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류 외국인 유학생 30만명 시대가 열렸다. 정부의 도전적인 목표치였던 숫자가 현실이 된 지금, 우리는 유학생 정책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최근 교육부는 기존의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ANCHOR·앵커)’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이 단순히 학생을 머물게 하는 정주 공간을 넘어 지역 산업의 실질적인 ‘닻’이자 혁신 거점이 돼야 한다는 강력한 정책적 의지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현실은 여전히 역설적이다. 유학생은 넘쳐나는데 지역 제조 현장은 인력난에 허덕인다. 대학들은 정주 지표를 맞추기 위해 외국인 유치에 혈안이 돼 있지만 정작 이들을 지역 기업에 안착시키는 ‘산업 연결망’은 취약하다. 30만명이라는 숫자가 지방 소멸을 막는 방파제가 아닌, 행정적 숫자 놀음에 그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제 정책의 주도권을 ‘대학의 정주 지표 관리’에서 ‘지역 산업의 실질적 생산성’으로 전환해야 한다.
첫째, 유학생 선발 단계부터 ‘산업 현장 수요’를 최우선으로 반영해야 한다. 반도체, 뿌리산업, 첨단 제조업 등 지역 전략 산업이 요구하는 직무 역량을 갖춘 인재를 입학 단계부터 타기팅해 선발해야 한다. 단순히 한국어를 배우러 온 학생이 아니라 졸업 후 공장 현장에서 바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 예비 인력을 뽑는 비자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둘째, 대학은 ‘앵커’로서의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대학의 평가는 더 이상 유학생 충원율이 돼서는 안 된다. 졸업생이 지역 우수 기업의 생산성을 얼마나 향상시켰는지, 실질적인 ‘산업 투입률’이 핵심 평가지표가 돼야 한다. 기업 현장에 투입되지 못하는 학위는 국가적 자원 낭비일 뿐이다.
셋째, 정주지원금이라는 일회성 처방을 넘어선 ‘이민·정주 경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지자체 역시 취업 비자 연계, 가족 동반 거주 허용, 영주권 획득 등 글로벌 표준에 맞는 장기적인 비자 사다리를 설계해 정주가 경제적 보상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30만명의 유학생은 방치하면 지방 소멸을 가속하는 비용이 되지만 전략적으로 운용하면 지방경제를 살릴 가장 강력한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맹목적인 ‘숫자 늘리기’가 아니다. 산업 생태계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철저하게 생존과 이윤을 겨냥한 ‘산업인재 전략’만이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넘을 유일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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