했다”며 “타지 친구들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영월 안에서도 인간관계를 새롭게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낯선 사람들과의 거리도 조금씩 좁혀졌다. 그는 “어색하지만 대화를 조금씩 하면서 친해지는 기분이 들어 다음 프로그램 시간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 출신인 김규민씨(31)는 대학 진학을 계기로 1년 반 전 영월에 왔다. 어버이날 봉사활동을 위해 복지관을 찾았다가 담당자의 소개로 싱글벙글을 알게 됐다. 그는 “정기적으로 또래를 만나 이야기하고 소소한 즐길 거리를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아 신청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영월의 첫인상에 대해 “주말에도 인파가 거의 없을 만큼 사람이 부족한 곳이라고 느꼈고, 그만큼 여러 인프라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에는 “매번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이번 주에는 무슨 체험을 할 수 있을지 기대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청년을 위한 문화생활과 커뮤니티가 더 늘어나고 주말이나 공휴일에 즐길 거리도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취업을 계기로 2년 전 영월로 이주한 장민수씨(34·가명). 청년과 노동 인구가 부족한 지역의 현실은 역설적으로 그에게 새로운 취업 기회가 됐다. 그는 대도시보다 취업 기회를 찾기 쉽고 진입 장벽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점을 영월의 장점으로 꼽았다. 교통체증이 적고 자연을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는 점, 지역화폐 인센티브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장씨가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유는 외로움과 고립감을 덜기 위해서였다. 그는 “영월에도 또래들이 있다는 점에 놀랐다”며 “고립된 청년을 발굴해 활동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장기 정착 여건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는 “1인 가구가 거주하기 적합한 원룸 공급이 부족하고 월세도 비싼 편”이라며 “지역이 넓어 자가용이 없으면 출퇴근조차 어려울 만큼 교통 환경이 척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 상황에 대응할 의료시설과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할 인적·사회적 관계가 부족하다는 점도 불안 요소”라고 설명했다.

◇기회는 만들고 청년은 잇는다…영월군의 청년정책
군은 2020년부터 ‘청년이 희망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청년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을 단순한 정책 수혜자가 아니라 지역의 변화를 이끄는 주체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군 관계자는 “영월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지역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며 “청년의 유입과 정착이 지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담보하는 핵심 동력이라는 의미를 슬로건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군은 일자리·창업, 주거·복지, 문화·네트워크 등 세 영역을 연계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창업·정착 생태계 고도화’와 ‘청년 주도형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를 주요 목표로 설정했다. 청년 창업가와 로컬 크리에이터의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청년마켓’과 ‘영월 쪼매장’이 대표 사업이다. 군 관계자는 청년마켓을 대중 지향형 시장으로 쪼매장을 영월의 자연환경과 지역 이야기를 접목한 로컬마켓이라고 설명했다. 청년 기획단과 운영팀이 브랜딩과 판매자 모집 등 행사 전반을 직접 이끌도록 자율성을 부여한 점이 특징이다.

청년의 창업과 정착을 지원할 거점 공간도 조성하고 있다. 오는 10월 준공을 목표로 건립 중인 ‘영월 청년창업 상상허브’에는 코워킹 스페이스와 공유주방, 숙박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창업 준비와 사업 실험, 체류와 교류가 한 공간에서 이뤄지도록 해 청년 로컬 창업가의 성장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청년이 지역에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맞춤형 역량 교육과 공무원 시험 준비반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등 대도시 청년과 영월의 지역 자원을 연결하는 ‘넥스트로컬’ 사업을 통해 외지 청년이 영월을 경험하고 창업 가능성을 탐색할 기회도 제공한다.

군 관계자는 “단순한 일자리 연결을 넘어 영월의 자연환경과 지역 자원을 활용하는 로컬 창업가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며 “앞으로 상상허브를 중심으로 청년의 단기 체류가 중장기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주거와 일 경험을 연계한 정착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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