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장관은 지난달 17일부터 24일까지 인도와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공공행정·디지털정부·재난관리 분야 협력 기반을 다졌다. 순방은 지난 4월 이재명 대통령 인도 국빈방문 이후 후속 조치 성격을 띠는 동시에, 오는 9월 한-중앙아 정상회의를 앞둔 사전 의제 조율의 의미도 담겼다.
순방 핵심은 두 축이다. 하나는 디지털정부, 다른 하나는 재난관리 협력이다. 두 영역은 공통적으로 ‘국가 시스템’의 경쟁력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단순 기술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윤 장관이 인도에서 CDRI 가입 의사를 공식화한 것은 단순 참여 선언을 넘어, 글로벌 재난 대응 거버넌스에 한국이 본격적으로 진입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기후위기 시대 재난은 국경을 넘는 문제이며, 인프라 복원력은 곧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규범 형성과 기술 협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경우, 향후 국제 시장에서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즈베키스탄에서의 디지털정부 협력센터 설립은 보다 직접적인 ‘수출 모델’이다. 전자정부는 이미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다. 하지만, 그간 한계는 ‘참고 사례’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이었다. 윤 장관의 협력은 다르다. 현지에 상설 거점을 두고 제도·인력·기술을 결합하는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단발성 시스템 구축이 아니라 장기적 생태계 이식이다. 즉, ‘플랫폼 수출’로의 전환이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AI 행정으로의 확장 가능성이다. 윤 장관이 제시한 ‘AI 민주정부’ 구상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행정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개념이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공공서비스 자동화, 시민 참여 확대 등이 결합된 이 모델은 향후 글로벌 표준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정부 협력센터가 이러한 실험의 전진기지로 기능한다면, 한국은 기술 수출을 넘어 행정 모델 자체를 수출하는 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첫째는 지속성이다. 국제 협력 MOU는 체결 자체보다 이후 이행이 더 중요하다. 과거에도 유사한 협력 사업이 다수 있었지만, 정권 교체나 정책 우선순위 변화에 따라 흐지부지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번 협력이 실질 성과로 이어지려면 제도적 장치와 예산, 민관 협력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둘째는 ‘현지화’ 문제다. 디지털정부는 각국의 정치·행정 문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한국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는 방식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우즈베키스탄 협력센터가 성공하려면 기술 이전을 넘어 현지 제도와 결합된 맞춤형 모델로 진화해야 한다. 이는 단순 공공부문을 넘어 국내 기업의 참여, 교육, 인력 양성까지 포괄하는 전략을 필요로 한다.
셋째는 글로벌 경쟁 구도다. 디지털정부와 재난관리 분야는 이미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영역이다. 특히 데이터 주권과 사이버보안 이슈가 결합되면서 단순 기술 협력을 넘어 외교·안보 문제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한국이 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기술력뿐 아니라 신뢰 기반의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정부혁신과 글로벌 재난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양국 간 협력 인프라를 한층 구체화하는 결실을 거두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디지털정부 협력센터 운영과 CDRI 가입 등 후속 조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대한민국 행정 모델이 세계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민관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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