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호남권을 중심으로 반도체 팹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초대형 첨단산업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며 수주 가뭄에 시달려온 건설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생산시설 본체뿐 아니라 산업단지와 전력·용수망, 냉각·폐수처리시설, 도로·물류망, 배후주거지까지 연계 공사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다만 대규모 투자계획이 업계 전반의 실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고난도 시공 역량이 필요한 핵심 공사는 대형 건설사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고, 부지 선정과 인허가·기반시설 구축을 거쳐 실제 착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호남권 메가프로젝트가 건설업에 실질적 단비가 되기 위해서는 ‘사업 지연 최소화’와 공동도급·하도급을 통한 ‘낙수효과’가 관건이다.
◇1350조 메가프로젝트에 건설주 ‘불기둥’…수주 절벽 끝 단비 될까
정부는 지난 29일 청와대에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열고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분야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광주·전남을 포함한 서남권에 장기적으로 800조원을 투입해 메모리 반도체 팹 4기를 구축한다. SK·GS·네이버 등도 2029년까지 전국 5개 권역에 8.4기가와트(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조성하는 데 55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두 사업의 투자 규모만 단순 합산해도 1350조원에 달한다. 생산시설과 데이터센터 본체를 비롯해 산업단지 등 후속 공사 수요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 건설업계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대형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증시는 발표 직후부터 빠르게 반응했다. 광주·전남 연고 건설사들이 수혜주로 거론되면서 금호건설을 비롯한 관련 종목이 일제히 치솟았다.
그동안 건설업은 긴 침체를 겪어왔다. 따라서 호남을 중심으로 펼쳐질 반도체 팹과 데이터센터 건설전이 얼어붙은 업계에 새 수주 파이프라인을 열어줄 수 있다.
◇공장만 짓는 게 아니다…전력·용수·주거까지 일감 확산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12일 발표한 ‘건설동향브리핑’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는 분산에너지와 산업단지, 물류·주거·교통시설이 결합한 지역 단위 통합개발사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
반도체 팹과 산업단지 조성 역시 건설사에 새로운 일감을 제공한다. 다만 초정밀 클린룸과 무중단 전력·용수 공급망, 물류·폐수처리시설 등 고도의 시공·엔지니어링 역량이 필요해 관련 실적과 전문인력을 갖춘 대형 건설사가 수주 경쟁에서 유리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 공사는 기존 시공 경험을 갖춘 삼성물산과 삼성E&A, SK에코플랜트 등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며 “호남권에서는 중흥건설과 호반건설 등 지역 연고 업체도 일부 연계 공사에서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지역 건설업체의 의무 참여 제도가 일부 적용될 수는 있지만, 사업 규모가 큰 만큼 호남 지역 업체만으로 전체 물량을 소화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대형 건설사를 포함한 전국의 여러 업체가 공동도급이나 하도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형사 중심 수주 불가피…낙수효과보다 중요한 ‘실제 집행’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관련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건설업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이번 계획이 발표대로 실현된다면 건설사에게는 분명한 기회다. 침체가 깊어진 중소형 건설사도 하도급, 토목·부대공사로 일감이 늘어날 수 있다.
다만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는 부지 선정과 인허가, 전력·용수망 구축을 거쳐 착공과 준공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발표된 투자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고도의 기술력과 시공 경험이 요구되는 사업인 만큼 핵심 공사는 대형 건설사가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며 “공동도급과 하도급을 통해 관련 일감은 늘겠지만, 중소형 건설사 전반으로 수혜가 확산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손 실장은 “군산 새만금의 도로 등 기반시설 공사가 장기간 이어진 것도 당초 계획이 일정대로 추진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발표된 투자 규모 자체보다 사업이 단계적으로 차질 없이 진행되는지가 중요하다. 실제 집행 과정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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