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가계부채 관리와 투기 수요 차단을 목적으로 고강도 금융 규제와 공급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핵심지의 집값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 강화가 '매물 잠김'과 '지역별 양극화'라는 부작용을 낳으며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 조이기'와 '지정 구역 확대'…강력한 수요 억제책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 축은 이른바 "세금보다는 대출 규제로 수요를 묶고, 공급으로 근본을 해결한다"는 기조였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6·27 대책'을 통해 소득이나 주택 가격에 관계없이 수도권 및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했다. 이어 고가 주택에 대한 고강도 금융 규제를 추가하며 투기성 자금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또한 '10·15 대책'에서는 서울 전역과 경기 분당, 과천, 하남 등 수도권 주요 지역 12곳을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토지거래허가제를 전격 적용했다. 외국인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거래 신고 의무도 대폭 강화했다.
시장에 나타난 '규제의 역설'…서울 아파트값 최고치 경신
정부의 강도 높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장 가격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한국부동산원과 KB부동산 등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년간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8.59% 상승했으며 아파트 누적 상승률은 10.53%에 달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16억 7,000만 원 선을 돌파하며 지난 2021년의 고점보다 22%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뿐만 아니라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과 경기 분당, 과천 등 핵심 입지의 아파트들이 잇따라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전문가들은 이를 전형적인 '규제의 역설'로 해석한다. 대출 한도가 막히자 대출 의존도가 낮은 현금 자산가들이 서울 핵심지의 유망한 '똑똑한 한 채'로 몰리는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 여기에 6개월 이내 실거주 의무와 토지거래허가제 등으로 인해 기존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매물 잠김 현상)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빌라·오피스텔 공급 나섰지만…'전세난'이 다시 매매가 밀어 올려
정부 역시 공급 부족 우려를 씻기 위해 올해 '1·29 대책' 등을 통해 수도권 비아파트(도시형 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11만 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하고, 3기 신도시 착공 가속화 및 재건축·재개발 절차 간소화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대단지 아파트 공급까지는 수년의 시차가 존재하는 데다, 규제 여파로 임대 목적의 갭투자가 차단되면서 시장의 전세 매물이 급격히 말라붙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최근 13년 만에 최대 폭으로 뛰고 월세 가격마저 동반 상승하자, 전세 수요 중 일부가 다시 매매로 돌아서며 집값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7월 말 종합대책 예고…보유세·양도세 손질 카드 만지작
정치권과 시장 안팎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의 부동산 실패를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이재명 정부는 정책 수정 및 보완 작업에 착수했다. 정부는 오는 7월 말 공급 확대와 함께 세제 개선 방안을 포함한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정부 내부에서는 불로소득 차단을 위해 실거주 기간과의 연계성을 높이는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과 함께 고개를 들고 있는 종부세·양도세 등 보유세 완화 기조를 어떻게 조율할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대출 규제 중심의 수요 억제책이 현금 부자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래깅(시차) 효과로 인해 전세난을 심화시켰다"며 "7월 발표될 대책에서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도심 내 아파트 공급 시그널과 징벌적 세제의 합리적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수도권 집값의 우상향 흐름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Copyright ⓒ 뉴스비전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