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제주도를 여행하다 보면 해안도로와 공원 주변에서 분홍빛 꽃나무를 쉽게 마주친다. 복숭아꽃처럼 화사해 사진을 찍거나 가까이 다가가 보고 싶지만, 이 꽃은 절대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된다.
도심 공원과 도로변, 학교 담장 옆에서도 흔히 보이는 이 나무는 ‘협죽도’다. 잎이 좁고 줄기가 대나무를 닮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 꽃이 크고 색이 선명해 조경수로 오래 심어졌고, 더위와 건조한 날씨에도 잘 버텨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겉모습만 보고 가볍게 다뤄서는 위험하다. 협죽도는 꽃과 잎, 줄기, 뿌리까지 식물 전체에 독성 성분을 품고 있다. 특히 어린아이가 꽃이나 잎을 장난감처럼 만지거나 입에 넣을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심장 움직임을 방해하는 독성 성분
협죽도가 위험한 가장 큰 이유는 식물 안에 들어 있는 ‘올레안드린’이라는 독성 성분 때문이다. 올레안드린은 사람의 심장 박동을 방해하는 물질이다. 심장은 일정한 박자로 피를 온몸에 보내야 하는데, 이 성분이 몸에 들어가면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는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소량이라도 몸 안으로 들어가면 증상이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처음에는 메스꺼움과 구토, 복통,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어지럼증이나 식은땀, 심한 두근거림이 이어질 수 있다. 상태가 나빠지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 생기고, 심한 경우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협죽도 중독은 잎이나 꽃을 먹었을 때만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잘못 달인 물을 마시거나 나뭇가지를 음식 조리에 쓴 뒤 중독된 사례도 있다. 일부에서는 민간요법처럼 식물 달인 물을 마셨다가 응급실 치료를 받은 사례도 알려져 있다.
잎 한 장도 위험한 협죽도 독성
협죽도의 더 위험한 점은 독성이 한 부위에만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꽃과 잎, 줄기, 뿌리, 씨앗은 물론 나무 안쪽에서 나오는 하얀 수액에도 독이 들어 있다. 눈에 보기에 부드러운 꽃잎이나 작은 잎도 안전하지 않다.
특히 어린아이나 반려동물은 더 조심해야 한다. 몸집이 작기 때문에 성인보다 적은 양에도 심한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아이가 꽃을 따서 입에 대거나 잎을 씹는 행동을 하면 바로 위험해질 수 있다. 반려견이 산책 중 떨어진 잎이나 가지를 물고 노는 것도 피해야 한다.
수액도 조심해야 한다. 가지를 꺾거나 잎을 찢으면 끈적한 액체가 묻어 나올 수 있다. 이 수액이 손에 묻은 상태에서 눈이나 입을 만지면 자극이 생길 수 있다. 피부가 약한 사람은 가려움이나 따가움을 느낄 수도 있다. 말린 잎이나 꺾인 가지도 안전하지 않다. 독성 성분이 식물이 마른 뒤에도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태워도 사라지지 않는 위험
협죽도는 불에 태워도 안심할 수 없다. 일반 나무처럼 태우면 괜찮을 것 같지만, 협죽도 가지나 잎을 태울 때 생기는 연기와 재에도 독성 성분이 남을 수 있다. 이 연기를 들이마시면 눈과 목이 따갑고,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야외에서 고기를 구울 때 주변 나뭇가지를 꺾어 꼬치로 쓰는 행동은 특히 피해야 한다. 협죽도 가지를 꼬치처럼 사용하면 독성 성분이 음식에 묻을 수 있다. 불에 직접 닿았다고 해서 독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도심에 많이 심긴 이유
이처럼 위험한 식물이 도심에 많이 심어진 까닭은 강한 생명력 때문이다. 협죽도는 뜨거운 햇볕과 가뭄을 잘 견딘다. 바닷바람이 부는 해안가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고, 자동차가 많이 지나는 도로변에서도 쉽게 말라 죽지 않는다.
꽃이 오래 피는 점도 조경수로 쓰인 이유다. 여름철 길가와 공원에 색을 더해주고, 관리가 까다롭지 않아 남부 지역에서 많이 심어졌다.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에서 협죽도를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많이 심어졌다고 해서 안전한 식물이라는 뜻은 아니기 때문에, 협죽도를 발견했다면 멀리서 감상만 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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