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의 빈틈①] 北 석탄 파는 것이 아냐… 강제노동으로 움직이는 '군사경제 공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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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의 빈틈①] 北 석탄 파는 것이 아냐… 강제노동으로 움직이는 '군사경제 공급망'

뉴스로드 2026-07-01 09:42: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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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라선항 제3부두에 접안한 벌크선 '지안신 피닉스(Jianxin Phoenix)'가 석탄을 선적하는 모습. 북한인권시민연합과 영국 Data Desk는 플래닛(Planet) 위성영상과 AIS(선박자동식별장치) 데이터를 교차 분석해 이 선박의 제재 회피 운항을 추적했다. [사진=Planet Labs·북한인권시민연합]
북한 라선항 제3부두에 접안한 벌크선 '지안신 피닉스(Jianxin Phoenix)'가 석탄을 선적하는 모습. 북한인권시민연합과 영국 Data Desk는 플래닛(Planet) 위성영상과 AIS(선박자동식별장치) 데이터를 교차 분석해 이 선박의 제재 회피 운항을 추적했다. [사진=Planet Labs·북한인권시민연합]

세계는 북한산 석탄을 막으려 했다. 지난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산 석탄과 철광석, 납 등 주요 광물의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국제사회는 광물이 북한 핵·미사일 개발의 주요 외화수입원이라는 판단 아래 수출 자체를 차단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제재 이후에도 북한의 외화벌이는 끝나지 않았다. 북한산 석탄을 실은 선박은 여전히 항해했다. 바뀐 것은 상품이 아니라 방식이었다. 북한은 광물을 파는 국가에서 광물과 금융, 해운, 강제노동, 군 조직을 하나로 엮은 '군사경제 공급망'을 운용하는 체제로 진화했다.

북한 평안남도 북창·개천 일대 무연탄 생산지역. 제1호 교화소와 14호 관리소, 옛 18호 관리소(사회안전성), 북창화력발전소 등의 위치와 무연탄 생산 지역이 표시돼 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이 일대가 북한의 주요 석탄 생산 거점으로 외화 조달 체계와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자료=북한인권시민연합]
북한 평안남도 북창·개천 일대 무연탄 생산지역. 제1호 교화소와 14호 관리소, 옛 18호 관리소(사회안전성), 북창화력발전소 등의 위치와 무연탄 생산 지역이 표시돼 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이 일대가 북한의 주요 석탄 생산 거점으로 외화 조달 체계와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자료=북한인권시민연합]

▲북한 광물, 체제 유지 자금줄

지난 30일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영국 탐사조사기관 데이터데스크(Data Desk)와 공동 발간한 '제재를 순항하는 북한 광물' 보고서는 이 변화를 가장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보고서는 위성사진, 선박자동식별장치(AIS), 공개 선박 데이터베이스, 탈북민과 전직 관계자 증언 등을 교차 분석해 북한 광물이 중국과 러시아를 거쳐 국제 공급망으로 흘러가는 구조를 추적했다. 특히 제재 대상 선박 27척과 아직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유사한 운항 패턴을 보이는 북한 벌크선 20척을 포함한 고위험 선박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화된다. 

보고서를 관통하는 핵심은 석탄이 아니다. 광물이 생산되는 방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광산에는 크게 세 집단이 투입된다. △군이 관리하는 광산에서 무급 노동에 동원되는 군인 △주요 탄전 인근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미송환 국군포로와 그 후손들이다. 이들은 근로자가 아니라 북한 체제가 통제하는 자원으로 기능한다. 특히 국군포로 후손들은 특정 광산 지역에 강제 배치돼 거주 이전과 교육의 자유를 제한받고 세대를 이어 광산 노동에 종사했다는 증언도 포함됐다. 

이 때문에 북한산 광물은 일반적인 원자재와 다르다. 보고서는 강제노동과 정치적 박해에 기반한 광물 생산이 국제형사재판소(ICC) 로마규정상 '인도에 반하는 죄'와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북한 광물은 국가 주도의 강제노동 체계에서 생산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돈의 흐름이다. 보고서는 북한에서 석탄 생산은 여러 기관이 담당할 수 있지만 수출은 국방성 산하 조직이 사실상 독점한다고 분석했다. 과거 장성택이 관할했던 외화벌이 조직 '54부'가 구축한 수출망이 장성택 숙청 이후 국방성으로 흡수됐고, 지금은 군 조직이 석탄 수출의 핵심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구조는 경제 논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국방성은 군인을 광산에 투입해 인건비를 최소화하고, 자체 선박과 대형 트럭을 운용하며, 국경과 항만 통제권까지 가진다. 일반 무역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운송비와 검문 비용을 군 조직은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다. 국제 제재로 북한산 석탄 가격이 크게 떨어져도 국방성 산하 조직이 계속 수익을 낼 수 있는 이유다. 보고서는 이 같은 비용 구조가 북한 군사경제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북한 항구에 기항한 외국 선박의 국적 비중 변화. 2018년 이후 중국 국적 선박이 북한 항구 기항 선박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인권시민연합과 영국 Data Desk는 이를 바탕으로 북한 광물 수출 공급망이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유지됐다고 분석했다. [자료=Global Fishing Watch·Data Desk·북한인권시민연합]
북한 항구에 기항한 외국 선박의 국적 비중 변화. 2018년 이후 중국 국적 선박이 북한 항구 기항 선박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인권시민연합과 영국 Data Desk는 이를 바탕으로 북한 광물 수출 공급망이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유지됐다고 분석했다. [자료=Global Fishing Watch·Data Desk·북한인권시민연합]

