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리포트①]여소야대 의회, 행정 개편, 수장 교체 등 변화 대응 정책 필요
지자체 정책은 자치단체장의 의지와 방향성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단체장이 연임한 지역은 정책 일관성에 방점이 찍히지만, 새로운 인물이 선출된 지자체의 경우 현안사업들이 바뀌거나 축소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주요 지자체들의 핵심 사업이 어떻게 될지 전망했다.
◇오세훈표 ‘신통기획’ 가속화 전망…의회와의 갈등 풀어야
개표 막판까지 이어진 초접전 끝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원오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사상 최초 ‘5선 서울시장’ 고지에 올랐다. 오 시장이 선거 기간 동안 부동산 이슈를 핵심 정책으로 강조한 만큼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선에 성공한 오 시장은 본인의 대표적인 도시개발정책인 ‘신속통합기획’의 확장을 예고했다. 신속통합기획은 민간이 주도하고 서울시가 인허가 절차 등의 행정 병목을 해결하는 체계다. 오 시장은 핵심 공약으로 ‘신속통합기획 2.0을 통한 주택 31만 가구 착공’을 제시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심사 시스템과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병행 처리하는 ‘초단기 트랙’으로 착공 속도를 더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소규모 필지를 보유한 토지주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아파트를 짓는 방식의 ‘모아주택’과 모아주택을 블록 단위로 확장한 ‘모아타운’ 사업도 계속해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시는 정비사업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이주비 지원 대상 확대 및 대출 한도 확대를 추진한다. 지원 한도를 기존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하고, 지원 대상을 조합원 수 500명 이하 중·소규모 조합에서 전체 조합으로 확대하며, 대환대출도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착공과 준공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선 원활한 이주가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모아타운이나 소규모 정비사업장은 중소형 건설사가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서울시의 여소야대 정치 지형이 걸림돌이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 서울시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전체 118석 중 80석, 국민의힘이 38석을 차지했다. 부동산 정책은 예산 편성이나 조례 개정이 필요한 만큼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시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밖에도 부동산 정책에서 이재명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만큼 오 시장의 협상력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과제 산적, “주청사·국립의대 갈등 해결해야”
전국 최초 통합 광역자치단체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첫 번째 시장으로 민형배 시장이 당선됐다. 1986년 행정구역 분리 이후 40년 만의 통합단체장 선출이다. 재결합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과제는 행정체제 개편부터 주청사 위치, 국립의대 설립, 광주군공항 이전 등 다양하다.
가장 먼저 마주한 관문은 행정개편이다. 광주 5개 자치구와 전남 22개 시군이 하나의 체계로 운영되는 만큼 광주시·전남도 조직 통합과 권한 배분, 인사·정책 분야 등을 새로 짜야 한다. 도시가 주를 이루는 광주와 전남의 농어촌, 섬 지역 주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개편이 필요하다. 아울러 예산 배분 문제도 있다. 중앙정부로부터 직접 보통교부세를 받는 전남 시군과 시로부터 재원조정교부금 형태로 배분받는 광주 자치구 사이의 재정 규모가 차이가 크다. 인구와 행정 수요로 비교했을 때 광주 자치구가 받는 재원이 전남 시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자치구들은 고령화에 따라 복지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자치구의 재정 부족은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지역별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는 주청사 위치 논란도 있다. 현 전남도청이 있는 무안을 중심으로 한 서남권, 광주권, 동부권(전남동부청사 위치)이 주청사 유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민형배 시장은 ‘3개 권역 분산형 체계’를 강조했다. 권역별 책임부시장 체계를 도입하고, 광주·무안·순천 청사를 기능별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민 시장은 3개 청사를 순회 근무하는 한편 객관적인 연구용역과 시민 공론화 과정을 통해 최종 주청사 위치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전남국립의과대학 설립을 두고는 전남 서부권과 동부권이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립의대 신설을 목표로 2027년 3월까지 대학 통합을 추진해온 목포대와 순천대가 의대 소재지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 이에 민 시장은 지난 6월 16일 여수 지역 국회의원, 기초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1개 의대에 2개 대학병원을 두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해야 한다”며 “정부가 재정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보일 경우 지역이 일부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북부 개발·TK신공항…같은 목표, 방법은 달라 ◇‘경기북부 대전환’ 계속 추진…경기북부특자도 ‘중단’
최초의 여성 광역단체장으로 경기도정을 맡은 추미애 지사는 경기북부 발전 방향에 대해 ‘분도’ 대신 특구 조성을 택했다. 김동연 전 경기지사와 추 지사 모두 ‘경기북부 대전환’을 강조했지만, 방법론에는 차이를 보인다.
