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들이 국내에서 거둔 이익 가운데 상당 규모를 배당을 통해 해외 본사로 이전한 것으로 나타나 국내 재투자와 국부 유출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1일 CEO스코어가 산업통상자원부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등록된 매출 상위 100대 외국인 투자기업의 2023~2025년 개별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이 최근 3년간 지급한 배당금은 총 18조491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순이익(35조5406억원)의 52%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도별 배당금은 2023년 5조9173억원(배당 기업 60곳), 2024년 5조7129억원(58곳), 2025년 6조8615억원(56곳)으로 조사됐다.
외국계 기업의 경우 국내 상장사와 달리 배당금 대부분이 해외 지배기업으로 송금되는 구조여서 배당 규모가 클수록 국내 재투자보다 해외 자금 이전 비중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매출 상위 10대 기업의 3년 누적 순이익은 213조3057억원, 배당금은 62조8480억원으로 배당성향은 29.5%였다.
특히 명품 브랜드 국내 법인의 배당 규모가 두드러졌다. 루이비통코리아, 에르메스코리아, 샤넬코리아,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 리치몬트코리아(까르띠에) 등 5개사는 최근 3년간 해외 지배기업에 총 2조1086억원을 배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배당금을 지급한 곳은 루이비통코리아였다. 최근 3년간 배당금은 5993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이는 2025년 연차 배당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회사가 그동안 매년 순이익의 99% 이상을 배당해 온 점을 감안하면 2025년 배당까지 포함할 경우 누적 배당금은 약 8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CEO스코어는 추산했다.
에르메스코리아는 5700억원을 배당했고, 샤넬코리아는 4225억원을 지급했다. 다만 샤넬코리아 역시 2025년 연차 배당은 제외됐다. 이어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는 3400억원, 리치몬트코리아는 1768억원을 각각 배당했다. 반면 프라다코리아는 최근 3년간 배당이 없었다.
수입차 업체들도 상당한 규모의 배당을 실시했다. BMW코리아는 최근 3년간 순이익 3807억원 가운데 92.3%인 3513억원을 배당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순이익 4622억원 중 3135억원(67.8%), 르노코리아는 1196억원(59.3%)을 각각 본사에 지급했다.
한국GM은 순이익 4조1386억원 가운데 1236억원(3.0%)을 배당했다. 이는 2018년 발행한 2종 우선주에 대한 미지급 배당을 2025년 회계연도에 일괄 지급한 영향이라고 CEO스코어는 설명했다.
순이익 전액을 배당한 기업은 폭스바겐그룹코리아(575억원)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459억원) 등 2곳이었다.
이 밖에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순이익의 57.4%인 990억원을 배당했고, 포르쉐코리아는 600억원(51.3%), 테슬라코리아는 379억원(51.4%), 볼보자동차코리아는 100억원(61.2%)을 각각 지급해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해외 본사에 배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배당 규모가 가장 컸던 곳은 쿠팡이었다. 쿠팡은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 지배기업인 COUPANG, INC.에 1조4659억원을 배당했다. 2013년 국내 법인 설립 이후 첫 배당이다.
해운업체 유코카캐리어스는 최근 3년간 총 1조4519억원을 배당하며 뒤를 이었다. 순이익 대비 배당성향은 76.9%였다. 연도별로는 2023년 5621억원(76.8%), 2024년 4377억원(80.0%), 2025년 4521억원(74.4%)을 각각 지급하며 매년 순이익의 70% 이상을 배당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3년간 1조786억원을 배당해 순이익 대비 배당성향이 120.3%를 기록했다. 2021년 소비자금융 사업 철수 이후 축적된 잉여자본을 본사로 회수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어 메트라이프생명 9724억원(배당성향 152.3%), 오비맥주 7628억원(137.4%), 애플코리아 6406억원(85.6%), 라이나생명보험 6400억원(49.8%), 한국쓰리엠 6226억원(156.4%),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6070억원(74.2%), 코스트코코리아 6000억원(104.9%) 등의 순으로 배당 규모가 컸다.
최근 3년간 배당을 실시한 외국계 기업 70곳 가운데 19곳은 누적 순이익을 초과하는 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업체 한국이네오스스티롤루션은 최근 3년간 39억원의 누적 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1200억원을 배당했다. 연도별 순이익은 2023년 -140억원, 2024년 -20억원, 2025년 121억원이었다.
코닝정밀소재는 최근 3년간 순이익이 575억원에 그쳤지만 배당금은 2793억원으로 순이익의 약 4.9배에 달했다. 한국쓰리엠은 순이익 3982억원 대비 6226억원, 메트라이프생명은 순이익 6384억원 대비 9724억원을 각각 배당했다.
이 밖에 오비맥주(137.4%),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132.7%), 리어코리아(121.1%), 한국씨티은행(120.3%), 에프알엘코리아(117.6%) 등도 최근 3년간 배당금이 누적 순이익을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당 외에 유상감자를 통해 지배기업에 자금을 이전한 사례도 있었다. 한국맥도날드는 2024년 유상감자를 통해 146억원을 지급했고, 비케이알은 2023년 279억원, 2024년 401억원 등 총 679억원을 유상감자 방식으로 지배기업에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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