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바다가 똥바다됐다"…6080 포항 해녀들이 상경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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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바다가 똥바다됐다"…6080 포항 해녀들이 상경한 이유

프레시안 2026-07-01 16:58: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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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9시 반, 서울 송파구 신천동 쌍용건설이 입주한 빌딩 앞은 꽹과리, 북소리가 연신 울려 퍼졌다. '피해보상'이 적힌 붉은 띠와 수건을 머리에 두른 해녀 52명이 돗자리를 깔고 대리석 바닥에 앉아 집회를 열었다.

경북 포항 호미곶면 구만리, 대보리의 해녀들이다. 지난 29일 오전에 도착해 1박 2일 동안 쌍용건설 본사 앞에서 농성했다. 가장 어린 해녀는 63세, 가장 연장자는 85세였다. 60~80대 노장년 여성들이 서울에서 노숙농성을 감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는 처 벌어먹으면서, 우리는 왜 다 죽이노!"

"아무 벌이가 없다. 순 못된 둥개비(따개비) 뿐이다. 황금바다가 똥바다가 됐다."

"우리한테 말도 없이 공사하고! 이젠 법대로 하란다!" (집회 중 해녀들의 말)

이들이 50년 넘게 물질을 해 온 호미곶면 앞바다는 지난 2021년 시작된 호미곶항 정비공사로 수중 환경이 바뀌었다. 해녀들에 따르면, 생산량은 2년 전부터 눈에 띄게 줄어 평균 70% 이상 감소했고, 성게, 고동 등 작물의 질도 시장에 내다팔지 못할 정도로 악화했다. 많은 해녀가 올해부턴 아예 물질을 포기했다.

이날 <프레시안>과 만난 해녀 장무해(68) 씨는 "하수구 수챗구멍 알제? 그냥 수챗구멍이다. 황금바다가 뻘이 됐다"고 말하며 혀를 찼다. 바다 식물이 풍부해 푸릇푸릇했던 해저였는데, 지금은 백화현상 등으로 푸른색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장 씨는 "나도 올해는 한 번도 물에 안 들어갔다"고 했다.

▲호미곶항 정비공사 피해해녀 대책위원회 해녀들이 6월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신천동 쌍용건설이 입주한 빌딩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프레시안(손가영)

▲호미곶항 정비공사 피해해녀 대책위원회 해녀들이 6월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신천동 쌍용건설이 입주한 빌딩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프레시안(손가영)

해녀 대표 정미자(77) 씨는 "하루하루 달라졌지만, 확연히 피해가 체감된 건 2년 전쯤이었다"고 했다. "한 달 반 벌이로 500~1000만 원은 벌었다면, 날이 갈수록 계속 줄기 시작해 지난해엔 100만 원도 벌지 못했다"는 것이다.

호미곶은 성게가 특히 유명하다. 말똥성게, 보라성게는 일본에 수출할 만큼 품질이 뛰어났다. 정 씨는 밝은 주황색인 테왁(부력 도구)을 가리키며 "딱 저게 성게 색깔인데, 지금은 시커멓다"며 "그런 건 못 판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보라성게가 미역 먹으려고 조롱조롱 다 붙어 있어야 하는데, 쎄멘(시멘트) 물이 다 덮쳐서 풀도, 작물도 다 사라졌다"고 한탄했다.

꽹과리를 치던 해녀 A 씨도 "예전에 10kg(킬로그램) 잡던 거 지금은 3kg도 안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도 못 먹으면 '빼짝' 마른다. 고동, 성게, 소라도 똑같다"며 "작물이 있어도 다 작고, 내다 팔 게 없다"고 답답해했다.

그렇다고 옆 바다로 가서 물질을 하면, 이윤이 거의 남지 않았다. 정 씨는 "예전엔 10을 벌면 3을 어촌계장에게 주고 7을 우리가 벌었는데, 옆 바다로 가면 7을 주고 3 정도만 번다"고 설명했다. 이동을 책임지는 업체에 이동비와 수수료 등을 내야 하고 식사도 따로 챙겨가야 하기에, 다른 바다에서 물질을 계속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생계 달린 일인데공사 시작·규모, 해녀는 알지도 못 했다

정 씨는 2021년 호미곶항 정비공사가 시작한 후부터 변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태풍 상륙 등 기상이 악화한 때에도 어선이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도록 방파제 등을 재정비한 공사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이 발주하고, 쌍용건설이 시공했다. 최근 공사가 완료돼 마무리 작업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녀들은 공사가 시작된 후, 바다에서 중장비 등을 눈으로 보고서야 공사 사실을 처음 알았다. 정 씨는 "어촌계장, 선주협회, 양식어장 관계자 등 7명이 모여서 다 협상하고 동의서에 사인해줬다"며 "우리가 일하는 바다인데, 어떻게 우리한테 말을 안 하고, 알려주지도 않고, 상의도 안하느냐? 간담회라도 해야 할 거 아니냐?"고 말했다.

