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AI는 이제 스스로 움직이는 시대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을 뒤흔든 데 이어 이제는 AI가 현실 공간에서 직접 움직이고 판단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가 차세대 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앞다퉈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 시장에 뛰어드는 가운데 LG전자가 CEO 직속 로보틱스사업센터를 신설하며 미래 승부수를 던졌다. 단순한 조직개편을 넘어 AI 이후 시대를 대비한 사업 구조 재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는 지난달 30일 7월 1일자 조직개편을 통해 CEO 직속 로보틱스사업센터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연말 정기 조직개편을 약 4개월 앞두고 단행한 이른바 '원포인트 조직개편'이다. 회사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로보틱스 사업을 얼마나 중요하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을 LG전자가 기존 가전 중심 기업에서 AI 기반 종합 로보틱스 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 "AI는 몸을 갖는다"…피지컬 AI 시대 본격 개막
최근 AI 산업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경쟁의 중심이 거대언어모델(LLM)과 생성형 AI였다면 이제는 AI가 실제 공간을 인식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피지컬 AI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분위기다.
피지컬 AI는 카메라와 센서, 모터 등을 활용해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AI를 의미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물론 물류 자동화 로봇, 산업용 로봇, 서비스 로봇, 스마트홈 로봇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글로벌 AI 생태계를 주도하는 엔비디아는 로봇 개발 플랫폼과 로봇용 AI 모델을 확대하고 있으며,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차세대 성장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아마존 역시 물류 자동화 로봇을 지속 확대하며 AI와 로봇을 결합한 미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LG전자의 이번 조직개편은 AI 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평가된다.
▲ CEO 직속 조직으로 격상…"미래사업 직접 키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로보틱스사업센터가 CEO 직속으로 편제됐다는 점이다.
통상 신사업 조직이 사업본부 산하에 배치되는 것과 달리 최고경영자 직속 조직으로 격상한 것은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고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 조직은 사업개발과 영업, 공급망, 제조 등 사업화 전 과정을 아우르는 완결형 조직으로 운영된다. 단순히 연구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사업 확대와 수익 창출까지 책임지는 구조다.
LG전자는 로봇 학습용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이터팩토리 전담 조직도 함께 운영한다. 피지컬 AI 시대에는 로봇이 다양한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 확보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회사는 서울 서초구 양재 R&D캠퍼스에 대규모 로봇 데이터팩토리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지속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로봇 경쟁력이 하드웨어보다 데이터 확보 능력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데이터팩토리 구축이 LG전자 로봇 전략의 핵심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가전 넘어 로봇 기업으로…'원 LG' 시너지 확대
LG전자는 산업용과 상업용, 가정용을 아우르는 로봇 포트폴리오도 강화한다.
현재 산업용 로봇은 로보스타, 상업용 로봇은 베어로보틱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여기에 가정용 로봇 사업을 더해 전방위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그룹 차원의 시너지 역시 강화된다.
LG AI연구원의 AI 기술과 LG CNS의 시스템 구축 역량을 연계하는 '원 LG(One LG)' 전략을 통해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업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60년 이상 축적한 모터 기술을 기반으로 액추에이터를 자체 생산하고 외부 고객사 공급까지 추진하면서 핵심부품 사업도 함께 육성한다.
이는 단순히 로봇 완제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소프트웨어, 핵심부품, 데이터 생성·학습까지 모두 아우르는 종합 로보틱스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미다.
▲ 미래 제조 경쟁력도 로봇이 좌우
전문가들은 앞으로 제조업 경쟁력 역시 AI와 로봇 기술이 좌우할 것으로 전망한다.
AI가 판단하고 로봇이 실행하는 생산체계가 확산되면서 스마트팩토리와 물류 자동화, 서비스 자동화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정에서도 돌봄과 청소, 보안 등 다양한 영역에서 로봇 활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LG전자가 정기 인사를 기다리지 않고 CEO 직속 조직을 신설한 것도 이러한 산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 경쟁이 소프트웨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AI가 현실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일하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LG전자가 로보틱스사업센터를 CEO 직속으로 신설한 것은 로봇을 차세대 핵심 성장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AI 산업의 다음 무대는 더 이상 화면 속이 아니다. 현실 공간에서 사람과 함께 움직이고 일하는 피지컬 AI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LG전자의 이번 조직개편은 '가전 명가'를 넘어 AI 기반 종합 로보틱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본격적인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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