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섭의 시선N] 핫플의 함정....지역관광은 왜 확장되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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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섭의 시선N] 핫플의 함정....지역관광은 왜 확장되지 못하나

뉴스컬처 2026-07-01 00:00:00 신고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지역관광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국내 관광은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방문객 수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소비와 체류는 기대에 못 미친다. 관광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수도권과 부산 등 일부 인기 지역으로 수요가 쏠리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지역 간 관광 격차는 확대되고, 비수도권 중소도시는 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관광 인프라와 콘텐츠, 접근성의 불균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전주한옥마을 태조로 풍경. 사진=전주시청
전주한옥마을 태조로 풍경. 사진=전주시청

이제 지역관광은 양적 성장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았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머물렀고, 얼마나 지역과 연결됐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관광을체류와 경험 중심 산업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 역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관광산업을 경제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한 전략이 논의되는 가운데, 외래객 3000만 시대를 목표로 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다만 수도권 집중과 체류기간 감소 등 질적 지표는 여전히 개선 과제로 남아 있다. 

관광의 주요 지표도 변화하고 있다. 최근 정책 평가에서는 관광객 수보다 재방문율과 체류기간 증가가 중요한 기준으로 강조된다. 방문에서 벗어나 얼마나 오래 머물고 다시 찾느냐가 지역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문제는 많은 지역이 여전히 ‘명소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대표 관광지를 중심으로 단기간 방문이 반복되면서 소비가 확산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관광객이 늘어도 지역 상권과 연결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

■ 로컬리즘 확산, 관광의 기준이 바뀐다

최근 관광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는 ‘로컬리즘’이다. 대형 관광지나 유명 랜드마크를 빠르게 소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특정 지역의 고유한 분위기와 생활방식, 음식과 문화를 깊이 경험하려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변화는 관광의 목적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어디를 갔다 왔다’는 기록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무엇을 경험했는가’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여행의 기억이 장소보다 경험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지역 고유 콘텐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지역이 이 흐름에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다수 지역이 축제나 조형물 중심의 관광 전략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로컬리즘은 유행이 아니라 관광 구조 자체를 바꾸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 강릉·양양: ‘핫플’ 전략의 가능성과 한계

사진=양양군
사진=양양군

강릉과 양양은 로컬리즘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반영한 지역으로 평가된다. 서핑 문화와 카페 거리, 해변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콘텐츠가 결합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SNS를 통해 확산된 이미지가 관광 수요를 견인하는 대표 사례다.

이들 지역은 관광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상권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관광지 방문이 카페, 음식점, 소규모 상점까지 이어지는 소비 구조가 형성되면서 지역경제에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하다. 주말과 성수기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혼잡도가 높아지고, 비수기에는 방문객이 급감하는 구조가 반복된다. 또한 특정 업종에 소비가 편중되면서 관광 수익이 지역 전체로 확산되지 않는 문제도 나타난다. 유입은 성공했지만 안정적인 구조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전주 한옥마을: 성공 이후의 숙제

전주한옥마을 전경. 사진=전주시
전주한옥마을 전경. 사진=전주시

전주 한옥마을은 국내 관광 성공 모델로 자주 언급된다. 전통 건축과 한식, 체험 프로그램이 결합되며 전국적인 관광지로 성장했고, 지역 브랜드 가치 역시 크게 높아졌다. 한때 연간 수백만 명이 방문하며 지역경제를 견인했다.

하지만 관광객 증가가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특정 지역에 방문객이 집중되면서 과밀 문제가 발생했고, 상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초기의 고유한 분위기가 약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광지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또한 체류시간이 짧고 소비가 제한적인 구조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한옥마을 중심의 관광이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지 못하면서 경제적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난다. 성공 이후의 관리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 제주: 체류형 관광의 현재와 과제

제주도. 사진=픽사베이
제주도. 사진=픽사베이

제주는 국내에서 체류형 관광이 가장 활성화된 지역이다. 자연환경과 숙박 인프라, 렌터카 중심의 이동 구조가 결합되며 평균 체류일수가 다른 지역보다 길게 나타난다. 관광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높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용 부담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항공료와 숙박비 상승, 렌터카 비용 증가 등이 관광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낮아질 경우 재방문 의사가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난다.

환경 부담과 혼잡 문제 역시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관광객 증가가 지역 주민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면서 관광과 생활 간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체류형 관광도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 관광교통, 연결성이 경쟁력을 만든다

KTX. 사진=코레일
KTX. 사진=코레일

관광교통은 지역관광의 기본 조건이다. 접근성이 낮은 지역은 방문 자체가 줄어들고, 이동이 불편할 경우 체류 시간이 자연스럽게 짧아진다. 특히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자가용 의존도가 높아지며 혼잡과 주차 문제가 동시에 발생한다.

관광지 간 연결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개별 관광지는 매력적이지만 이를 묶어 하나의 흐름으로 경험하기 어려운 구조가 많다. 결과적으로 관광객은 제한된 공간만 방문하고 이동하는 패턴을 반복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순환형 교통망 구축과 통합 이동 서비스 도입이 필요하다.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셔틀, 철도와 버스의 유기적 연계, 디지털 기반 이동 정보 제공 등은 관광 경험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요소다. 이동의 편의성이 곧 체류 확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 숙박과 콘텐츠, 머물 이유를 설계해야

남원시에 조성된 한옥체험시설 '명지각 3관'. 사진=남원시
남원시에 조성된 한옥체험시설 '명지각 3관'. 사진=남원시

숙박은 체류시간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숙소 공급 확대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지역 특색을 반영한 차별화된 숙박 경험이 함께 제공돼야 한다.

최근에는 한옥 스테이, 농가 체험형 숙소, 로컬 브랜드 호텔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숙소는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 문화를 경험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관광의 깊이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숙박과 콘텐츠를 결합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지역 음식, 문화 프로그램, 자연 체험 등을 함께 제공하는 방식은 체류 만족도를 높이고 재방문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머무는 경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 서비스 품질과 데이터 전략

관광 경험을 완성하는 요소는 서비스다. 가격에 대한 신뢰, 위생 상태, 친절도는 관광객의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부 지역에서 반복되는 바가지 요금 논란은 단기간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진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역 단위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교육과 인증, 평가 시스템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유지해야 한다. 관광은 경험 산업이라는 점에서 서비스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데이터 기반 전략도 필수적이다. 관광객의 이동 경로와 소비 패턴, 체류시간 등을 분석하면 보다 정교한 정책 설계가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특정 지역에 집중된 수요를 분산시키고,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 지역 상권·주민 참여·정책 방향

거제 덕포해수욕장 사진=한국관광공사
거제 덕포해수욕장 사진=한국관광공사

관광이 지역경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소비가 지역 내부에서 순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광 동선과 상권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로컬 브랜드를 관광과 결합하는 방식이 효과적인 대안으로 제시된다.

주민 참여 역시 중요한 요소다. 관광이 외부 방문객 중심으로 운영될 경우 지역 사회와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구조는 관광의 질을 높이고 지속 가능성을 강화한다. 생활 기반 콘텐츠는 관광의 깊이를 더하는 역할을 한다.

정책 방향도 변화가 필요하다. 방문객 수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체류시간, 소비 규모, 재방문율 등 질적 지표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관광, 교통, 문화 정책이 통합적으로 작동할 때 지역관광의 구조적 개선이 가능하다.

결국 지역관광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머물고 얼마나 깊이 연결되는가에 달려 있다. 로컬리즘 시대는 지역 고유의 가치가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이를 제대로 설계하고 실행하는 지역만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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