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론을 일축한 뒤 이번에는 친한(친한동훈)계를 겨냥한 징계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를 리더십 회복의 신호라기보다 다시 ‘한동훈 변수’와 마주한 장 대표의 고민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내 갈등은 물론 민심의 흐름까지 ‘한동훈’을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장 대표의 리더십이 또다시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6·3 지방선거 패배 이후 장 대표는 당 안팎에서 거센 책임론에 직면했다.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장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재선거론을 띄웠다. 그 뒤 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당 기강 확립을 명분으로 강경 대응에 나섰다.
그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 친한계와 개혁 성향 의원들에 대한 대규모 징계 절차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에는 친한계와 초·재선 모임인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 등 20~30명에 대한 징계 요청서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동훈 의원을 지원하거나 선거운동에 참여한 의원들이 주요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당내 계파 갈등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장 대표의 ‘징계 정치’를 둘러싼 역풍도 만만치 않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박정훈 의원은 지난달 30일 MBC 라디오에서 “징계받아야 할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징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종오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보수 재건의 씨앗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도부가 과연 민심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우재준 청년최고위원 역시 채널A 유튜브 ‘정치시그널’에서 “징계 논란이 당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 대표와 한 의원의 미묘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도 연출됐다. 최근 한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주축인 국회 연구모임 ‘글로벌 외교안보포럼’에 가입한 뒤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는 인사를 남기자, 장 대표는 별다른 언급 없이 대화방을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두 사람의 현재 관계와 당내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민심도 장 대표에게는 부담이다. 최근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차기 보수 진영 정치지도자 적합도는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2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장 대표의 당대표 직무 수행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0%가 ‘잘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내 갈등의 중심에도, 차기 주자 경쟁에서도 한 의원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되는 양상이다.
한 의원 역시 복당 의사를 숨기지 않고 있다. 한 의원은 지난달 28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제명됐을 때 첫 일성이 ‘저는 반드시 돌아옵니다’였다”며 “돌아가는 방향은 절차만 남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장동혁 대표 등 당권파는 제가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 하겠지만 그런 무리한 행태도 이미 끝을 향해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장 대표 리더십의 최대 과제는 ‘한동훈 변수’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로 귀결된다. 친한계를 강하게 압박할수록 ‘한동훈 견제’라는 프레임이 선명해질 수 있고, 반대로 갈등을 봉합하면 당 장악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퇴론을 넘긴 뒤 꺼내든 징계 카드는 리더십 회복을 위한 승부수였지만, 역설적으로 다시 한동훈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내 영향력과 차기 주자 선호도 모두에서 한 의원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장 대표로서는 한동훈을 의식하지 않을 수도, 정면으로 밀어낼 수도 없는 딜레마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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