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잠자는 카드포인트'를 지역화폐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카드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사용하지 않는 포인트를 지역경제 활성화에 활용하겠다는 취지지만, 카드업계는 정책의 실효성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포인트 현금화와 자동사용 서비스를 확대해 사용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린 만큼 새로운 제도 도입에 앞서 기존 정책 효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정책을 계기로 카드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과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결제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업권 전반에서는 수익성이 악화되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생 회복을 위한 정책과 함께 카드산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할 제도적 논의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 수수료 0.5%·95% 우대에…본업 멈춘 카드사 '피눈물 역마진'
카드사는 은행과 사업구조가 다르다. 은행이 예금을 받아 대출하는 구조라면 카드사는 회사채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뒤 소비자가 카드로 결제하면 가맹점에 결제대금을 먼저 지급한다. 소비자는 통상 한 달 뒤 결제일에 대금을 갚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사실상 무이자로 신용을 이용하는 셈이다. 카드사는 이 과정에서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카드수수료를 통해 조달비용과 운영비를 충당하며 수익을 내는 구조로 성장해 왔다.
이 같은 사업모델은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가 도입되면서 변곡점을 맞았다. 적격비용 재산정은 3년마다 카드사의 원가를 분석해 영세·중소 가맹점의 우대수수료율을 조정하는 제도다. 이후 네 차례 재산정을 거치면서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카드수수료는 4.5%에서 0.5%로, 연 매출 3억~30억원 중소가맹점은 3.6%에서 1.1~1.5%까지 낮아졌다. 현재 우대수수료율 적용 대상은 전체 가맹점의 95%를 웃돈다.
카드업계는 소상공인 부담 완화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반복된 수수료 인하로 신용판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11월 열린 한국신용카드학회(KOCAS) 컨퍼런스에서도 적격비용 제도의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이날 발표된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등의 연구에서는 2024년 1분기 기준 가맹점수수료 원가를 약 1.92%로 추산하며, 현재 우대가맹점 수수료율을 고려할 경우 신용판매 부문에서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카드사는 14년간 수수료율이 지속적으로 인하된 반면 빅테크는 수수료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며 "동일한 결제시장에서 경쟁하는 만큼 규제 형평성을 확보하거나 카드수수료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민생정책 역할 커졌지만…산업 지속가능성도 과제로
결국 카드사들은 신용판매에서 줄어든 수익을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금융사업으로 메우는 구조가 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예금을 받을 수 없어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최근 여전채 금리가 4%대로 오르면서 조달비용 부담이 커졌다. 반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따라 카드론 영업은 위축되고 금리 인하 압박과 연체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금융사업의 수익성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소비쿠폰과 상생금융 확대 등 정부의 민생 회복 정책도 카드업계의 부담을 더하고 있다.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소비쿠폰 운영과 카드포인트 혜택 확대 등은 소비자 편익과 공공적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수익으로 이어지는 사업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공공적 역할이 확대되는 만큼 카드산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민생경제 회복과 취약계층 지원, 상생금융은 금융권이 함께해야 할 중요한 사회적 역할"이라면서도 "카드업계가 이러한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결제 인프라를 유지하고 새로운 서비스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와 제도 전반을 균형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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