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케빈 워시 의장이 최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위험은 완화됐지만 현재 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비대해진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줄이고, 통화정책의 핵심 수단을 다시 금리로 돌려놓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워시 의장은 1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이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연 중앙은행 포럼에 참석해 “최근 4주 동안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아졌고, 인플레 위험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 간 휴전 모드 진입으로 급등했던 국제유가가 빠르게 안정된 것이 기대 인플레 하락의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주변을 둘러보면 물가가 너무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물가 안정을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다시 다짐한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의 인플레 목표는 2%인데, 핵심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은 5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4.1%로 3년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에는 최근 유가 하락 효과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워시 의장은 전쟁 기간 나타난 유가 급등의 파급 효과와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수요 측면에서 관찰할 수 있다”면서도 “그것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지 판단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몫”이라고 했다. 특히 “실제 유가 충격이 광범위한 상품 전반으로 확산하는지를 봐야 한다”며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전반적 물가 압력으로 번지는지 여부를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치는 가운데, 워시 의장의 발언은 인플레 위험 완화와 높은 물가 수준을 동시에 언급해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다만 그는 통화정책 경로를 미리 예고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사실상 거부하며, 향후 금리 방향에 대한 구체적 신호를 차단했다.
이달 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이냐는 질문에 워시 의장은 “내가 원칙을 깨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그렇게는 안 될 것”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그는 “우리는 4주 후 만나 좋은 ‘가족 간 치열한 토론’을 하게 될 것”이라며 “회의실 문을 닫고 나면 좋은 토론을 하겠지만,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정치적 압력과의 거리 두기도 재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요구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워시 의장은 “우리는 독립적인 중앙은행”이라며 “그 점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워시 의장은 또 금융위기 이후 반복된 양적완화(QE)로 불어난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축소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거대한 대차대조표에 이르기까지 약 18년이 걸렸다”며 “양적완화가 재정정책에 가까운 영역까지 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약 6조7천억달러(약 1경400조원) 규모다.
이어 “이를 적정 규모로 줄이려면 18주보다는 훨씬 오래 걸릴 것”이라며 점진적 축소 방침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금리가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가장 핵심적 수단이 돼야 한다”며, 시장금리 전반에 고르게 영향을 미치는 금리 조정이 “전체 국민에게 가장 공정하게 적용되는 정책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자산매입에 의존했던 비상조치에서 벗어나, 전통적인 금리 정책 중심으로 복귀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인공지능(AI)의 급성장과 관련해서는 경제와 정책 운용 전반에 미칠 구조적 변화를 언급했다. 워시 의장은 AI 혁신을 “정책 운영과 경제 전반에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이라며 “이 혁명은 (야구로 치면) 1회나 2회 정도에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터넷 초창기 누구도 우버 운전사 같은 15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줄 몰랐던 것처럼, AI 역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일자리는 더 많아질 것”이라며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 우려에 선을 그었다.
이번 포럼은 워시 의장이 연준 의장 취임 후 처음으로 국제 무대에 공식 데뷔한 자리다. 행사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 티프 매클럼 캐나다은행 총재 등 주요국 중앙은행 수장들이 함께 참석해 글로벌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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