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숏드라마 ‘착한 아내는 끝났다’와 이준익 감독의 ‘아버지의 집밥’, 사진제공|MBC·레진스낵
[스포츠동아 이승미 기자] B급 감성이나 하위문화로 치부되던 ‘숏폼 드라마’가 기존 미디어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며 무서운 기세로 주류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숏폼 소비의 폭발적인 확산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제작 시스템이 맞물리면서 지상파 방송사는 물론 충무로의 스타 감독들과 대형 투자배급사들까지 앞다퉈 이 신흥 콘텐츠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레거시 미디어의 대표 주자인 지상파 방송사의 가세다. MBC는 지난 30일 첫 숏폼 드라마 ‘착한 아내는 끝났다’를 글로벌 플랫폼 드라마박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했다. 그동안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를 통해 축적한 연속극 제작 노하우를 압축적인 숏폼 포맷에 그대로 녹여낸 것이다. 불륜, 배신, 재벌 등 시청자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강렬한 소재를 앞세워 전통 드라마 문법을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영화계 거장과 흥행 감독들의 합류도 숏폼 시장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영화 ‘왕의 남자’, ‘동주’ 등을 연출한 이준익 감독은 세로형 숏드라마 ‘아버지의 집밥‘’ 통해 따뜻한 가족 서사를 짧은 호흡에 담아냈고,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 역시 특유의 유쾌한 감각을 살린 숏폼 드라마 ‘애 아빠는 남사친’을 공개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과거 신인 창작자들의 등용문 정도로 여겨졌던 숏폼은 이제 기성 스타 배우와 거장 연출자들까지 대거 합류하는 하나의 산업 영역으로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숏폼의 영토는 스마트폰 화면을 넘어 극장 스크린과 국제영화제까지 확장되고 있다. 피프티피프티 주연의 오컬트 코미디 ‘방과후 퇴마클럽: 소녀들의 밤’과 NCT 제노·재민 주연의 스포츠 성장물 ‘와인드업: 더 무비’는 플랫폼에서 검증된 인기를 바탕으로 가로형 스크린에 맞게 재편집돼 극장 단독 개봉을 확정했다.
영화제도 숏폼의 인기에 발 맞춰가고 있다. 7월 개막하는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이들 작품을 포함한 숏폼 영화 4편을 상영하는 ‘플랫폼 기획전: 숏폼 시네마‘’섹션을 처음으로 신설했다. 특히 이준익 감독의 ‘아버지의 집밥’을 비롯한 일부 작품은 모바일 감상 환경에 맞춘 세로 화면을 그대로 극장 스크린에 구현한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대형 영화 투자배급사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상반기 ‘왕과 사는 남자’를 비롯해 네 편의 흥행작을 배출한 쇼박스는 최근 글로벌 숏폼 드라마 플랫폼 ‘릴숏’과 콘텐츠 공동 제작 계약을 체결하고 인기 IP를 활용한 글로벌 숏폼 콘텐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영상업계 관계자는 숏드라마에 대해 “기존 영화나 드라마보다 제작비 부담과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어 창작자들이 소재와 장르 측면에서 훨씬 과감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앞으로 그 시장은 더 확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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