▲제재가 막지 못한 것, '공급망'

국제사회는 북한 광물 수출을 막았지만 공급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북한 최대 상업항인 남포항의 선박 활동이 관측 사상 가장 혼잡한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북한 5대 주요 항구에서 포착된 선박 활동은 2019년 783건에서 2025년 3756건으로 약 379.7% 증가했다. 이 가운데 3000건 이상이 남포항에서 확인됐다. 유엔 전문가패널 활동 종료 이후 북한과 중국·러시아를 오가는 제재 대상 선박의 항해가 증가한 것도 같은 흐름으로 해석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제재 회피가 과거처럼 선박 한 척을 숨기는 수준이 아니라 AIS 신호 차단, 공해상 선박 간 환적, 허위 선적 등록, 원산지 세탁, 중국 금융망 활용 등이 결합된 복합적인 공급망으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광산에서 캐낸 석탄이 중국 은행 계좌를 거쳐 러시아 항만과 해상 운송망으로 이동하는 동안 상품의 국적과 자금의 출처가 동시에 흐려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래픽=최지훈 기자]
[그래픽=최지훈 기자]

▲러시아 항만은 예외였고, 중국 금융은 통로였다

보고서가 특히 해외 주목한 연결망은 북한 라선항 제3부두다. 이 부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97호에 따라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통한 러시아산 석탄 환적이 예외적으로 허용된 공간이다. 문제는 이 '예외'가 제재 회피의 회색지대로 변질될 가능성이다.

Data Desk는 벌크선 '지안신 피닉스(Jianxin Phoenix)'가 2024년 5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최소 일곱 차례 라선항 제3부두에 접안한 사실을 위성사진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라선항에서 석탄을 선적하는 동안 AIS 신호는 송출되지 않았고, 이후 중국 내 석탄 취급 항만에서는 다시 AIS가 정상적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위성사진과 AIS 기록을 대조해 선박의 항적을 재구성했다. 이는 제재 회피가 개별 선원의 일탈이 아니라 위성영상과 전자항적을 동시에 피하는 수준으로 정교해졌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러 군사협력이 확대되고, 중국과 러시아의 물류·통관·금융 협력이 강화되면서 북한산 광물이 러시아산 또는 중국산으로 원산지가 세탁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는 국제 공급망의 신뢰 자체를 흔드는 구조적 위험이라는 것이다. 

광물보다 더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돈의 이동 경로다. 보고서는 북한이 국제 금융망에서 사실상 배제된 이후 중국 현지 은행 계좌와 위장회사, 장외 금융망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외화를 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광물 판매 대금과 해외 노동자 임금, 탈취한 가상자산 등이 중국 내 계좌에서 관리되고, 그 자금으로 군수품과 전략물자를 조달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기존 제재가 국제은행 간 송금을 겨냥했다면, 현재의 자금 흐름은 그 사각지대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 전경.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73개 상공회의소를 기반으로 한 국내 최대 법정 경제단체로,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을 아우르는 경제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사진=최지훈 기자]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 전경.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73개 상공회의소를 기반으로 한 국내 최대 법정 경제단체로,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을 아우르는 경제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사진=최지훈 기자]

▲韓 기업이 확인해야 하는 것, '출처'

이 보고서가 한국 산업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북한 광물은 더 이상 북한에서 북한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철강 △시멘트 △발전 연료 △항만 하역 △벌크선 운송 △무역금융 △보험 △원산지 증명 등 광물을 둘러싼 공급망 전반이 △제재 리스크 △인권 리스크 △경제안보 리스크에 동시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항만을 거친 광물의 경우 단순한 원산지 증명만으로는 위험을 식별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이 국가 주도의 강제노동 위험이 높은 국가에서 생산된 광물과 제품에 대해 반증이 없는 한 강제노동 산물로 추정하는 수입 규제를 검토하고, 중국에서 도착하는 광물 화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금융기관에는 단둥·선양·베이징 소재 무역기관 및 은행과 연계된 계좌에 대해 자금세탁과 제재 회피 가능성을 전제로 한 강화된 실사를 주문했다. 또 기업에는 중국·러시아 항만을 경유하는 광물 조달 과정에서 선박, 용선 계약, 선하증권까지 확인하는 공급망 실사를 요구했다. 

이번 보고서의 의미는 북한의 불법 수출을 하나 더 적발했다는 데 있지 않다. 인권 침해와 군사경제, 국제 해운과 금융망, 공급망이 하나의 체계로 결합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는 데 있다. 제재 대상은 여전히 석탄이지만, 국제사회가 추적해야 할 대상은 이미 석탄을 넘어 공급망 전체로 이동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보고서에서 "북한의 제재 회피 구조는 단순한 경제적 사안이나 규제 위반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내부에서 자행된 대규모 인권침해를 기반으로 형성된 직접적이고 추적 가능한 자금 조달 경로"라며 "정부와 금융기관, 항만과 해운업계, 공급망 기업 모두가 인권 실사와 제재 리스크 관리를 국가안보 차원의 과제로 인식하고 공동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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