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비의 다른 은비] 31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시원하고, 맑은, 푸르른 바닷물 같은 그 눈동자를 바라보면. 눈동자를 더 돋보이게 만드는 하얀 털을 부드럽게 만지고 있자면. 모든 근심이 이 순간만큼은 사라지는 것 같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집에서는 거의 누워 있는 내 곁에 다가와, 자신의 동그란 머리나 털복숭이 엉덩이 중 하나를 내 몸에 밀착하는 ‘우유’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 달 동안 임시 보호하고 있는 가장 친한 친구의 고양이 두 마리 중 누나인 우유. 그녀는 12살이고 사람 나이로 치면 완전 할머니다. 하지만 이렇게 귀여운 할머니가 존재할 수 있다니! 여전히 아기처럼 새로운 택배가 도착하면 콩콩콩 털복숭이 발로 달려와서는 어떤 존재인지 냄새를 맡고, 공기 중 날아다니는 자신의 털에 놀라 휙휙 도망가는 바보미를 뽐내고 있으니까!
우유의 모습. <사진=조은비 대표 제공>
지금은 고양이 할머니로서 커다란 백호 같은 자태를 자랑하지만 원래 우유는 사람의 수면양말에 쏘옥 들어갈 정도로 작았다. 어느 겨울 입양한 고양이를 만나러 오라는 친구의 말에 서울에서 부천까지 달려간 날. 작은 빵집에서 나를 기다리던 친구가 롱패딩 지퍼를 죽 열고 보여준 품 안의 하얀 털뭉치 아기 우유. 그 충격적인 귀여움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우유는 나와 닮은 면이 하나 있다. 새로운 세상으로의 ‘탈출’을 끊임없이 갈망하는 점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현관문 앞에 서서 “냐옹 냐옹” 문을 열어달라. 밖에 나가자는 우유에게 다가가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우리를 멀뚱멀뚱 쳐다보며 비몽사몽 잠에 빠져드는 동생 “빵이”를 본다. 고양이들도 이렇게 성격이 다르다니. 집고양이라는 운명이 우유에게만 유독 가혹한 것 같다.
그녀는 원래 살던 친구의 집을 완벽하게 탈출한 ‘경력’도 갖추었다. 친구는 한참 바깥을 애타게 뒤진 끝에 아파트 놀이터에서 걸어가는 우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빵이는 이미 풀잎을 몇 개 붙인 채 이미 집에 들어와 있었고. 잠깐 맛본 바깥세상이 우유에겐 마음에 들었고, 빵이에겐 무섭거나 시시했던 것 같다.
그런 우유를 위해 친구가 새로운 장난감을 보내왔다. 캣닢으로 만들어진 볼모양의 장난감인데 고양이들이 발로 볼을 굴리며 놀 수 있는 것이었다. 이것만큼은 12살 우유도 처음 접하는 장난감이라며! 다행히 새로운 장난감으로 호기심이 많은 우유의 시선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오늘도 인간인 나는 내가 있어야 할 바깥세상으로 나갔다.
우유가 안전한 집에서 낮잠을 자며 바깥세상을 마음껏 돌아다니는 꿈을 꾸면 좋겠다. 꿈 속에선 무엇이라도 가능하니까. 자신이 넘고 싶어하는 집냥이의 한계를 넘어 자유롭길. 12년간 이루어져온 잠깐씩의 탈출들을 통해 쌓은 바깥세상 기억들이 그녀가 꾸는 꿈을 한없이 자유로운 세상으로 만들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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