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버추얼 생태계의 판도를 바꾸겠습니다”
최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버추얼 크리에이터’다. 초기 2D 일러스트 기반에서 출발했던 관련 시장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완전한 3D 캐릭터 시대로 빠르게 전환하며 강력한 팬덤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성장통’도 존재한다. 캐릭터 하나를 제작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는 제작 환경이 그것이다. 이러한 고비용·저효율의 한계를 깨부수고, 하이엔드 CG(컴퓨터 그래픽)·VFX(시각특수효과) 기술을 버추얼 산업에 이식해 시장의 패러다임을 혁신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버추얼 그래픽 전문 에이전시 ‘포인트제로’다. 메타버스 캐릭터 그래픽의 대중화와 고도화를 동시에 이뤄내며 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해 내고 있는 이건호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11년의 해외 생활과 실무형 인재의 탄생
이건호 대표의 궤적은 여느 창업가들과는 결이 다르다. 초등학생 시절 영화 ‘트랜스포머’와 ‘리얼 스틸’의 메카닉 CG에 매료된 그는 일찌감치 자신의 진로를 그래픽으로 정했다. 학교 수업 대신 독학으로 영상과 광고 디자인, CG와 VFX 기술을 파고들었고, 이내 프리랜서 환경에 뛰어들어 약 7년간 자신만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연마했다.
그가 버추얼 산업에 뛰어든 것은 2021년 무렵이다. 3D 메타버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며 기대감과 동시에 깊은 우려를 느낀 것이다. 이 대표는 “기존 버추얼 시장에서 제작된 3D 캐릭터들은 확장성이 크게 떨어졌다”며 “캐릭터를 프로덕션에 적용하려면 수정과정을 필수로 거쳐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명확했다”고 지적했다. 3D 모델링은 본래 ‘원 소스 멀티 유즈(OSMU)’가 핵심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버추얼 생태계는 이를 소화할 시스템이 부족했던 셈이다. 그는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3년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실무 아티스트들을 규합해 프리랜서 에이전시 ‘포인트제로’를 설립했다.
포인트제로의 핵심 경쟁력은 고도의 ‘분업화’를 버추얼 캐릭터 제작에 도입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한 명의 제너럴리스트가 캐릭터 모델링부터 리깅(뼈대 심기), 애니메이션까지 전담하다 보니 제작 기간만 6개월에서 1년이 훌쩍 넘었고, 피드백 반영도 몹시 까다로웠다. 반면 포인트제로는 얼굴 및 바디, 의상, 헤어, 뼈대 세팅 등 각 파트를 전문 작가들이 나누어 동시다발적으로 작업한다. 이 대표의 철저한 총괄 검수 아래 진행되는 이러한 구조 덕분에 포인트제로는 안정적인 퀄리티로 여러 캐릭터를 동시에 양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자랑한다.
버추얼 크리에이터의 진입 장벽을 허물다
이건호 대표의 혁신은 단순히 그래픽을 잘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버추얼 산업이 진정한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막대한 초기 자본이라는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협업 개발팀인 ‘Team VP’와 손잡고 차세대 버추얼 라이브 솔루션 ‘감자전’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감자전은 ‘언리얼 엔진 5’를 기반으로 기존 유니티 기반 툴의 그래픽 한계를 넘어 하이엔드 게임 수준의 비주얼을 실시간 라이브로 송출하게 해준다. 이 대표는 “프로덕션 수준의 에셋과 캐릭터 제작방식이 라이브에도 동일하게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까지 증명함으로써, 라이브 투 프로덕션(Live-to-Production)을 바탕으로 한 언리얼 엔진 환경 제공과 플랫폼화가 현재의 비즈니스 전략”이라 전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포인트제로 앰배서더인 버추얼 크리에이터 ‘시반(SHHVAN)’의 영향력이 아주 컸다며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수백만 원짜리 장비 대신 저렴한 ‘웹캠’만으로도 정교한 모션 캡처가 가능하도록 구현해냈다는 점이다. 또한 상반신만 노출된 채 고정된 배경에서 진행되던 기존 방송의 틀을 깨고, 시청자의 후원이나 채팅에 따라 3D 배경이 반응하며 캐릭터가 미니 게임 속을 돌아다니는 ‘참여형 인터랙티브 환경’을 만들어냈다. 방송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3D 게임이 되는 셈이다.
메타버스 산업의 넥스트 스텝
사명인 ‘포인트제로’에는 불안정한 시장의 관행을 ‘백지화(Zero)’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세우겠다는 이건호 대표의 굳은 의지가 담겨 있다. 비전문적인 작업, 대금 미지급, 작업기한 미엄수와 메타버스 산업 3D 그래픽의 한정적 사용처 등의 병폐를 근절하고, 작가는 작품의 퀄리티에만 집중하고 클라이언트는 신뢰도 있는 작업 과정을 보장받는 투명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그의 비전이자 경영 철학이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자신의 롤모델로 스티브 잡스를 꼽으며 메타버스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지금은 ‘응용’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무겁고 큰 워크맨의 단점에서 출발해 기존 상품을 응용하여 누구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아이팟이 창조되었듯, 저 역시 기존의 복잡하고 값비싼 CG 실무 기술을 응용해 누구나 쾌적하게 접근할 수 있는 버추얼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메가 트렌드가 된 버추얼 시장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과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는 이건호 대표. 포인트제로가 써 내려갈 버추얼 산업의 넥스트 스텝이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을 어떻게 흔들어 놓을지 그의 눈부신 질주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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