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가 40년 만에 월드컵 토너먼트 벽을 넘어섰다. 개최국 멕시코는 1일(한국 시각) 멕시코시티 에스타디오 아스테카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에콰도르를 2-0으로 제압하고 16강에 진출했다. 2018년 러시아 대회 이후 8년 만의 16강행이자, 자국에서 대회를 치렀던 1986년 8강 이후 처음 맛보는 토너먼트 승리다.

멕시코는 1986년 이후 1994년 미국 대회부터 2018년 러시아 대회까지 무려 일곱 번 연속 16강에 올랐지만 그때마다 첫 토너먼트 관문을 넘지 못하고 짐을 쌌다. 2022년 카타르 대회에서는 아예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는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을 1-0으로 꺾는 등 3전 전승으로 A조 1위를 차지하며 상승세를 이어왔고, 에콰도르전 승리로 대회 4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까지 세웠다.
이날 경기는 경기장 인근에 몰아친 천둥과 폭우, 낙뢰 위험 탓에 예정보다 한 시간 늦게 시작됐다. 대회에서 날씨 문제로 킥오프가 미뤄진 것은 프랑스-이라크전에 이어 두 번째 사례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멕시코는 초반부터 경기를 지배했다. 전반 22분 로베르토 알바라도가 상대 수비 뒷공간을 정확히 찔러줬고, 이를 받은 훌리안 키뇨네스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수비수를 제친 뒤 오른발로 골망을 갈랐다. 콜롬비아 태생으로 멕시코에 귀화한 키뇨네스는 소속팀 알카디시아에서 지난 시즌 사우디 프로리그 득점왕에 오른 에이스다. 이날 골로 이번 대회 3호골을 신고했고, 월드컵 통산 득점 기록에서도 루이스 에르난데스, 치차리토에 이어 멕시코 역대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선제골이 터진 지 9분 뒤인 전반 31분, 멕시코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추가골까지 뽑아냈다. 라울 히메네스가 상대 클리어링 볼을 가로챈 뒤 키뇨네스와 짧은 패스를 주고받았고,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로 히메네스는 대표팀 통산 47호골을 기록하며 하레드 보르헤티를 넘어 멕시코 역대 득점 단독 2위에 올라섰다. 대표팀 최다골 보유자인 치차리토(52골)와의 격차는 이제 5골로 좁혀졌다.
두 골을 내준 에콰도르도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전반 18분 존 예보아의 왼발 슈팅이 골대를 강타했고, 후반 29분에는 케빈 로드리게스가 가슴 트래핑 후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만들었으나 마무리가 골대를 벗어났다. 후반 40분 모이세스 카이세도의 중거리 슈팅도 골문을 벗어나며 끝내 멕시코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퇴장 사태까지 벌어졌다. 에콰도르 수비수 피에로 잉카피에가 상대 산티아고 히메네스와 대치하던 중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무언가 말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고, 비디오판독(VAR) 끝에 레드카드가 나왔다. 이번 대회에 새로 도입된 규정에 따른 조치로, 입가림 행위로 퇴장당한 것은 지난달 20일 튀르키예-파라과이전에서 파라과이의 미겔 알미론에 이어 이번 대회 두 번째다.
에콰도르는 2006년 독일 대회 이후 20년 만에 밟은 토너먼트 무대였지만, 개최국 멕시코의 벽에 막혀 대회를 마감하게 됐다.
한편 멕시코는 16강까지 치른 5경기 가운데 한국과 맞붙었던 조별리그 A조 2차전(과달라하라 스타디움)을 제외한 네 경기를 모두 1966년 개장한 '축구 성지' 아스테카에서 치르며 개최국 이점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멕시코는 오는 6일 같은 장소에서 잉글랜드와 콩고민주공화국의 32강전 승자와 8강행을 놓고 격돌한다. 잉글랜드-콩고민주공화국전은 2일 오전 1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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