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현은빈 기자】 “기업의 기술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사람의 가능성을 넓히고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데 쓰일 때 더 큰 의미를 갖는 것 같다.”
HS효성 조현상 부회장이 1일 창립 2주년을 앞두고 진행된 장애인 사이클 국가대표 박찬종 선수의 북콘서트 ‘한계를 넘어, 가치 또 같이’에서 한 말이다. 효성그룹으로부터 독립한 HS효성은 기업의 성장과 사회적 가치 창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철학 아래 ‘가치경영(Value Management)’을 펼치고 있다.
실제 박찬종 선수 지원도 가치경영의 연장선에 있다. HS효성첨단소재 탄소재료PU와 복합재료연구팀이 전북대학교 탄소의료기기센터와 협력해 박 선수의 신체 특성과 주행 환경에 맞춘 맞춤형 의족 소켓을 제작했다. 박 선수는 현재 HS효성첨단소재 앰버서더로 활동하며 기업의 기술과 사회적 가치가 결합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창립 2주년을 맞아 공표한 새로운 전략 키워드도 가치경영의 일환이다. HS효성은 지난 6월 30일 서울 마포 본사에서 열린 창립 기념행사에서 ‘헤리티지 DNA(Heritage DNA)’를 선언했다. 효성이 60년 역사 속에서 쌓아온 전통을 완벽하게 계승하는 동시에 타협 없는 기본기를 통해 미래 시장에서 압도적인 초격차를 실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로써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을 돌파하고, 보다 두터운 책임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HS효성의 전환기라 할 수 있다. 창립 1주년에는 ‘파운딩 스피릿(Founding Spirit)’을 통해 창업 정신과 조직 정체성을 다졌다면 2주년은 ‘헤리티지 DNA’ 정신을 앞세워 미래 전략 실행을 위한 도약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고 지배구조 정비를 마무리하는 한편, 신사업 투자와 글로벌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변화는 실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HS효성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조4099억원, 영업이익 46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95.3%, 117.1% 증가한 수치다. 다만 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 3320억원, 영업이익 10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3%, 1.2% 감소했다. 이는 판가와 물량 축소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주목할 부분은 독립 경영 체제 구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 분리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지주회사가 상장 자회사 지분 3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HS효성은 지난 6월 16일 HS효성첨단소재의 지분율을 30.04%까지 올리며 요건을 충족했다. 다만 동일인과 그 친족이 상대 회사의 지분을 3% 미만으로 보유해야 하는 요건은 아직 남아 있다. 최종 계열 분리까지는 시간이 좀더 필요할 전망이다.
지분 정리와 함께 전문경영인 중심 체제도 본격화했다. HS효성은 2025년 12월 9일 정기 임원 인사에서 효성그룹 김규영 전 대표를 초대 회장으로 선임했다. 이후 김 회장은 올해 4월 1일 공식 취임했다. 비(非)오너 출신이 그룹 회장직에 오른 것은 효성 60년 역사상 처음이다. HS효성은 이보다 앞서 선임한 노기수 대표이사와 안성훈 대표이사를 앞세워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이들에게 지주사 운영을 맡긴 조 부회장은 HS효성첨단소재 사내이사를 맡았다.
이 같은 인사는 가치경영 철학이 지배구조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조 부회장은 평소 “HS효성 가족들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고, 누구든 역량을 갖추면 그룹의 회장이 될 수 있다”는 지론을 밝혀왔다. 또한 “오너가 아니어도 가치를 극대화하는 준비된 리더가 그룹을 이끌어야 한다”며 그것이 곧 가치경영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1972년 효성의 모태인 동양나이론 입사 이후 울산 부공장장, 언양·안양 공장장, 중국 총괄 사장, 효성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기술원장 등을 거쳤다. 2017년부터 2024년까지 8년간 효성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HS효성은 김 회장을 포함한 10명의 임원 인사 역시 ▲기술·품질 중심 가치경영을 이끌 인재 ▲실적 기반의 성과주의 ▲다양성에 기초한 인재 발탁이라는 원칙 하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비오너 출신 회장의 취임을 드문 사례로 평가했다. 일각에선 전문경영인 중심 경영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한 조치였다고 분석한다. 한 관계자는 “출범 초기에 발생하는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오너와 전문경영인 체제를 병행한 선택은 적절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주주 보호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 기조와 맞물려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평가한다. 다만 시민단체의 경제전문가는 완전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이 HS효성과 HS효성첨단소재의 등기이사에 등록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권리는 행사하되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HS효성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4년 2월부터 제기된 코오롱인더스트리와의 분쟁도 올해 2월 해소되면서 걸림돌 역시 제거됐다. 경영 불확실성을 덜어낸 HS효성은 차세대 소재와 신사업 투자, 글로벌 시장 확대 등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실제 조 부회장의 최근 행보도 신사업 육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핵심 계열사인 HS효성첨단소재 사내이사로 복귀한 만큼 실적 부진을 털어내고 미래 사업을 직접 챙기게 될 것이란 기대가 실린다.