▲공사 시작 전인 2019년 2월 13일(왼쪽)과 공사가 진행 중인 2023년 10월 25일(오른쪽) 구글어스 위성사진. ⓒ구글어스

당시 정 씨가 어촌계장에게 '이게 무슨 공사인지, 우리에게 피해는 없는지' 등을 따져 묻자 '국가에서 하는 공사라 보상은 없다'는 답만 되풀이해서 들었다고 했다.

부족한 설명에 공사의 여파를 제대로 예상하지 못했던 해녀들은, 2년 전부터 피해를 체감하며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 정 씨는 "처음엔 호미곶항 항구 앞에만 작게 한다고 해서 참고 넘어 갔다"며 "그런데 어느 순간 해녀들 어장 가까이까지 막 넓혀서 공사를 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해녀 김춘희(79) 씨는 "우리 세대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7년, 10년,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며 "바다는 그리 빨리 안 살아난다"고 말했다.

평생 물질만, 싸울 방법도 몰라…"법대로"만 되뇌는 발주처·시공사

해녀들은 올해 6월경 호미곶항 정비공사 피해해녀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왜 늦게 대책위가 꾸려졌느냐고 묻자, 서인만 사무국장은 "평생을 물질만 한 분들"이라며 "법, 사회제도, (투쟁) 경험 등을 어떻게 알겠느냐"고 말했다. "공사 시작 직후엔 피해가 바로 체감되지 않다가, 1년 씩 지나면서 피해가 누적됐다"며 "결국 (방파제가 들어서며) 조류까지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해녀 대책위는 지난 5일 호미곶항 주변에서 처음 집회를 열었고, 쌍용건설, 포항해양수산청 등에 제대로 된 보상안을 요구했다. 정 씨는 "떠들기 시작하니까 (수산청에서) 어촌계장들을 불러 위로금 조로 생산자(해녀)한테 얼마씩 주겠다고 했는데, 여기 오는 경비도 안 되더라"며 "우리는 제대로 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숙농성이 열린 29~30일 대책위 측은 쌍용건설 관계자를 만났다. 그러나 서 국장은 "시공사는 발주처 시방서대로 공사를 했을 뿐이고, 공사가 다 끝나 예산이 다 소진됐다"며 "법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를 하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쌍용건설은 지난 3일 통화에서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포항해양수산청 어항건설과 관계자는 "해당 공사는 어촌·어항법에 따라 시행됐다. 어촌어항법에 따라 (해당 보상을 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며 "방법을 찾자면 국가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중앙환경분쟁조정위 등에 신청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도의적 차원에서 방법을 논의했으나 한 차례 불발됐다"며 "관련 상황은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50여년 동안 호미곶 앞바다에서 물질을 해온 해녀 김춘희 씨. ⓒ프레시안(손가영)

삶의 터전 빼앗긴 해녀들, 제대로 된 보상 요구

정 씨는 쌍용건설과의 면담에서도 "'법대로 하라'는 말만 들었다"며 "내 이름 석 자도 못 쓰는데 우리가 뭘 아나. 우리가 변호사가 있나, 뭣이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가에서 하는 공사라 보상은 없다고 하는데, 그럼 국가는 우리한테 왜 공사한다는 말 한마디, 간담회하자는 말 한마디도 없었나"고 물었다.

해녀들의 바람은 "내가 살던 바다에서 살던 대로 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바람이 불가능해졌기에, 제대로 된 보상을 책임지라고 시공사와 발주처에 요구한다. 김 씨는 "여기 다 50~60년 물질하며 애들 공부시켜 대학 보내고, 가족 먹이고, 갑옷(잠수복)만 있으면 뭐든 하면서 살아 온 사람들"이라며 "우리 터전을 왜 뺏어 가느냐"고 항의했다.

김 씨는 "독한 파도랑 50년 싸워 왔다 보니 우리도 독해졌다"며 "나이 많은 사람들이 그냥 서울까지 왔겠나. 계속 싸울 거다. 앞으로 쌍용건설, 포항시청, 경북도청, 해양수산부 다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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