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실손보험을 매개로 한 과잉진료의 대표 사례로 지목돼 온 도수치료 가격이 의료기관과 관계없이 4만원대로 통일된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으로 운영됐던 도수치료가 이날부터 관리급여로 전환된다. 적용 수가는 의료기관과 관계없이 1회 30분 기준 4만3850원이며 환자 본인 부담률은 95%다.
이용 횟수는 주 2회 이내, 연간 15회까지로 제한된다. 수술이나 골절 등으로 관절 구축, 강직 소견이 있는 경우 연간 최대 24회까지 인정된다.
관리급여를 적용받으려면 기본 물리치료와 단순재활치료를 최소 2주 이상, 4회 시행했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야 한다. 또 피로 회복이나 단순 체형 관리 등 질환 치료 목적이 아닌 도수치료는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적용 없이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다만 수술 환자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선행 치료 기간을 반드시 충족하지 않아도 관리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다.
그동안 도수치료는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으로 운영돼 병원마다 가격 차이가 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4년 비급여 가격 조사·분석 결과’에서 도수치료 1회 평균 금액은 약 10만7000원, 중간 금액은 10만원으로 나타났다. 최고 금액은 28만원으로 중간 금액의 2.8배 수준이었다.
도수치료는 올해 도입된 ‘관리급여’의 첫 사례가 됐다. 관리급여는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 선별급여 체계 안으로 편입하되, 가격과 이용 기준을 관리하고 환자 본인부담률을 높게 설정하는 방식이다. 복지부는 앞서 지난달 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관련 안건을 의결했다.
복지부는 이번 개편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과잉 이용이 우려되는 항목을 적정 관리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또 향후 3년 주기로 도수치료 운영 성과를 평가해 세부 기준을 보완할 예정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동시에 비용 부담도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5세대 실손보험은 비중증 비급여 통원의 경우 진료비의 50% 또는 5만원 중 큰 금액이 자기부담금으로 적용된다. 이에 따라 기존에 10만원짜리 도수치료를 받았다면 최소 5만원을 내야 했지만, 관리급여 전환 후에는 실제 지출이 약 4만1660원으로 낮아진다.
다만 의료계는 이번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국민의 치료권,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관리급여 반대 궐기대회’를 열고 “정부는 관리급여의 일방적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이날 “정부는 ‘관리급여’라는 이름으로 비급여 진료를 통제하려 하고 있다”며 “처음은 도수치료지만 내일은 체외충격파가 되고, 그 다음은 또 다른 비급여 진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복지부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는 지난해 도수치료 외에도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방사선온열치료를 관리급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도수치료를 제외한 나머지 2개 항목은 세부 기준이 확정된 후 시행될 예정이며, 체외충격파와 언어치료도 추후 논의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같은 통증이라도 환자마다 상태가 다르고, 같은 치료라도 필요한 시간과 횟수는 다르다”며 “이건 치료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의 자율성과 국민 선택권 박탈이 걸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 제도가 이대로 도입된다면, 현장 중심의 맞춤형 도수치료 중 절반 이상이 의료 현장에서 강제로 사장될 것”이라며 “통증 완화와 재활이 시급한 환자들이 꼭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돼,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도 “건보 재정에서 비용의 5%만 부담하면서 나머지 95%를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건보 재정을 아낀다는 명목으로 실손보험사를 배 불리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정부가 제도 강행을 멈추지 않는다면 법률 대응과 행정소송, 공정위 제소는 물론 제도 거부 투쟁까지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번 조치가 적용되면 보험사가 지급하는 실손보험금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폭리 보장 조치로 단정하는 것은 과장된 해석 아니냐는 게 보험업계의 대체적 해석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3일 발표한 ‘2025년 실손의료보험 사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료 수익은 약 18조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그러나 보험 손익은 1조8700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보험금 누수 확대와 관련해 도수치료 등이 포함된 근골격계 질환 항목을 주요 요인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해당 항목에 지급된 보험금은 2조6900억원으로, 전체 지급 보험금 16조9700억원의 15.8%를 차지해 치료 항목 중 가장 큰 비중을 기록했다. 뒤를 이은 암·뇌·심혈관질환 항목 2조5500억원보다도 1400억원가량 많았다.
일각에서는 의료계 반발의 배경을 단순 진료권 침해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도수치료가 그간 일부 의료기관의 주요 비급여 수익원으로 기능해 왔던 만큼, 관리급여 전환에 따른 수익성 변화에 대한 부담도 깔려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도수치료는 의과 분야 비급여 진료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해 왔다.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5년 상반기 비급여 보고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의과 분야 비급여 진료비 중 도수치료가 11.0%(1213억원)로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이어 체외충격파치료 6.8%(753억원), 상급병실료 1인실 5.4%(595억원) 순이었다.
제도 시행 전후로 의료 현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재활의학과는 도수치료 운영을 중단하기로 하고, 재활치료가 필요한 경우 대체 치료를 시행하겠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소비자 부담 완화 효과가 예상되는 가운데, 도수치료 제공 기관 감소에 따른 치료 접근성 문제는 당분간 쟁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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