HS효성첨단소재는 2025년 연간 매출 3조2830억원, 영업이익 1574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0.85%, 28.35%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도 하향세를 그렸다. 매출액(8290억원)과 영업이익(344억원) 모두 전년 동기 대비 2.87%, 29.93% 줄었다. 이를 타개할 신사업으로 선택한 분야는 실리콘 음극재다. 실리콘 음극재는 2035년까지 시장 규모가 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차세대 배터리 핵심 소재다. HS효성첨단소재는 지난해 말 유미코아 음극재 자회사 EMM 지분 80%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6월 합작법인 ‘HS효성에너지솔루션코리아’를 공식 출범시켰다. 향후 5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울산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2028년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방산 분야에도 집중 공략에 나선다. HS효성첨단소재는 지난 6월 9일부터 11일까지 ‘InLEX KOREA 2026(대한민국 국방산업발전대전)’에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탄소재료PU, 타이어보강재PU, 아라미드PU 등 핵심 사업부가 보유한 첨단소재 기술을 선보이며 신규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HS효성 측은 “기존 포트폴리오에 국방·항공·우주·친환경 등 미래 첨단 산업 영역으로 발을 넓히며 첨단 소재 선두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면서 “글로벌 첨단 소재 기업으로서 그룹의 장기적인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조 부회장의 거시적 안목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HS효성첨단소재는 글로벌 생산 거점 다각화도 진행 중이다. 제조업 성장과 인프라 투자가 동시에 이뤄지는 인도를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2025년 11월 3000만달러를 출자해 마하라슈트라주에 타이어코드 생산법인을 설립했다. 현지 생산 거점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자동차 소재와 산업용 소재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조 부회장도 직접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기간 중 인 데벤드라 파드나비스 마하라슈트라주 총리를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외에도 조 부회장은 현장을 바쁘게 누비고 있다. 2025년 11월에는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올라 칼레니우스 이사회 의장 겸 CEO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마이바흐 브랜드 센터 서울’에서 만나 비즈니스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당시 조 부회장은 배터리 소재와 탄소섬유, 자동차 내장재, 에어백, 타이어코드 등 자동차 소재 분야의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으며, 칼레니우스 의장은 한국 고객을 위한 맞춤형 판매 전략 방향을 공유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선 조 부회장의 책임경영 강화 측면으로 해석했다. 한 관계자는 “오너는 의사결정의 중심에 있는 존재”라며 “미래 성장 산업을 선택하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결국 오너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 시장 확대에 따라 IT계열사인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의 부상도 기대될 만하다. 이미 실적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5년 연간 매출 3012억원, 순이익 25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1%, 67% 증가했다. 데이터 스토리지 중심에서 AI 인프라 전반으로 사업 영역이 확대하면서 성장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지난 2월 GPU 서버와 고성능 스토리지, 저전력 Arm 서버, 데이터 레이크, AIOps를 통합한 ‘HS효성 AI 플랫폼’을 선보였다. 앞으로 DataOps, MLOps, LLMOps, AI 에이전트 등으로 파트너 생태계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HS효성에 따르면, 창립 2주년을 맞은 조 부회장은 그룹 경영진들과 함께 ‘헤리티지 DNA’ 정신을 실천하는 첫 행보로 효성 창업자인 만우 조홍제 회장과 조석래 명예회장의 선영을 참배했다. 이번 참배는 단순한 의례를 넘어 선대 회장들의 ‘산업입국’이라는 창업 정신을 되새기고, 이를 HS효성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뿌리로 삼겠다는 책임 경영 의지를 보여준 행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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