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시작으로 전국이 장마권에 들어선다고 한다. 정체전선이 북상하면서 눅눅한 공기가 한반도를 곧 뒤덮는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골칫거리가 있다. 빨래 냄새, 그중에서도 수건 군내다. 샤워를 마치고 보송하게 몸을 닦았는데 어딘가 쿰쿰한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분명 어제 빨아 갠 수건인데도 그렇다. 마른 상태에서는 멀쩡하다가 물에 닿는 순간 정체불명의 군내가 올라온다면, 그 수건은 깨끗한 게 아니라 냄새 원인을 그대로 품은 채 말라 있었을 뿐이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습도가 치솟는 장마철에는 이 냄새가 하루가 다르게 짙어진다. 햇볕은 자취를 감추고 빨래는 좀처럼 마르지 않으며, 실내에 널어둔 수건에서는 어김없이 군내가 피어오른다. 그렇다고 수건마다 락스를 들이부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행히 수건 악취는 원리만 알면 의외로 쉽게 잡힌다. 눅눅한 장마를 보송하게 나는 법을 알아봤다.
수건 냄새의 정체는 '산패한 기름'
수건에서 나는 군내의 정체는 곰팡이나 세균이기 이전에 '기름'이다. 사람은 씻고 나서도 피부에서 끊임없이 피지를 분비한다. 샤워 후 몸을 닦으면 물기만 닦이는 게 아니라 이 기름이 섬유에 그대로 옮겨붙는다. 참기름 묻은 종이가 기름종이가 되듯, 수건도 닦을수록 한 겹씩 기름이 쌓인 '기름 수건'이 되는 셈이다. 이 지방산이 시간이 지나 산패하면서 풍기는 냄새가 바로 수건 군내다. 세탁기에서 올라오는 냄새도 같은 지방산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문제는 이 지방산이 상온에서 굳는 고체라는 점이다. 프라이팬에 고기를 굽고 그대로 두면 기름이 하얗게 엉겨붙는 것과 같은 일이 섬유 속에서 벌어진다. 굳은 기름은 찬물로 아무리 빨아도 떨어지지 않는다. 표백제나 락스로 표면만 하얗게 만들어봐야 기름 자체는 그대로 남아 있어, 마르면 다시 누레지고 또 냄새가 난다. 표백제와 살균제는 색을 빼거나 균을 잡을 뿐, 기름을 녹여내는 세척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마철 높은 습도까지 더해지면 섬유에 쌓인 유기물이 미생물의 먹이가 돼 곰팡이 냄새와 세균 냄새까지 겹친다. 냄새가 유독 여름에 심해지는 이유다.
핵심은 '알칼리 세제'와 '높은 온도'
굳은 기름을 녹이려면 두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알칼리 세제와 높은 물 온도다. 알칼리 성분이 지방산을 분해하고, 온도가 굳은 기름을 액체로 풀어준다. 둘 중 하나만 빠져도 효과가 떨어진다.
먼저 알칼리 세제를 평소보다 넉넉하게 넣는 것이 좋다. 수건은 물을 머금으면 무게가 상당히 나가기 때문에 세제 양이 충분해야 기름을 제대로 녹인다. 물 온도는 40도보다 60도가 효과적이다. 면은 알칼리에도, 높은 온도에도 강한 섬유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표준 세탁 코스에 헹굼은 3회, 탈수는 강하게 설정하면 된다. 옛 어머니들이 수건을 솥에 넣고 푹 삶던 방식도 같은 원리다. 면은 물에 젖으면 오히려 강해지는 성질이 있기에 알칼리 세제를 넣고 삶아도 끄떡없다.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중성 세제에 과탄산소다를 함께 넣는 것이다. 이는 서로의 효과를 깎아먹는 조합이다. 과탄산소다는 산성인 중성 세제 탓에 알칼리도가 떨어져 힘을 못 쓰고, 중성 세제는 본래 기름을 녹이는 힘이 약하다. 색이 누레지는 황변이 신경 쓰인다면 기름부터 충분히 뺀 뒤 마지막에 산소계 표백제로 색만 따로 잡아주는 것이 순서다. 다만 표백은 섬유를 늙게 만들기 때문에 꼭 필요할 때 짧게 쓰는 편이 좋다.
조금 더 부드러운 방법을 원한다면 붕사나 구연산을 활용할 수 있다. 알칼리 세제로 자주 빨면 수건이 뻣뻣해지고 수명이 줄기에 평소에는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물에 중성 세제와 붕사를 한 숟가락 정도 넣어 빠는 것도 방법이다. 붕사는 살균과 탈취 효과를 낸다. 수건은 얼룩이 단순한 만큼 세탁 시간을 길게 끌 필요도 없어, 20분 안팎으로 짧게 돌리는 편이 낫다. 헹구는 횟수는 많을수록 좋아 기본 3회에서 1회 정도 더 늘려주면 도움이 된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여기에 세탁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비법이 하나 더 있다. 세탁이 다 끝난 뒤 마지막 헹굼 단계에서 구연산을 조금 넣고 한 번 더 헹궈 탈수하는 것이다. 세탁조 뒷면에는 각질과 기름, 지방이 쌓이기 마련인데, 산성인 구연산이 균이 번식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이 과정을 건너뛰면 다음 세탁 때 옷과 균을 함께 빠는 꼴이 돼 냄새가 반복될 수 있다. 단 구연산을 세제와 처음부터 같이 넣으면 세척력이 떨어지니 반드시 마지막 헹굼 때 넣어야 한다. 습기가 많은 장마철일수록 세탁조 관리가 냄새를 좌우한다.
다 빨았다면 '바람길' 터주며 널어라
장마철 빨래의 승부는 사실상 너는 단계에서 갈린다. 잘 빤 수건도 어떻게 너느냐에 따라 냄새가 달라진다. 가장 흔한 실수는 세탁이 끝난 수건을 세탁기 안에 한참 방치하는 것이다. 면은 셀룰로스, 즉 탄수화물 계통이라 젖은 채 겹쳐 두면 여름철에는 금세 군내가 올라온다. 양배추가 빨리 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세탁이 끝나면 곧바로 꺼내는 것이 첫 번째 원칙이다.
널 때는 수건과 수건 사이에 공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 빨래 건조대 봉에 반으로 푹 접어 걸치면 겹친 면끼리 달라붙어 마르지 않고, 그 틈이 곰팡이가 살기 좋은 환경이 된다. 집게로 한쪽 끝을 집어 활짝 펼쳐 너는 편이 좋다. 면이 서로 붙지 않게 펴서 바람이 통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냄새를 잡는 마지막 열쇠는 바람이다. 냄새를 순환시켜 날려 보내는 데는 바람만 한 것이 없다. 가정용 건조기가 있다면 텀블링으로 돌리면 섬유가 살아나 호텔 수건처럼 뽀송해진다. 건조기가 없다면 선풍기 바람을 쐬어주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크다. 비 오는 날이나 장마철에는 빨래를 미루는 것이 정석이지만 정체전선이 길게 머무는 장마철에는 어쩔 수 없이 실내에 널어야 하는 날이 이어진다. 이럴 때는 베란다 창문을 열어 외부 공기가 드나들게 한 뒤 선풍기를 돌려야 한다. 문을 꽉 닫고 제습기나 에어컨만 켜두는 것보다 바깥 공기가 한 번씩 순환하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좋다. 문을 꽉 닫아두면 같은 공기만 맴돌아 냄새가 빠지지 않는다. 대청소 때 창문부터 여는 것과 똑같은 원리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