김 전 지사와 추 지사는 경기북부 발전을 위해 특구 조성과 첨단산업 유치를 제시했다. 다만 두 지사의 방법에 차이가 있다. 김 전 지사는 지역 특성상 규제가 많은 북부를 분도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설치하고, 행정·재정·규제 특례를 확보하려 했다. 반면 추 지사는 후보 시절인 지난 3월 19일 민주당 경기지사 예비경선 토론회에서 “지금은 행정통합의 시대”라며 분도론에 선을 그었다. 경기도 체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경기북부에 평화경제특구와 첨단산업단지 조성을 통한 규제 완화를 이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추 지사는 접경지역을 평화경제특구와 DMZ 생태·평화관광지구로 조성하고, 정주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경기도·인천시·강원도와 접경지역 지자체가 참여하는 ‘평화지대 광역행정협의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북부를 첨단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경기북부의 연구기관과 미군 반환공여지 등 유휴부지를 활용해 미래 첨단산업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곳에 미래 항공교통과 행성 기지 건설 실증 테스트베드, MRO(유지·보수·정비) 첨단산업 클러스터, 드론·로봇·피지컬AI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TK신공항 완성 위해 ‘맞손’…자금 조달 방법은 차이
3선 고지에 오른 이철우 경북지사와 보수의 텃밭 대구에서 자존심을 지킨 추경호 대구시장은 대구경북(TK) 신공항 완성을 위해 힘을 합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금 조달 방식에 있어서는 의견이 갈린다.
TK신공항은 2030년까지 대구 군위 소보면과 경북 의성 비안면 일대에 민·군이 함께 사용할 신공항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대구·경북 통합경제권 형성과 물류·산업 구조 개편의 핵심 사업으로 평가된다. 양 시도는 신공항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권을 조성하고, 현재의 대구공항 부지를 개발해 미래 성장 전략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자금 확보다. 추 시장은 TK신공항을 공공자금관리기금 대여나 금융비용 지원 등을 통해 국가가 책임지는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추 시장은 선거운동 기간인 지난 5월 28일 군위면 소보면을 찾아 “현재 방식으로는 대구시가 감당해야 할 금융 부담과 사업 리스크가 크다”며 “군 공항은 국방부가, 민간공항은 국토교통부가 책임지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반기 국회 1호 법안으로 TK 신공항 국가사업화 및 국가재정 책임 강화 법안을 처리해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이 지사는 지방선거 전부터 정부의 외면으로 TK신공항 건설이 늦어지는 것을 경계해왔다. 당선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지사는 “중요한 것은 사업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며 “추 시장과 협력해 빠르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대구시·경북도가 공동사업자로 함께 지방채를 발행해 공항을 건설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광주전남 이을 통합특별시 탄생하나
◇대전충남통합특별시 재추진…속도전엔 입장 차
여야 공방 속 좌초됐던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재추진될 전망이다. 대전과 충남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정부·여당과 방향성이 같아졌기 때문이다.
민선 8기 당시 행정통합에 속도를 냈던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전 충남지사와 이장우 전 대전시장은 민주당 주도의 통합법안에 반대했다. 재정이나 권한 이양 없는 행정통합은 빈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김태흠 전 지사는 ‘40% 정도의 지방세 이양’을 주장했지만 이는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국민의힘 소속 시·도의회 반발과 여야 공방 속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은 무산됐다.
민선 9기 대전·충남 지자체장은 행정통합에 대해 강한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박수현 충남지사는 행정통합 특별법을 당론으로 정해 속도감 있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허태정 대전시장도 충청권 시도지사와 행정통합을 위한 협의체를 가동하겠다면서 통합의 방식과 시기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통합 시기를 두고는 차이를 보인다. 박 지사는 2028년 행정통합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중앙정부 설득과 특별법 재추진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 6월 18일 논산·계룡·금산 권역 타운홀 미팅에서 “2028년 총선과 함께 통합시장 선거를 치른다는 목표는 유효하다”며 “통합을 위한 현실적 과제를 충청권이 함께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허 시장은 통합을 부정하진 않으면서도 단계적 추진을 강조했다. 주민 공감대 형성과 충분한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허 지사는 “2028년 총선과 맞물린 통합도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주민투표로 시기와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고 언급해 속도전과 거리를 뒀다.
전남광주 통합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가늠자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부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인센티브, 공공기관 이전, 기업유치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약속한 만큼 이것이 원활하게 이행된다면 대전충남 통합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부울경 통합 논의 새 국면…메가시티·행정통합 조율 과제
6·3 지방선거 이후 부산·울산·경남 통합 논의가 새 국면을 맞았다. 부산과 울산은 더불어민주당 단체장이, 경남은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당선되면서 선거 전 양당이 내세운 구상을 그대로 추진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4일 민주당 부산·울산·경남 후보들은 ‘부울경 메가시티 복원’을 공동 공약으로 내세웠다. 부울경을 하나의 생활·산업권으로 묶어 행정구역은 유지하되, △광역교통망 확충 △주력산업 연계 △인재 양성 등 초광역 사업을 공동 추진하는 모델이다.
반면 같은 날 국민의힘 소속의 박형준 당시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는 ‘경남부산통합특별시’를 설치하는 내용의 특별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부산과 경남을 하나의 통합자치단체로 묶어 재정분권과 자치입법권을 확보하고 수도권에 대응하는 경제·산업수도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 이후 세 시·도의 정치적 구도가 엇갈리면서 양측의 구상 모두 제동이 걸렸다.
선거 직후 박완수 경남지사와 김상욱 울산시장은 통합 논의에 대해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박 지사는 당선 직후 행정통합에 대해 “민선 8기에 추진되던 행정통합을 설명하고 뜻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 시장은 지난 6월 5일 선거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단 광역단체는 그대로 기능을 하되, 메가시티 협의체를 통해 중앙정부와 초광역 사업에 대한 협조·유치 등을 먼저 가동시키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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