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디오시네마
[스포츠동아 이승미 기자] 세계적인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가장 독창적인 하드보일드 스릴러로 평가받는 1998년작 영화 ‘뱀의 길’이 4K 리마스터링을 거쳐 오는 22일 국내 최초 개봉한다.
‘뱀의 길’은 의문의 살인 사건으로 딸을 잃은 한 사내와 그를 돕는 미스터리한 조력자가 함께 복수를 감행하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인간의 잔혹한 본성과 서늘한 심연을 그린 하드보일드 스릴러다. 카가와 테루유키와 아이카와 쇼 등 일본 연기파 배우들이 주연했다.
특히 ‘뱀의 길’은 ‘큐어’, ‘회로’와 함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세계관을 완벽하게 증명하는 마스터피스로 손꼽히는 작품. 지난 1998년 첫 공개 당시 장르적 관습을 깨부수는 파격적인 연출로 평단에 거대한 충격을 안겼던 기념비적인 작품인 만큼, 이번 4K 리마스터링을 통한 국내 최초 스크린 상영은 클래식 스릴러를 기다려온 시네필들에게 강렬한 긴장감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개봉 확정 소식과 함께 베일을 벗은 메인 포스터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특유의 기이하고도 건조한 미장센을 고스란히 담아내 시선을 압도한다. 서늘함이 감도는 초록빛 들판과 극단적으로 비틀어진 사선의 구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적인 불안감과 팽팽한 서스펜스를 유발한다.
특히 위태롭게 기울어진 언덕 위에서 은빛 비닐에 싸인 정체불명의 거대한 물체를 거칠게 끌고 가는 두 남자의 뒷모습은, 인간의 내면에 도사린 근원적인 폭력성과 피할 수 없는 파멸의 여정을 시각적으로 상징하며 소름 끼치는 전율을 선사한다. 여기에 “한 번 들어서면, 돌아올 수 없는 길”이라는 날카로운 카피가 더해지며 복수와 타락의 굴레 속에서 멈추지 못하고 파국을 향해 폭주하는 인물들의 비극적인 미스터리를 암시해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한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현대 사회의 불안과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을 독창적인 스릴러 문법으로 풀어내는 세계적인 거장이다. 영화 ‘큐어’(1997)를 통해 전 세계 평단에 큰 충격을 안기며 제이(J) 호러의 전성기를 열었으며, 이후 ‘도쿄 소나타’(2008)로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을, ‘스파이의 아내’(2020)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공포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거장의 품격을 입증해 왔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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