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올해 1분기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우리 경제가 17분기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가운데 지역별 성장 격차는 더욱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생산기지가 집중된 수도권과 충청권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호남권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머물면서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산업 기반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1분기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 잠정치에 따르면 전국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8%를 기록했다. 반도체 산단이 있는 수도권은 5.2%, 충청권은 4.2% 성장한 반면 호남권은 0%에 그쳐 5개 권역 가운데 가장 낮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시·도별로는 반도체 생산이 집중된 충북이 13.8%로 전국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고, 전남은 -0.8%를 기록하며 역성장하기도 했다. 국가데이터처는 반도체 생산 증가가 1분기 성장세를 견인했지만 관련 산업 기반이 부족한 지역은 성장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격차는 지방소멸 우려와도 맞물릴 수밖에 없다. 한국고용정보원 소멸위험지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38곳(60.2%)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특히 호남권은 청년층 유출이 지속되면서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지역 경제 위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산업 기반이 부족할수록 일자리 감소와 인구 유출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립경상대 경제학부 김공회 교수는 “조선이나 자동차 같은 대부분의 산업들은 지방에 다 있지만, 본사나 R&D, 금융, 기획 기능은 굉장히 빈약하고, 사업을 통해 돈을 벌어도 다양한 루트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라며 “반도체 초과 이윤이나 초과 세수를 사회적으로 잘 관리해서 산업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세대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면 좋은 시나리오지만, 그런 재조정 없이 성장만 계속되면 불균형이 계속 쌓여나가는 나쁜 시나리오가 된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광주·전남을 새로운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통해 광주·전남을 제2의 반도체 생산기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 2기, SK하이닉스 2기 등 메모리 반도체 팹 4기를 구축하는 내용으로, 투자 규모는 800조원에 달해 광주·전남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투자로 평가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충청권에는 AI 데이터센터, 영남권에는 피지컬 AI·로봇 산업 투자를 추진하는 등 권역별로 차별화된 첨단산업 거점을 조성해 10년간 100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산업계에서는 수도권의 용지 부족과 전력·용수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지방 분산은 불가피한 흐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반도체 공장 유치만으로 지역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반도체 산업은 업황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분기에도 일부 지역(대전 –7.5%, 충남 –4.1%, 전북 -2.8%)에서는 반도체와 전기장비 생산 감소의 영향으로 제조업 성장세가 둔화됐다.
이에 지방 균형발전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반도체 생산시설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연구개발 기능, AI 등 연관 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망과 용수 등 기반시설은 물론 청년 인재가 정착할 수 있는 주거·교육·문화 여건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성장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지방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반도체 산업의 경기 변동성을 고려한 중장기 전략도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 육성과 함께 산업 다변화와 정주 여건 개선이 함께 이뤄질 때 지방 균형발전 효과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대 경제학과 양준석 교수는 “공장을 짓는 동안에는 경제활동이 상당히 많아지기 때문에 짓는 동안에는 지역성장률이 많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어 “지금같은 강한 반도체 수요가 지속될 것인가가 문제인데,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국내 반도체 산업 자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공장을 운영하는 데에 필요한 기술자들이 지방에 정착해 살 수 있는 환경 조성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