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군사법원에서 허위 증언을 한 혐의(모해위증)로 기소된 김화동 해병대 2사단 1여단장(대령·전 해병대 사령관 비서실장)이 첫 정식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김 대령 측은 고의성이나 모해 목적이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김 대령의 변호인은 "모해 위증은 모해할 목적을 특정인에게 형사 처벌 또는 징계 등 불이익을 받게 하려는 의도로서 고도의 주관적 구성 요건에 해당하므로 단순히 상대방에게 불리한 내용의 진술이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쉽게 인정할 수는 없다"며 "그런데 본건에서 피고인이 박정훈(준장·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오해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허위로 진술하였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동기나 객관적인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김 대령이 당시 박 전 단장과 직무상 접점만 있었던 관계이며 이해 충돌한 사실도 없어 원한 관계 등 구체적인 모해 동기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특검이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피의자 신문 등 변론 기회를 주지도 않았고 공소장 접수 2시간 전에야 출석요구서를 보냈으며, 해당 사건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기에 기소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며 공소 기각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특검측은 "특별검사의 지휘 아래 최종 기소 결론이 내려진 만큼 공정성 침해 주장은 부당하다"며 "기존 관련 사건 수사에서 적법하게 확보된 증거를 신청한 것일 뿐, 공소 제기 이후의 위법한 수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는 위증죄 특성상 기존 기록을 토대로 신속히 기소하는 것이 통상적 관행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공판에는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 박 전 단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양측의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정 전 부사령관의 증인신문에서는 정 전 부사령관이 국방부 장관 주재 회의에서 작성한 이른바 '정종범 수첩'을 놓고 양측이 충돌했다. 정 전 부사령관의 수첩에는 '8월 9일 보고 물음표', '혐의자 누구누구 수사 송치 하면 안 됨', '법적 검토 결과 사람에 대해 조치 확인은 안 돼', '경찰이 필요한 수사 자료만 주면 됨' 등의 문구가 담겼다.
증인으로 나선 정 전 부사령관은 사령관이 이첩 보류를 명확히 지시했느냐는 질문에 "정확히 '이첩 보류해라', '기록을 보내지 마라'라는 명시적인 워딩이 들린 기억은 없다"면서도 "국방부 장관의 지시가 그러하니 협조하고 추진하라는 취지였고, 개인적으로는 이첩 보류를 전제로 한 지시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이후 증인으로 출석한 박 전 단장은 이를 단순한 의견 제시가 아닌 국방부의 부당한 압박으로 인식했다고 반박했다. 박 전 단장은 "당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전화를 걸어 혐의자, 혐의 내용, 죄명을 다 빼고 서류를 넘기라고 요구했다"며 "이후 직접적 과실이 있는 자(대대장 이하)로 한정하라는 지침을 내리기에 '결국 사단장을 빼라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공판에서는 '국방부 조사본부 이첩'을 누가 지시했는지를 두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김 대령은 앞서 군사법원 재판에서 "사령관이 먼저 제안했으나 수사단장이 해봐야 안 된다며 불편해했다"고 증언해 위증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증언을 두고 박 전 단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결과를 해병대 스스로 축소 왜곡할 수 없었기에 상급 부대인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제가 사령관에게 먼저 건의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상급 기관의 생리상 복잡한 사건을 받으려 하지 않을 것이므로 사령관이 국방부 고위층과 협의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국방부 차관 측으로부터 거부당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전 단장은 2023년 8월 1일 해병대 간부 회의 후 김 전 사령관에게 "(이종섭 국방부) 장관 귀국 후 보고할 때 수사 서류를 축소 왜곡하라는 지시를 거부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으나 김 전 사령관은 침묵했으며, 직권남용과 항명 사이에서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며 고민만 거듭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박 전 단장은 다음날 "책임지고 이첩하겠다"고 했고, 김 전 사령관이 "알았다"며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외압의 본질은 시기 연기가 아니라 혐의자를 빼라는 수사 왜곡이었다"며 "김 대령이 명확한 보류 지시가 있었다고 한 것은 명백한 위증"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 전 단장은 채해병 순직 사건 당시 수사 과정에서의 외압을 폭로한 뒤 군검찰에 의해 항명 등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특검이 항소를 취하하면서 무죄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반면 해병대는 올해 1월 구속영장 청구 및 기소 처분에 따라 모해위증 혐의를 받는 김 대령에게 직무에서 배제하는 '기소휴직'을 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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